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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나이트 ㅣ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평점 :
미국에 미스터리의 제왕이자 이야기의 화수분이 스티븐 킹이라면 일본에 그에 필적할 만한 사람으로는
단연 히가시노 게이고를 꼽을 것 같다. 워낙 다작을 하는 작가인 데다 여러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다양한
이야기를 소화해내는 그의 능력은 감탄을 자아내는데 이 책은 그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었던
'매스커레이드 호텔' 시리즈의 후속편인 '매스커레이드 이브'의 뒤를 잇는 작품이라 과연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전편들에서 나름 인연을 맺었던 닛타 형사와 호텔리어 나오미가 살인현장이 될 거라는 익명의 제보로
인해 코르테시아도쿄를 무대로 살인범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얘기가 펼쳐진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예고살인'처럼 범인이 살인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 이미 원룸에 있는 여자의 시체를 제보했던 자의
여자를 죽인 범인이 호텔 파티장에 등장한다는 신빙성 있는 제보로 인해 다시 호텔리어로 투입되는 닛타 형사는 자신을 눈엣가시처럼 취급하는 호텔 측의 우지하라의 구박을 견디며 범인의 출현을 감시한다.
한편 나오미는 프로포즈를 준비하는 고객의 어려운 부탁을 성공시키기 위해 특유의 센스를 발휘해
대처하지만 프로포즈는 성공하지 못하고 호텔에서 처음 본 여자와의 만남을 주선해달라는 새로운
부탁을 받게 된다. 하필 닛타 형사가 의혹의 눈초리로 지켜보던 여자에 대해 관심을 보여서 나오미는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제시하는 그녀의 놀라운
능력이 다시 한 번 발휘된다. 원룸에서의 살인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3년 전에 있었음을 알게 된
닛타 형사는 연쇄살인임을 직감하고 두 사건의 공통점을 수사해나가는데...
닛타 형사 시리즈를 보면서 호텔에서 이렇게 다양한 일들이 발생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프로포즈까지 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지 않나 작업을 걸도록 도와달라고 하는 등 온갖 황당한
요구들이 이어져 호텔리어도 쉬운 직업이 아님을 잘 알 수 있었다. 이런 요구들에 대해 대처하는
나오미의 능력은 정말 탁월했는데 고객만족 서비스의 달인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핵심 소재인
가면무도회에서의 범인의 등장은 어떻게 보면 좀 싱겁게 끝났다고 할 수 있었는데 그 사연에 오히려
더 큰 비중을 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훨씬 더 가까워진 닛타와 나오미 콤비가 도쿄를 떠나게
된 나오미로 인해 과연 다음 작품에서도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한데 그들 사이의 묘한 썸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