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서양미술 인문여행 시리즈 14
샤를 블랑 지음, 정철 옮김, 하진희 감수 / 인문산책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 '예술의 쓸모', '그림의 힘' 등 일련의 미술책들을 보면서 그림 보는 재미에 푹 빠졌었는데 

이번엔 좀 더 이론적인 책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사실 이 책과 비슷한 제목인 '내 손 안의 교양미술' 

이란 책을 읽은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좀 더 전문적인 책을 찾다 보니 19세기 프랑스 당대 최고

미술평론가라는 샤를 블랑의 이 책과 만나게 되었다.


예술 교육을 목적으로 한 책답게 총 18장에 걸쳐 예술, 특히 회화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예술의 기초 지식을 담고 있는데 회화 교과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

대중이 보기에는 쉽지만은 않은 책이었는데 그래도 좀 더 미술작품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봤다. 먼저 회화의 '독립'으로 시작하는데, 회화는 자연의 모든 실재를

수단으로 영혼의 모든 개념을 하나의 통일된 표면 위에서 형태와 색상으로 표현하는 미술이라고 정의

한다. 흥미로운 점은 조각과 회화가 건축이라는 요람에서 나왔다고 보는 점인데, 같은 태반에서 조각이 

먼저 떨어져 나오고 회화가 나중에 떨어져 나왔다고 한다. 건축이 조각이나 회화보다 먼저라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인간 영혼의 모든 강조점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메아리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작업을

수행한 것이 바로 회화라고 말한다. 회화가 대상을 모방함으로써 영혼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예술이

자연의 주위를 맴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처럼 자연이 예술의 주위를 도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예술(회화)과 자연과의 관계를 완전히 역전시키는 발언이었다.


사실 이 책에서 다루는 회화에 관한 이론들은 미술 전공서적의 내용이나 다름이 없어 솔직히 이해하기

쉽지는 않았다. 그나마 이해를 도와주는 것은 실제 작품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것인데 예시로 든

작품 사진이 대부분 실려 있어서 글로만 읽었으면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을 내용들이 그림으로 보니

조금이나마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마지막에 이 책에 수록된 그림 목록을 나온 

순서대로 따로 정리해 놓고 있어 큰 도움이 되었는데 루브르 박물관이나 바티칸 박물관 등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유명 박물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았고, 특히 내가 가본 뮌헨의 알테

피나코테크 작품들이 대거 등장해 반가웠다. 사실 시간이 별로 없어 대충 보느라 많은 작품들을 꼼꼼히

보지 못해 아쉬웠던 곳인데 이 책에서 소개된 작품들도 거의 기억나는 작품이 없었다. 그동안 읽었던

대부분의 미술책에선 작가나 작품의 내용에 대한 소개가 주를 이루었던 반면, 이 책은 미술 기법과 

그 효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니 그동안 그림을 보면서 놓쳤던 부분들이 뭔지를 깨닫게 되었다. 특히

보색에 관한 이론은 이번에 제대로 정리할 수 있었는데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이 책에서 처음 제시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몰랐던 화가와 작품들을 무수히 만났는데 서양회화의 방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 자체가 고흐를 비롯한 후기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는데 서양

회화의 기본 이론을 집대성하고 있는 책이어서 언제 시간을 내어 차근차근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