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도에 읽은 책이다. 무척 재밌게 읽었다.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책. 유머와 전문성이 결합된 책이다. 저자의 다른 책이 있나 봤더니 있다! 요즘 계속 읽고 싶은 책, 사고 싶은 책이 늘어간다. 큰 일이다.
수학자는 늘 <어떤 가정을 품고 있는가? 그 가정은 정당한가?> 라고 묻는다. -p19
수학에서는 꼭 지켜야 할 위생 법칙이 하나 있다. 어떤 수학 기법을 현장에 적용하여 시험할 때는 같은 계산을 다른 방식으로 여러 차례 반복하라는 것이다. 만일 그때마다 다른 답이 나온다면, 기법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p89
교차 검증해봐야 한다.
자, 귀무가설 기각 과정을 경영자들의 발표처럼 멋있게 요약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실험을 한다.
2. 귀무가설이 참이라고 가정하고, 그 경우에 관찰 결과처럼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확률을 p라고 하자.
3. p의 값을 p값이라고 부른다. p값이 아주 작으면, 기뻐하라. 당신의 결과가 통계적 유의성이 있다고 말해도 좋다. p값이 크면, 귀무가설을 기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얼마나 작아야 <아주 작을까>? (중략), p=0.005, 즉 1/20를 기준으로 삼는 방법이다.
이렇게 쓰니 엄청 어려워보인다. 좀 더 쉽게 풀이하면, 일단 귀무가설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된다. 귀무가설은 자신이 입증하고 싶은 가설에 반대되는 가설이다. 예를들면 나는 용의자 A가 유죄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A가 무죄라는 가설은 귀무가설이 된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느냐고 묻는다면, A가 유죄라는 것을 증명하기보다 A가 무죄라는 것을 증명하기가 쉬울 때가 있다. 암튼 가설을 뒤집어서 실험하거나 증명하는 게 쉬울 때 귀무가설을 사용한다.
귀무가설이 참이라고 하고 그 관찰 결과의 값 p가 0.05 보다 낮으면 그 반대가 참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다시 예를 들면 나는 용의자 A가 유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귀무가설로 용의자 A가 무죄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한다. 그 가설이 참이라고 했을 때 실험해봤더니 확률이 5%였다. 그 용의자가 무죄일 확률이 5%이니 반대로 유죄일 확률은 95%라는 이야기다. p값이 작을 수록 기뻐하면 된다.
<뷰티풀 마인드>, <프루프>, <파이> 같은 영화들은 수학을 집착과 현실 도피의 축약어처럼 사용한다. -p294
<뷰니풀 마인드>를 재밌게 봐서 같이 언급된 <프루프>, <파이> 영화들도 보고 싶다.
이 책의 저자가 파스칼의 <팡세>는 놀라운 작품이라 평했다. <팡세>도 꼭 읽어보고 싶은 고전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가 말했듯이, <일류 지성을 시험하는 잣대는 반대되는 두 개념을 동시에 머릿속에 간직하면서도 계속 기능할 줄 아는 능력이다.> -p559
내가 좋아하는 명언이다.
아래는 이 책의 에필로그 마지막 문단이다. 수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답이다. 바로 이 책의 제목처럼 틀리지 않기 위해서 수학은 필요하다.
수학의 교훈은 단순하다. 이 교훈에는 숫자도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세상에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 우리는 그 일부나마 이해할 수 있으므로 감각이 안겨 주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중략)
여러분이 좋은 것이 더 많다고 해서 항상 더 좋아지지는 않음을 이해할 때, 혹은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도 기회가 충분히 많이 주어진다면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볼티모어 주식 중개인의 유혹을 물리칠 때, 혹은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만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들을 다 떠올린 뒤 어느 것이 좀 더 확률이 높고 어느 것은 좀 더 낮은지 고려하면서 결정할 때, 혹은 집단의 신념은 개개인의 신념과 동일한 규칙을 따른다는 생각을 버릴 때, 혹은 여러분의 직관이 형식적 추론이 깔아 둔 도로들을 따라서만 내달리도록 풀어 줄 때, 여러분은 방정식 하나 안 쓰고 그래프 하나 안 그리면서도 수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수단을 동원한 상식의 연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걸 언제 써먹겠느냐고? 여러분은 태어난 순간부터 수학을 해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부디 잘 사용하기를. -p565
수학은 결국 합리적 추론이다. 상식의 연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