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좋다. 정사도 좋다. 

 



 "사졸은 아내를 때릴 수 있는 이가 아니고, 얼굴은 신발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유염은 결국 저자에서 처형되었다. -p246


 유염이 아내가 유선과 사사로이 정을 통했을 줄 의심하여 사졸을 불러 때리게 하고 심지어 신발로 호씨(아내)의 얼굴까지 때렸다.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지만 처형까지 당하다니 당시의 법이 상당히 엄했나보다.


 

 위연의 마음을 추측해볼 때 북쪽으로 가서 위나라에 항복하지 않고 남쪽으로 돌아온 것은 단지 양의 등을 없애려고 한 것이다. 평소에 여러 장수와 늘 의견이 달랐고, 그때 여론이 틀림없이 자신이 제갈량을 대신해야 한다고 하기를 바랐을 뿐, 본래 뜻은 촉나라를 배반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p251    


 진수의 평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위연은 전에 양의를 죽이려고 한 적도 있고 사이가 많이 나빴습니다. 이 참에 양의를 죽이고 자신이 군권을 장악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양의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유비는 장유의 불손함을 미워하고 있었는데, 그가 실언을 하여 더욱 화가 났다. (중략) 제갈량이 표를 올려 그 죄를 용서해달라고 청했지만 유비는 이렇게 대답했다.

 "향기 나는 난초가 문에 돋아난다면 부득이 베지 않을 수 없소." -p283  


 유비는 제갈량 말 참 안듣는 거 같다.



 "나는 직언을 좋아하여 회피하는 것이 없습니다. 언제나 병폐를 손가락질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비난과 미움을 사게 되었습니다. 그대 마음을 살펴보아도 내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내 말에는 조리가 있습니다. 지금 천하는 아직 평정되지 않았으므로 지모가 가장 필요합니다. 지모는 선천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애써서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태자의 독서는 차라리 우리가 힘을 다하고 지식을 넓혀서 자문을 기다리는 것을 마땅히 볻받아야지 박사가 책략을 탐구하고 시책을 강론함으로써 작위를 구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겠습니까! 마땅히 긴급한 지식을 배우는 데 힘써야 합니다." 

 극정은 맹광의 견해가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맹광은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면직되었다가 아흔 살 무렵에 세상을 떠났다. -p292 

 

 맹광이란 인물이 참 인상깊었다. 맹광은 자신을 찾아온 극정에게 유선에 대해 묻는다. 극정의 대답을 듣고 유선이 지모가 부족한 것을 깨닫고 극정에게 열심히 공부시키라고 말한다. 아흔 살 무렵까지 살았다니 오래 살았다. 최장수 인줄 알았는데 내민이란 사람이 아흔일곱 살까지 살았다. 



 황숭은 병사들을 독려하며 필사의 각오로 싸우다가 전쟁터에서 죽었다. -p326 


 황숭은 황권의 아들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황권은 위나라에 항복했지만 황숭은 끝까지 촉에 충성을 다했다. 등애가 산을 넘어오자 황숭은 제갈첨에게 마땅히 재빠르게가서 요충지를 점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로 옳은 판단이었다. 하지만 제갈첨이 결정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자 눈물까지 흘렸다. 



 <정사 삼국지: 촉서> 재밌었다. 내가 워낙 촉빠라서 재밌게 읽었는데 위서와 오서는 잘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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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사 삼국지 : 촉서>를 읽었다. 위서, 오서도 읽어보고 싶다. 연의에 없는 색다른 맛이 있다.  




 유비는 다시 처자식을 얻어 조조를 따라 허도로 돌아왔다. 조조는 표를 올려 유비를 좌장군에 임명했다. 그리고 유비에 대한 예절은 갈수록 정주하여 밖으로 나갈 때는 똑같은 수레에 타고 앉을 때도 자리를 같이했다. -p57


 "지금 천하에 영웅이 있다면 당신과 나뿐이오. 원술 같은 사람은 그 안에 들지 못하오." -p58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법.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고, A급은 A급을 알아봅니다. 요즘 그걸 더욱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조조는 여포를 치고 유비와 함께 허도로 옵니다. 좌장군은 당시 조조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벼슬이었다고 합니다. 조조는 유비를 최고로 대우해줍니다. 



