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시간 - 바다에서 이루어진 역사적 순간들, 바다가 결정지을 우리의 미래
자크 아탈리 지음,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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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육지보다는 바다의 면적이 훨씬 넓지만 바다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바다는 인류 역사에서 상당한 역할을 차지했는데, 예전에 읽었던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라는 책에서도

바다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사를 살펴보았지만 석학 자크 아탈리는 과연 바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기회가 생겼다.

 

이 책에서도 먼저 바다가 주연인 세계사를 정리한다. 저 멀리 우주의 탄생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차근

차근 현재까지 내려오는데 기존에 봤던 책들과는 달리 역시 바다를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다 보니 

사뭇 다른 관점들을 엿볼 수 있었다. 최초의 바다 횡단이나 인류 최초의 항해 등 일반적인 세계사책에선

다루지 않는 내용들을 거쳐 지중해를 둘러싸고 패권을 다퉜던 카르타고, 그리스, 페르시아의 얘기로

넘어간다. 이후 누가 바다의 패권을 차지했느냐가 중심이 된 서술이 계속되는데 아무래도 유럽 중심인

세계사에서 지중해의 패권을 누가 차지했느냐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때 이슬람 세력이 차지하고

비잔티움 제국이 한몫 하던 지중해에서 베네치아와 제노바가 나름 역할을 했지만 차츰 대서양으로

무대가 옮겨졌고 서양 경제의 첫 번째 중심지는 브뤼헤가 차지했다. 그러다 잠시 지중해의 베네치아로

이동했지만 다시 북해의 안트베르펜으로 옮겨간 이후 지중해는 더 이상 서양의 중심 바다가 되지 못했다.

이런 도시들이 바다의 패권을 놓고 다툴 때 정작 유럽의 양강인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백년 전쟁으로 

인해 해양권력을 놓치고 말았는데 이 책에선 백년전쟁의 중요한 네 차례 국면이 모두 바다에서 결정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바다 중심 사고로 역사를 바라보니 역시 역사의 주무대도 바다가 되었는데 1차 세계대전도 

기존에 알던 참호가 아닌 바다에서 이루어진 전쟁이었고, 2차 세계대전도 태평양에서 시작되어 태평양

에서 끝난 전쟁으로 바뀌었다. 컨테이너와 해저 케이블 등은 바다를 새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줬는데

바다 중심의 역사 다시보기가 책의 약 2/3 가량을 차지했고 나머지 부분에서 현재와 미래의 바다를

다룬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새로운 항로를 언급하는 부분이었는데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는 상황을 이용한 북동 항로와 북서 항로를 제시한다. 현재 바다가 인간이 버린 쓰레기 등으로 각종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인데 이 책은 개인, 미디어, 기업, 정부, 국제 공동체가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할 구체적인 일들을 제시하면서 실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세계해양기구를 창설할 것을 제안하며

마무리를 한다. 인류가 머나먼 우주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고 여러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정작

바다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바다의 역사적 의미를 재발견하게 해주면서 앞으로 바다를 어떻게 지키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 책이었는데 방치하다시피 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어서 빨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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