재앙의 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정태원 옮김 / 검은숲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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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츠빌로 이사를 오게 된 엘러리는 '재앙의 집'으로 불리는

이 동네 최고 유지인 라이트가의 집에 세를 얻게 된다.

라이트가엔 세 딸이 있었는데 그 중 둘째 딸 노라는 짐이란 남자와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짐이 갑자기 사라져버려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와중에 느닷없이 짐이 돌아오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둘은 다시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른다.

하지만 짐의 여동생 로즈메리가 나타나면서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노라는 짐의 책을 정리하던 중 짐이 여동생에게 보낸

아내가 죽었다는 괴이한 편지를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데...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와 '비극 시리즈'는 몇 편을 이미 읽어봐서 친숙한 편이지만

라이츠빌 시리즈는 이름만 겨우 들어본 상태여서 낯설기 짝이 없는 상태다.

이번에 검은숲에서 엘러리퀸의 라이츠빌 시리즈를 정식으로 출간하게 되면서 

기존에 다른 출판사에서 일부 출간된 작품들을 새로운 번역으로 소개할 계획인데

이참에 엘러리퀸의 라이츠빌 시리즈와의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가상의 소도시 라이츠빌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짐의 편지로 추정되는 편지의 내용대로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새해에 차례로 노라가 독살의 위기를 맞는다.

이해가 안 되는 건 뻔히 위험을 알면서 노라를 그냥 방치한다는 점이다. 

노라가 살해 위협을 받고 있음을 알던 엘러리도 겨우 한다는 게

새해 전야 파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열심히 지켜보는 게 전부였다.

결국 비극은 일어나고 피해자는 노라가 아닌 짐의 여동생 로즈메리였다.

칵테일을 만든 짐이 당연히 피의자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되는데 사건이 발생한 후

지역 최고의 가문이던 라이트가는 한 순간에 온갖 비난을 받는 천민으로 전락하고 만다.

누구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 것까지 안다는 소도시의 친근함은 한순간에 마녀사냥의

광풍에 휩싸이는데 대도시의 익명성과는 또 다른 살벌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짐이 정식으로 살인범으로 기소된 후 펼쳐지는 배심원 재판도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라이트가의 막내 딸 퍼트리샤의 애인인 카터가 검사로

라이트가와 친분이 있는 판사 마틴이 판사직을 그만두고 짐의 변호를 맡는데

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임에도 나름의 공방이 벌어졌다.

와중에 엘러리도 중요한 증인으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퍼트리샤를 비롯한 짐을 구하기 위한 라이트가의 기발한 분전이 돋보였다.

배심원을 이용한 기상천외한 전략은 정말 예상밖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짐이 노라를 독살하려 했다는 정황증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짐을 감싸던 노라와

라이트가의 아이러니한 상황은 노라가 출산 중에 사망하고

노라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짐이 탈주했다가 사고로 죽게 되면서 사건은 흐지부지되고 만다.

하지만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엘러리는 비밀로 묻어두려다 퍼트리샤와 카터의 관계회복을 위해

진실을 알려주는데 그동안 밝혀진 사건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였다.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난 라이츠빌 시리즈는 전에 만났던 국명시리즈나

비극시리즈와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국명시리즈와 비극시리즈가 추리게임이라는 본격 추리물의

성격이 짙었다면 라이츠빌 시리즈는 사건보다는 인물들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느낌이 들었다.

라이츠빌이란 소도시에 사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보여줌으로써

인심이 얼마나 쉽게 요동칠 수 있는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들까지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언론과

마치 불구경하듯이 남의 불행을 즐기는 비정한 인간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으면서 라이트가를 배려하는 엘러리 퀸의 모습이 돋보였다.

엘러리 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라이츠빌 시리즈는

기존에 알던 엘러리 퀸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앞으로 나올 후속작들도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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