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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와 함께 떠나는 소아시아 역사문화산책 - 터키에서 본 문명, 전쟁 그리고 역사 이야기
조윤수 지음 / 렛츠북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지금의 터키가 있는 소아시아의 경우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곳이어서 세계 역사에서 항상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상대적으로 낯선 곳이라 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 중심의
서양사도 아니고 중국, 일본 중심의 동양사도 아닌 그야말로 양쪽 사이에 낀 곳이다 보니 그다지
관심을 받지도 못하고 비중 있게 다뤄지지도 않아서 사실 소아시아의 역사문화를 얘기하라고 하면
그다지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터키를 말로는 형제의 나라라고 추켜세우지만 한국전쟁 때 참전한
사실 말고 그들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전직 터키 대사였던 저자가
터키에 산재해 있는 여러 역사문화 유적들을 둘러보고 정리한 책이라 그동안 잘 몰랐던 소아시아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적지와 세계인류문명을 담고 있는 유적지 28군데를 방문하고 쓴
이 책에는 대부분 낯선 유적들이 등장하는데 그래도 첫 번째 주자는 최근에 읽은 책들에서 종종
만났던 괴베클리 테페였다. '인간화된 신'과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에서 괴베클리
테페를 근거로 종교가 농경생활보다 먼저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게 대두되었는데 실제 유적의
사진을 보니 감흥이 남달랐다. 저자가 대사여서 그런지 유적 발굴 현장 담당자의 생생한 얘기를
전해줘서 마치 현장을 가이드 투어하는 느낌도 들었다. 차탈회위크의 소아시아의 신석기 시대 거주지를
보면서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떠올리는 등 이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 유적과 우리의 문화유산을
연관지어 소개하는 것도 낯선 외국 유적들을 조금이나마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었다. 동서양 최초의 전쟁이라는 트로이 전쟁의 유적지는 많은 얘기들을 만들어냈는데 트로이
목마를 만들어 놓아 그 흔적을 잘 보여주었고, 하타이에선 고인돌 같은 느낌의 히타이트 왕 두상이
인상적이었다. 황금 설화로 유명한 미다스 왕이나 '고르디아스 매듭'에 얽힌 알렉산더 대왕의 에피소드,
'돈의 흐름으로 보는 세계사'에서 주화혁명을 이끌었던 왕으로 소개된 리디아의 크로이소스 왕이
신탁을 잘못 해석하여 페르시아와 전쟁을 벌이다 패망한 얘기 등 여러 유적들로부터 당대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이곳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영의 흔적도 많이 간직하고 있는데다 동서양과
양대 종교가 만나던 지역이라 정말 다양한 문화유적이 존재했는데 상대적으로 최근 역사라 할 수 있는
셀주크 투르크나 오스만 제국의 유적은 비중이 적었다. 이 책을 통해 터키에 있는 역사문화유산들을
만나 보니 터키라는 나라가 정말 문화유산의 보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지역이 아시아에 있어
당연히 아시아 국가로 분류되던 터키가 스스로 유럽 국가라고 하며 EU에 가입하려고 애쓰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언젠가는 한 번 터키 여행을 가서 이 책에서 소개된 여러 유적들을
직접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