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인문학 - 동해·서해·남해·제주도에서 건져 올린 바닷물고기 이야기
김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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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지구에서 육지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부분이 많다.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 '당신만 몰랐던 매혹적인 바다이야기 27', '바다의 시간'이란 책을 읽어봤지만

바다에 대해선 모르는 게 훨씬 많아 바다 인문학을 제목으로 내세운 이 책에선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

것인지 궁금했는데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주요 바닷물고기들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들이 담겨 있었다.


생선이나 회 등을 먹을 때 미리 얘기를 해주지 않으면 뭐가 뭔지 전혀 구분을 못하는 수준이다 보니

이 책에서 만나는 여러 물고기들도 이름은 잘 알지만 그 외에 아는 게 거의 없었는데 이 책은 동해,

서해, 남해, 제주도의 네 구역으로 나눠 각 지역의 대표 어종들을 소개한다. 먼저 동해에선 명태를 필두로

가자미, 청어, 고등어, 도루묵, 아귀가 차례대로 등장한다. 명태는 워낙 다양한 이름을 가진 대표 

어종이다 보니 다양한 얘깃거리가 많았는데, 조선 후기 문신 이유원의 '임하필기'에 명천의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잡아 명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같은 애기가 실려 있다고 한다. 가자미는 흔히 '좌광

우도'라며 눈이 왼쪽에 있으면 광어(넙치),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가자미)라고 하는데, 도다리는 

가자미과의 물고기로 봄철 음식으로 각광을 받는 도다리쑥국의 도다리가 문치가자미라고 한다. 

과메기의 원조가 꽁치가 아닌 청어라는 사실과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는 얘기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피난 가서 맛있게 먹어 '은어'라고 했다가 피난에서 돌아와 그 맛이 안 나니까 

'도루묵'이라고 했다는 얘기나 가장 못생긴 바닷물고기인 아귀로 동해를 마무리하고 서해로 넘어간다. 


서해에선 조기, 웅어, 민어, 홍어, 숭어, 병어를 소개하는데 조기는 쌀에 버금가는 세원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고,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웅어는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에서 많이 잡힌다고 한다. '양반은

민어탕을 먹고 상놈은 개장국을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고급 어종으로 대우를 받고 있는 민어와 호남

지역 대표 음식 중 하나인 홍어,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는 숭어를 거쳐 '자산어보'에서 정약전이 기록하고

정약용이 예찬한 병어로 마무리를 한다. 남해에선 대구, 멸치, 전어, 삼치, 서대, 우럭를 소개하는데, 

삼치는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한 사람이 맛에 반해 정승에게 보냈다가 썩는 바람에 좌천을 당했다는 

웃픈 얘기를,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서대는 제사에서 빠지지 않는 물고기임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

제주도에선 방어, 갈치, 자리돔, 옥돔을 만날 수 있는데, 여름 방어는 개도 먹지 않는다는 얘기나 제주

여자들의 힘겨운 삶을 대변하는 갈치, 태어난 곳을 떠나지 않는다는 자리돔, 신이 반한 옥돔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바닷물고기들에 대해선 그동안 제대로 몰랐는데 물고기마다 이렇게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연들로 가득함을 잘 알려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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