 원소는 부장을 보내 길에서 유비를 맞이하여 받들도록 하고, 자신은 업성에서 2백 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유비와 만났다. -p59

 

 2백 리면 약 80km다. 원소는 80km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



 [평하여 말한다]

 유비는 도량이 넓고 의지가 강하여 마음이 너그럽고 인물을 알아보며 선비를 예우했다. 그는 한나라 고조의 풍모를 지녔고 영웅의 그릇이었다. 그가 나라를 받들고 태자를 보좌하는 일을 제갈량에게 부탁하되 마음에 의심이 없었던 것은 확실히 임금과 신하의 지극한 공심이며 고금을 통해 가장 훌륭한 보험이었다. 유비는 임기웅변의 재간과 책략이 조조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국토도 좁았다. 그러나 좌절해도 굴복하지 않으며 끝까지 조조의 신하가 되지 않았다. 조조의 도량으로는 틀림없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 여겨 그와 이익을 다투지 않았으며, 또한 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p81~82  


 진수의 평이다. 



 하구에 이르러 장강의 강기슭을 떠도는 신세가 되자, 관우는 화가 잔뜩 나서 말했다. "지난날 사냥할 때 제 말을 따랐더라면 오늘 이 어려움은 없었을 것입니다." -p142 


 유비에게 툴툴대는 관우가 왠지 귀엽네요ㅎ



 장비는 지나는 곳마다 모두 이기고 성도에서 유비와 만났다. 익주가 평정된 뒤 제갈량, 법정, 장비, 관우에게 각각 금 5백 근, 은 1천근, 동전 5천만 개, 비단 1천 필을 내리고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각각 차이를 두어 하사했다. 그리고 장비를 파서 태수로 삼았다. -p147  


 제갈량, 법정, 장비, 관우가 사천왕이네요. 방통이 살아있었으면 방통까지 오천왕이었을 텐데.



 "변화를 꾀하는 시대에는 진실로 한 길로 결정될 수만은 없습니다. 약한 자를 병합하고 어리석은 자를 치는 것은 오패의 일이었습니다. 무리한 수단으로 익주를 빼앗아도 바른 방법으로 유지하고, 도의로써 그들에게 보답하며, 일이 안정된 뒤에 대국으로 봉한다면 어찌 신의에 어긋나는 일이겠습니다? 지금 취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할 뿐입니다." -p163 


 유비를 설득하는 방통이다. 



 이적이 오나라에 사자로 갔을 때, 손권은 그의 재능과 말솜씨가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굴복시키려고 마음을 먹었다.

 이적이 마침 들어와서 인사를 했다. 손권이 말했다.

 "도가 없는 군주를 섬기느라 수고하십니다." 

 이적이 곧바로 대답했다.

 "한 번 절했을 뿐인데 수고한다고 말하기엔 충분하지 못하지요." -p189


 순발력과 재치, 담력이 돋보인다. 



 동윤은 유선을 보필하면서 바른 소리를 했다. 유선은 점점 그를 어려워하고 꺼리게 되었다. 환관 황호는 동윤이 두려워서 감히 그릇된 행동을 하지 못했지만 동윤이 세상을 떠나자 활게치게 된다. 



 제갈량은 유봉이 용맹하고 강직한 인물이므로 유비가 죽고 나면 제어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하고 유비에게 그를 없애라고 권했다. 그래서 유봉에게 자살하도록 했다. 유봉이 탄식하며 말했다. 

 "맹자도(맹달)의 말을 듣지 않은 게 한스럽구나." 

 유비는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p231 


 위나라에 항복한 맹달이 유봉에게 귀순을 청했지만 유봉은 듣지 않았다. 유비가 차마 자신을 죽이기까지 할 줄은 몰랐으리라. 



