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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어진 서양 문명 이야기
안계환 지음 / 미래문화사 / 2026년 9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여전히 세상의 패권을 미국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이 쥐고 있다 보니 세계사도 자연스레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서양 위주로 서술되고 있다. 그동안 서양 중심의 역사를 교육받고 거기에 친숙하다 보니
우리를 비롯한 비서양의 입장에서도 과연 그럴까 싶을 때가 없지 않았는데 이 책은 서양의 시각에서
쓴 역사 뒤에 감추어진 얘기를 들려주는 책이어서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확인해 보니
이 책의 저자는 예전에 읽었던 '유럽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의 저자여서 자칭 문명 덕후의 진가를
보여줄 거라 기대가 되었다.
총 6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 시작해 고대 그리스, 로마를 거쳐 중세 유럽과 이슬람,
근대 유럽까지를 다룬다. 각 파트 시작 부분에는 '교과서가 가르쳐 준' 내용들을 먼저 정리한 후 그
내용들과는 다르거나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들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본격적인 서양 문명에
앞서 고대 이집트 문명으로 시작하는 것도 좀 낯설지만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가장 오랜된 문명인 줄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선 이집트가 더 오래되었다고 얘기한다. 예전에 읽은 '이집트 역사 다이제스트
100'에서도 이집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는데, 수염 달린 가면을 썼던 최초의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 등 흥미로운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난처한 미술 이야기 1권에도 나왔던 피라미드가
노예의 피, 땀, 눈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나 지중해 연안과 아프리카 내륙 양쪽의 혼혈
피라오의 존재 등 고대 이집트 문명의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들이 등장했다. 고대 그리스의 제전은
보통 요즘 올림픽의 기원인 올림피아 제전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 외에도 피티아 제전 등 네 개의
제전이 유명했고, 신탁으로 유명한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은 현대판 '여론 조작의 중심지' 내지 신의
이름으로 포장된 권력의 방송국'이란 평가도 새로웠다. 로마의 시민권은 시대에 따라 유동적으로
정의된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시민권이 아니었고, 우리가 흔히 암흑시대라고 부르는 중세도 신앙과
제도, 공동체의 질서 속에서 지속성과 변화를 동시에 품은 복합적 문명으로 재평가를 해야 할 것
같다. 얼마 전에 읽은 '중동을 읽는 40가지 이야기'란 책을 통해 이슬람 세계에 대한 편견을 새삼
깨닫게 되었는데 이슬람 문명이 단순히 고대 그리스, 로마와 르네상스 시대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만 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고, 르네상스의 화려한 문화는 낭만이 아닌 철저한 세속화된
시스템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었다. 대항해 시대의 이면에는 다른 문명이 가진 자산의 약탈인 점
등 유럽과 서양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면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의 새로운 면모를 잘 알려준
책이었는데 역시나 역사는 누구의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