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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 교코의 서양기담 - 무섭고도 매혹적인 21가지 기묘한 이야기
나카노 교코 지음, 황혜연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22년 1월
평점 :
이 책의 저자인 나카노 교코의 책은 예전에 '명화로 보는 남자의 패션'과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을 재밌게
읽어 이 책에선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 것인지 기대가 되었는데 저자의 이름을 내세운 거나 서양기담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에 미술을 중심으로 한 책들과는 사뭇 다른 책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에도
중간중간에 관련된 그림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림 자체보다는 기담에 더 중점을 둔 책이라 21가지의
서양기담이 과연 무엇일지 궁금했다.
첫 번째 얘기는 그림 형제의 동화로 유명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였다. 작년에 읽었던 찬호께이의
'마술 피리'에서도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새롭게 해석해 흥미진진한 얘기를 들려주었는데
무엇보다 이 얘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게 더 흥미롭다. 1284년 6월 26일 하멜른에 멋지게
차려입은 남자가 나타나서 피리 소리로 130명의 아이들을 모으더니 성문밖으로 데려가서는 사라졌다는
사실은 역사적 사실이란 것인데, 이에 대해 전염병에 걸린 아이들을 마을 밖으로 데려가 버렸다는 설,
무도병에 집단 감염된 아이들이 춤을 추며 마을을 떠나갔다는 설 등이 소개되는데 하멜른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아이들이 동유럽을 개척하기 위해 이주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바다를 헤매는
유령선 얘기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을 떠올리게 했고, 너무 대중화된 '도플갱어'는 여러 유명인들이
목격했다는 얘기가 전해져오는데 프랑스 작가 모파상이나 링컨도 자신의 도플갱어를 봤다고 한다.
'브로켄산의 마녀집회' 얘기는 중세시대를 풍미한(?) 마녀사냥 광풍을 소환했는데 지금은 그곳에서
발푸르기스 축제가 개최되어 마녀 차림의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하니 세상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드라큘라'도 너무 유명한 캐릭터라 역사 속 인물 등이 잘 알려져 있는 편인 반면 백악관에
링컨의 유령을 목격했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링컨과 케네디의
기묘한 공통점은 이미 여러 책에서 언급된 적이 있지만 이 책에서 잘 정리해주었다. '엑소시스트'도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여서 새삼스럽진 않았지만 여러 실제 사례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귀종유리담'은
뒤마의 '가면의 남자'로 널리 알려진 루이 14세가 쌍둥이란 설과 관련이 있는데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1세와 바이에른 공화국의 카스파 하우저'의 유사한 얘기들도 소개되었다. 대형 해양사고하면 우리는
세월호 사건이 떠오르지만 전세계적으론 역시 타이타닉호 사건을 빼놓을 수 없고, 셜록 홈스의 아버지
코넌 도일이 얽힌 요정 사진 사건인 '코팅리 사건'도 알게 되었다. 괴테의 명작 '파우스트'도 실존 인물에
관한 일화가 전설로 부풀려진 얘기가 소재가 되었고, 마지막으로 1959년 1월 소련 우랄과학기술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탐사대가 처참한 모습의 시체로 발견된 '디아틀로프 사건'의 진실로 마무리를
한다. 기존에 알고 있던 기담들도 많았지만 이 책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새롭게 알게 된
기담과 내용들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관련된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데 매
기담마다 양쪽 페이지 끝에 관련 그림을 그려놓아 기담집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켰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