 소개하지 못한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 지루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대체로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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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1-08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건 우리가 아는 그 삼국지가 아니군요. 그래도 왠지 기품있어보이네요. 그나저나 라고님 삼국지 전문가 되시겠어요. ㅋ

고양이라디오 2024-11-08 18:44   좋아요 1 | URL
네ㅎ 소설이 아닌 역사예요ㅎ 기품있습니다ㅎㅎ

아직 명함도 못 내밉니다ㅎㅎ 그래도 삼국지 재밌습니다^^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를 각색한 그래픽 노블이다. 현재 3권까지 나와있다. 3권이 너무 보고 싶다. 도서관 예약 중이다. 이번 주에 부디 반납 잘해주시길. 우리 모두 연체하지 말고 반납 잘 합시다! 


 2권을 다시 읽었다. 다시 읽어도 좋다. 훌륭한 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의 질서가 본인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확실히 해둘게요. 모든 인간은 죽은 사람들의 꿈 안에서 살아요. 인간은 조상들의 신화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태어나고, 누구도 여기서 도망칠 수 없어요. -p111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처음 읽었을 때 충격받았었다. 수많은 통찰이 담긴 책이었다. 그 중 하나가 우리가 믿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허구라는 사실이었다. 객관적 실재가 아닌 상호주관적 실재다. 우리는 자동차에 부딪힐 수 있지만 국가에 물리적으로 부딪힐 수는 없다. 



 새로운 지배층은 자신들의 재산과 특권을 확실히 지키고 싶었어요. (중략) 자식들에게 부와 권력을 물려주려고 했죠. 그래서 사제와 전사들은 하인의 자식들이 자기 자식들과 경쟁하지 못하게 하려고, 모든 사람은 자기 부모와 같은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p189  

 

 카스트 제도 이야기다. 인도 뿐 아니라 과거 세계 어느 곳이든 이런 식의 제도가 존재했다. 신분제도는 특권층에게 정당성을 주고 자신들의 특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줬다. 지금은 이런 제도가 허구의 제도라고 모두 깨닫게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이런 특권들을 유지하게 해주는 사회제도가 존재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음흉하게. 



 코끼리와 보노보 같은 동물 종을 보면, 의존적인 암컷과 경쟁적인 수컷 사이의 역학 관계는 가부장제가 아니라 모계사회를 낳았어요. -p236   

 

 <소모되는 남자>란 책에서 여성과 남성은 자신의 역할에 맡게 분업을 하고 서로 협동을 했다고 주장한다. 공격적이고 경쟁적인 남성은 사냥과 전쟁을 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여성은 육아와 가정을 돌봤다는 것이다. 이 가설도 완벽하진 않다. 코끼리와 보노보도 의존적인 암컷과 경쟁적인 수컷이 있지만 이들은 가부장제가 아닌 모계사회를 나았다. 


 내 생각에는 초기 조건이 중요했을 거 같다. 원시 부족사회를 보면 이웃 부족과 평화롭게 지내느냐 아니면 전쟁 등 경쟁적으로 지내느냐는 환경이 얼마나 풍족하느냐와 관계있다. 먹을 것이 풍족하면 자신의 영역에서 잘 지내면 된다. 이는 모계사회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에서는 영역다툼이 발생한다. 이는 전쟁과 약탈, 사냥이 보다 중요해지는 부계사회를 낳게 되는 게 아닐까? 침팬지나 개미들처럼 말이다. 진화는 우연에 의해서 길이 갈라지기도 한다.



 a: 그런데 빅 스토리의 어느 대목을 유지할지 어떻게 알죠? 그리고 어느 대목을 바꿀지?

 b: 올바른 균형을 찾아야 해요. 사람들이 아무것도 믿지 않으면 사회 질서가 무너져 많은 고통이 따를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이 뭔가를 너무 강박적으로 믿으면, 그것 역시 끔찍한 고통을 일으킬 수 있어요. 정치의 핵심은 올바른 균형을 찾는 거예요.

 a: 하지만 그 올바른 균형을 어떻게 찾죠? 

 b: 고통이 열쇠예요. 항상 이렇게 물어야 해요. "우리 이야기 때문에 누군가 고통받고 있는가? 만일 있다면... 그런 다음 그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요. -p248

