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림슨서클 살인사건 ㅣ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5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희경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영화 '킹콩'의 원작자로 유명한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은 '수선화 살인사건'과 '공포의 천사'를 읽어봤는데
고전 미스터리의 전성기인 1920~1930년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도 독특한 설정과 흥미로운 얘기로
미스터리 마니아들에게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재미를 선사했다. 이번에 나온 이 책도 기존에 봤던
작품들과는 또다른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크림슨서클이라는 정체불명의 범인이 저지르는 연쇄살인에 속수무책인 상황이 벌어지는데 대놓고
경고와 협박을 일삼고 있지만 그의 범행을 저지하지 못한다. 예일이라는 명탐정(?)과 파르 경감이
사건 관련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지만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늘 주변에
있던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인 탈리아 드러먼드는 도둑질로 체포되었다가 풀려나는 등 계속 말썽을
일으키고 그런 그녀를 무작정 좋아하는 피해자의 아들 잭 비어드모어까지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뭔가 의심쩍은 구석들이 있었다. 직장을 잃은 탈리아는 다시 브라바존 은행에 취직하지만 그곳에서도
역시나 사건이 일어나고 크림슨서클과 모종의 관련이 있어 보이면서 사건을 몰고다니는 탈리아를 결국
탐정 예일이 비서로 채용하면서 곁에 두고 감시한다. 크림슨서클은 심지어 예일을 죽인다는 협박까지
하면서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는데...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의 배후에서 암약하는 신출귀몰한 크림슨서클의 정체는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
나는데 거의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범인을 알았던 때의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읽었던 내용들을 모두 재구성해야 하는 당황스런 상황에 빠지게 되는데 기막힌 반전은 결국
프롤로그에 나왔던 생뚱맞은 애기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보여줬다. 에드거 월리스와는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었는데 다양한 스타일의 미스터리로 고전 미스터리계를 풍성하게 해준 작가가 아닌가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표 캐릭터를 내세운 시리즈 작품들을 만나보지 못했다는 건데 다음에는
그의 또 어떤 스타일의 작품과 만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