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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역사와 만날 시간 - 인생의 변곡점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은 사람들
김준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5월
평점 :
요즘은 100세 시대라 마흔이 인생의 전환점이라 부르기 어렵지만 마흔이 되면 가정이나 사회에서 어느
정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가 되기 때문에 여러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마흔을 소재로 다룬 책들도 적지 않은데, 나도 전에 '고전에서 찾은 서른의 성공 마흔의 지혜',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하는 시간 2', '마흔의 공허함,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
등의 책을 읽어서 마흔에 필요한 것들을 나름 보충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이 책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지 않을까 싶었다.
역사 속 인물들이 40대에 겪었던 일이나 40대에 도움이 될 일화를 중심으로 31편을 수록한 이 책은
'구방심(놓치기 쉬운 마음을 붙들어라)', '도광양회(어둠 속에서 자신을 기르다)', '인능홍도(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인연생기(인간은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의 네 장에 걸쳐 마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와 중국 역사 속의 인물들의 얘기들이 등장하는데, 세종, 선조 등 익숙한
조선시대 왕들을 비롯해 왕수인(양명학의 창시자), 제환공과 오자서 등 중국의 여러 인물들이 등장
했다. 대부분은 구면인 인물들이지만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갔던 강항이나 후한 광무제 때의 명장
마원, 을미사변에 분개해 일제에 저항했던 이남규 등 초면인 인물들도 있었다. 제1장에선 마음과 관련된
얘기들이 등장하는데, 경청할 줄 몰랐던 선조는 독선과 아집에 빠져 나라와 백성들을 고통 속에
빠뜨렸고, 성군의 대명사인 세종도 말년에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불당을 건설할 정도로 마음이 흔들리고 약해졌음을 보여준다. 제2장에선 끔찍한 상황에 처했으면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낸 사람들을
소개하는데 궁형에 처하고도 '사기'를 완성한 사마천을 비롯해 대동법으로 유명한 김육도 어릴 때부터
부모를 잃는 등 여러 시련을 겪고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아 결국 커다란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제3장에선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갈량과 서희 등을 소개하고, 제4장에선 인간관계와 관련하여 김춘추와 김유신, 최명길과
조익 등의 사례를 소개한다. 마흔이란 나이에 남은 삶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누구나 고민이 많은데 이 책에 소개된 역사 속 인물들의 얘기들을 들어보면 그들의 사례가 분명 앞으로
마주칠 여러 상황의 좋은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잘 알려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