 

 최근 있었던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이 생각난다. XY 염색체에 고환을 가지고 자궁이 없는 사람이 자신이 여성이라 주장하고 여성부 경기를 뛰었다. 그 사람의 16강 전 상대 선수는 코뼈가 부러져 46초 만에 기권했다. 그 사람은 결국 금메달을 땄다. 고통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그 사람을 여성부 경기에서 못 뛰게 하면 그 사람은 고통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을 여성부 경기에서 뛰게 하면 그의 대전 상대들은 모두 고통받을 것이다. 4년 간 올림픽을 준비하고 나섰는데 자신보다 월등한 신체능력을 가진 사람과 싸워야 하다니. 아무리 봐도 남자같은 사람과 경기를 해야 하다니. 올바른 균형을 찾아야 한다. 


 

 3권을 기다리는 동안 1권을 다시 봐야하나. 좋은 책은 다시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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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년도에 읽은 책이다. 무척 재밌게 읽었다.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책. 유머와 전문성이 결합된 책이다. 저자의 다른 책이 있나 봤더니 있다! 요즘 계속 읽고 싶은 책, 사고 싶은 책이 늘어간다. 큰 일이다.


















 수학자는 늘 <어떤 가정을 품고 있는가? 그 가정은 정당한가?> 라고 묻는다. -p19 


 

 수학에서는 꼭 지켜야 할 위생 법칙이 하나 있다. 어떤 수학 기법을 현장에 적용하여 시험할 때는 같은 계산을 다른 방식으로 여러 차례 반복하라는 것이다. 만일 그때마다 다른 답이 나온다면, 기법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p89 


 교차 검증해봐야 한다.



 자, 귀무가설 기각 과정을 경영자들의 발표처럼 멋있게 요약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실험을 한다.

 2. 귀무가설이 참이라고 가정하고, 그 경우에 관찰 결과처럼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확률을 p라고 하자. 

 3. p의 값을 p값이라고 부른다. p값이 아주 작으면, 기뻐하라. 당신의 결과가 통계적 유의성이 있다고 말해도 좋다. p값이 크면, 귀무가설을 기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얼마나 작아야 <아주 작을까>? (중략), p=0.005, 즉 1/20를 기준으로 삼는 방법이다.  


 이렇게 쓰니 엄청 어려워보인다. 좀 더 쉽게 풀이하면, 일단 귀무가설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된다. 귀무가설은 자신이 입증하고 싶은 가설에 반대되는 가설이다. 예를들면 나는 용의자 A가 유죄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A가 무죄라는 가설은 귀무가설이 된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느냐고 묻는다면, A가 유죄라는 것을 증명하기보다 A가 무죄라는 것을 증명하기가 쉬울 때가 있다. 암튼 가설을 뒤집어서 실험하거나 증명하는 게 쉬울 때 귀무가설을 사용한다. 


 귀무가설이 참이라고 하고 그 관찰 결과의 값 p가 0.05 보다 낮으면 그 반대가 참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다시 예를 들면 나는 용의자 A가 유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귀무가설로 용의자 A가 무죄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한다. 그 가설이 참이라고 했을 때 실험해봤더니 확률이 5%였다. 그 용의자가 무죄일 확률이 5%이니 반대로 유죄일 확률은 95%라는 이야기다. p값이 작을 수록 기뻐하면 된다. 



 <뷰티풀 마인드>, <프루프>, <파이> 같은 영화들은 수학을 집착과 현실 도피의 축약어처럼 사용한다. -p294 


 <뷰티풀 마인드>를 재밌게 봐서 같이 언급된 <프루프>, <파이> 영화들도 보고 싶다.


 



 














 이 책의 저자가 파스칼의 <팡세>는 놀라운 작품이라 평했다. <팡세>도 꼭 읽어보고 싶은 고전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가 말했듯이, <일류 지성을 시험하는 잣대는 반대되는 두 개념을 동시에 머릿속에 간직하면서도 계속 기능할 줄 아는 능력이다.> -p559 


 내가 좋아하는 명언이다.



