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 삼국지 : 촉서>를 읽었다. 위서, 오서도 읽어보고 싶다. 연의에 없는 색다른 맛이 있다.
유비는 다시 처자식을 얻어 조조를 따라 허도로 돌아왔다. 조조는 표를 올려 유비를 좌장군에 임명했다. 그리고 유비에 대한 예절은 갈수록 정주하여 밖으로 나갈 때는 똑같은 수레에 타고 앉을 때도 자리를 같이했다. -p57
"지금 천하에 영웅이 있다면 당신과 나뿐이오. 원술 같은 사람은 그 안에 들지 못하오." -p58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법.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고, A급은 A급을 알아봅니다. 요즘 그걸 더욱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조조는 여포를 치고 유비와 함께 허도로 옵니다. 좌장군은 당시 조조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벼슬이었다고 합니다. 조조는 유비를 최고로 대우해줍니다.
원소는 부장을 보내 길에서 유비를 맞이하여 받들도록 하고, 자신은 업성에서 2백 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유비와 만났다. -p59
2백 리면 약 80km다. 원소는 80km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
[평하여 말한다]
유비는 도량이 넓고 의지가 강하여 마음이 너그럽고 인물을 알아보며 선비를 예우했다. 그는 한나라 고조의 풍모를 지녔고 영웅의 그릇이었다. 그가 나라를 받들고 태자를 보좌하는 일을 제갈량에게 부탁하되 마음에 의심이 없었던 것은 확실히 임금과 신하의 지극한 공심이며 고금을 통해 가장 훌륭한 보험이었다. 유비는 임기웅변의 재간과 책략이 조조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국토도 좁았다. 그러나 좌절해도 굴복하지 않으며 끝까지 조조의 신하가 되지 않았다. 조조의 도량으로는 틀림없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 여겨 그와 이익을 다투지 않았으며, 또한 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p81~82
진수의 평이다.
하구에 이르러 장강의 강기슭을 떠도는 신세가 되자, 관우는 화가 잔뜩 나서 말했다. "지난날 사냥할 때 제 말을 따랐더라면 오늘 이 어려움은 없었을 것입니다." -p142
유비에게 툴툴대는 관우가 왠지 귀엽네요ㅎ
장비는 지나는 곳마다 모두 이기고 성도에서 유비와 만났다. 익주가 평정된 뒤 제갈량, 법정, 장비, 관우에게 각각 금 5백 근, 은 1천근, 동전 5천만 개, 비단 1천 필을 내리고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각각 차이를 두어 하사했다. 그리고 장비를 파서 태수로 삼았다. -p147
제갈량, 법정, 장비, 관우가 사천왕이네요. 방통이 살아있었으면 방통까지 오천왕이었을 텐데.
"변화를 꾀하는 시대에는 진실로 한 길로 결정될 수만은 없습니다. 약한 자를 병합하고 어리석은 자를 치는 것은 오패의 일이었습니다. 무리한 수단으로 익주를 빼앗아도 바른 방법으로 유지하고, 도의로써 그들에게 보답하며, 일이 안정된 뒤에 대국으로 봉한다면 어찌 신의에 어긋나는 일이겠습니다? 지금 취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할 뿐입니다." -p163
유비를 설득하는 방통이다.
이적이 오나라에 사자로 갔을 때, 손권은 그의 재능과 말솜씨가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굴복시키려고 마음을 먹었다.
이적이 마침 들어와서 인사를 했다. 손권이 말했다.
"도가 없는 군주를 섬기느라 수고하십니다."
이적이 곧바로 대답했다.
"한 번 절했을 뿐인데 수고한다고 말하기엔 충분하지 못하지요." -p189
순발력과 재치, 담력이 돋보인다.
동윤은 유선을 보필하면서 바른 소리를 했다. 유선은 점점 그를 어려워하고 꺼리게 되었다. 환관 황호는 동윤이 두려워서 감히 그릇된 행동을 하지 못했지만 동윤이 세상을 떠나자 활게치게 된다.
제갈량은 유봉이 용맹하고 강직한 인물이므로 유비가 죽고 나면 제어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하고 유비에게 그를 없애라고 권했다. 그래서 유봉에게 자살하도록 했다. 유봉이 탄식하며 말했다.
"맹자도(맹달)의 말을 듣지 않은 게 한스럽구나."
유비는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p231
위나라에 항복한 맹달이 유봉에게 귀순을 청했지만 유봉은 듣지 않았다. 유비가 차마 자신을 죽이기까지 할 줄은 몰랐으리라.
소개하지 못한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 지루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대체로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