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뉴스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러시아는 세계 역사에서도 독특한 이력을 간직한 나라다.
최초로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하여 오랫동안 공산당이 집권하며 미국과 냉전을 벌이다 1990년대 급격한
몰락으로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는가 싶더니 2000년대 새롭게 등장한 독재자 푸틴의 장기집권 아래
과거로의 회귀를 계속하고 있다. 무모한 전쟁을 불사하는 푸틴을 전혀 통제할 수 없는 한심한 나라
러시아의 역사를 살펴보면 왜 러시아가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에 봤던
'세계사 다이제스트100'과 '미국사 다이제스트100', '아일랜드 역사 다이제스트100'에 이어 러시아의
역사를 제대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러시아 역사의 시초를 언제로 잡아야 하느냐 하면 막막하기만 한데 이 책에선 BC 7세기경 스키타이인이
러시아에 정착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격적인 러시아의 역사는 키예프 러시아가 건국한 882년
으로 볼 수 있는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키예프는 러시아어고 키이우가 우크라이나어임을
알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수도를 우크라이나어가 아닌 러시아어로 불러왔다는 것도 정말 웃긴 일이다.
암튼 키예프 러시아가 바로 '루시의 나라'이고 여기서 러시아라는 국명이 나왔다. 러시아도 몽골의
침략에서 벗어나지 못해 1240~1480년까지 지배를 받으며 '타타르의 멍에'라는 시기를 겪고 동북
러시아를 통일한 이반 3세, 뇌제라 불리며 차르로 등극한 이반 4세를 거치며 강력한 국가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친숙한 러시아 역사의 시작은 1613년 로마노프 왕조가 열리면서부터인데
그 중심에는 러시아를 서방과 같은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개혁에 앞장선 표트르 대제가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서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쉽게 체질이 변하지 않고 전제군주 체제가 지속되면서 산업혁명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룬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2류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압제 하에 착취를 당하던
농노와 근로자들이 사회주의 세력들을 지지하기 시작했고 여전히 총칼로 억누르던 전제왕권을 향한
혁명의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1차 대전 와중에 로마노프 왕조를 타도하는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다.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와 황후 알렉산드라가 요승 라스푸틴에게 휘둘린
황당한 에피소드는 딱 멸망하는 나라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후 사회주의 정권과 공산당의 역사가
펼쳐지는데 반공교육을 받으며 자라서 그런지 막연하게 소련이 못 살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이 책에서
알려주는 소련의 성장과정은 자본주의 국가들 못지 않았다. 서유럽 등이 대공황이던 시대에도 소련은
경이로운 성장을 계속했고 냉전 와중에도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 본성에 반하는
사회주의 체제는 결국 몰락으로 치닫게 되고 고르바초프가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로 마지막
몸부림을 치지만 대세를 바꿀 수는 없었다. 이렇게 러시아의 방대한 역사를 100개의 주제로 잘 정리한
책이었는데 파란만장한 러시아의 역사를 보면서 여전히 독재자의 지배에 허덕이는 러시아가 어서 빨리
정상적인 나라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