 아래는 이 책의 에필로그 마지막 문단이다. 수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답이다. 바로 이 책의 제목처럼 틀리지 않기 위해서 수학은 필요하다.


 수학의 교훈은 단순하다. 이 교훈에는 숫자도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세상에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 우리는 그 일부나마 이해할 수 있으므로 감각이 안겨 주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중략)

 여러분이 좋은 것이 더 많다고 해서 항상 더 좋아지지는 않음을 이해할 때, 혹은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도 기회가 충분히 많이 주어진다면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볼티모어 주식 중개인의 유혹을 물리칠 때, 혹은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만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들을 다 떠올린 뒤 어느 것이 좀 더 확률이 높고 어느 것은 좀 더 낮은지 고려하면서 결정할 때, 혹은 집단의 신념은 개개인의 신념과 동일한 규칙을 따른다는 생각을 버릴 때, 혹은 여러분의 직관이 형식적 추론이 깔아 둔 도로들을 따라서만 내달리도록 풀어 줄 때, 여러분은 방정식 하나 안 쓰고 그래프 하나 안 그리면서도 수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수단을 동원한 상식의 연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걸 언제 써먹겠느냐고? 여러분은 태어난 순간부터 수학을 해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부디 잘 사용하기를. -p565 


 수학은 결국 합리적 추론이다. 상식의 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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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
조던 B. 피터슨 외 지음, 조은경 옮김 / 프시케의숲 / 201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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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긴 했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 책이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두 명씩 편을 나누어 토론을 한다.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진 거 같지 않다. 특히 찬성 쪽에 마이클 에릭 다이슨 때문에 더욱 토론이 엉망이 되었다. 지금껏 멍크 디베이트에서 만난 토론자 중 최악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PC주의 그 자체였다. 상대방의 말은 안듣고 앵무새처럼 계속 같은 이야기만 반복.


 일단 PC의 정의부터 알고 가자. PC는 '정치적 올바름'을 뜻하는 영어 'Political Correctness'의 준말로서 소수자들을 차별, 배제하는 언어 사용 및 표현을 지양하자는 신념, 혹은 그에 기반한 사회운동을 뜻하는 말이다. 


 PC주의. 진짜 이제는 듣기만 해도 징글징글하다. 미리 밝혀두지만 나는 기회의 평등, 성평등에 찬성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이건 정치적 올바름의 반대측 토론자인 조던 피터슨과 스티븐 프라이도 마찬가지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내가 PC주의에 반대하는 건 너무 교조적이고 비관용, 비타협적인 태도와 극단적인 부분들이다. 기회의 평등은 찬성하지만 결과의 평등은 반대한다. 성평등은 찬성하지만 성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는 반대한다. 


 아직 여성과 흑인 등이 차별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 해결책들에 대해서 결과의 평등을 주장하거나 남성과 백인이 특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끌어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치적 올바름이 절대적 선이고 모두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고 이상적이지도 않다. 외모를 비하하거나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면 안된다. 하지만 개그맨이 외모를 가지고 개그를 하는 것까지 불편하게 받아들이길 원하지는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주길 바란다.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면 안되지만 현실은 누구나 이쁜 사람고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는 우리는 이에 영향을 받는다. 굳이 못생긴 주인공을 영화관에서 보고 싶지 않다. 외모도 능력이다. 지능을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면 안되지만 무식한 사람을 회사에서 혹은 대학교에서 임용해선 안된다. 외모, 피부색, 지능 등으로 그 사람의 다른 부분까지 평가해선 안되지만 그 자체는 인정하고 존중해줘야한다. 백설공주에 백인 배우를 쓰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굳이 백설공주를 흑인이나 라틴계 배우를 쓸 필요가 있을까?


 PC주의가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엔터테이먼트 산업까지 침입하는 것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 너무 사람을 가르치려한다는 느낌이 들어 반감이 든다. 영화에서 살인이 벌어져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실에서 살인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안다. 영화에서 살인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야할까? 굳이 이런 교육을 내돈내고 즐기러간 영화에서 받아야할까? 


 아무튼 PC주의는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만 가득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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