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를 각색한 그래픽 노블이다. 현재 3권까지 나와있다. 3권이 너무 보고 싶다. 도서관 예약 중이다. 이번 주에 부디 반납 잘해주시길. 우리 모두 연체하지 말고 반납 잘 합시다!
2권을 다시 읽었다. 다시 읽어도 좋다. 훌륭한 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의 질서가 본인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확실히 해둘게요. 모든 인간은 죽은 사람들의 꿈 안에서 살아요. 인간은 조상들의 신화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태어나고, 누구도 여기서 도망칠 수 없어요. -p111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처음 읽었을 때 충격받았었다. 수많은 통찰이 담긴 책이었다. 그 중 하나가 우리가 믿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허구라는 사실이었다. 객관적 실재가 아닌 상호주관적 실재다. 우리는 자동차에 부딪힐 수 있지만 국가에 물리적으로 부딪힐 수는 없다.
새로운 지배층은 자신들의 재산과 특권을 확실히 지키고 싶었어요. (중략) 자식들에게 부와 권력을 물려주려고 했죠. 그래서 사제와 전사들은 하인의 자식들이 자기 자식들과 경쟁하지 못하게 하려고, 모든 사람은 자기 부모와 같은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p189
카스트 제도 이야기다. 인도 뿐 아니라 과거 세계 어느 곳이든 이런 식의 제도가 존재했다. 신분제도는 특권층에게 정당성을 주고 자신들의 특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줬다. 지금은 이런 제도가 허구의 제도라고 모두 깨닫게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이런 특권들을 유지하게 해주는 사회제도가 존재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음흉하게.
코끼리와 보노보 같은 동물 종을 보면, 의존적인 암컷과 경쟁적인 수컷 사이의 역학 관계는 가부장제가 아니라 모계사회를 낳았어요. -p236
<소모되는 남자>란 책에서 여성과 남성은 자신의 역할에 맡게 분업을 하고 서로 협동을 했다고 주장한다. 공격적이고 경쟁적인 남성은 사냥과 전쟁을 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여성은 육아와 가정을 돌봤다는 것이다. 이 가설도 완벽하진 않다. 코끼리와 보노보도 의존적인 암컷과 경쟁적인 수컷이 있지만 이들은 가부장제가 아닌 모계사회를 나았다.
내 생각에는 초기 조건이 중요했을 거 같다. 원시 부족사회를 보면 이웃 부족과 평화롭게 지내느냐 아니면 전쟁 등 경쟁적으로 지내느냐는 환경이 얼마나 풍족하느냐와 관계있다. 먹을 것이 풍족하면 자신의 영역에서 잘 지내면 된다. 이는 모계사회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에서는 영역다툼이 발생한다. 이는 전쟁과 약탈, 사냥이 보다 중요해지는 부계사회를 낳게 되는 게 아닐까? 침팬지나 개미들처럼 말이다. 진화는 우연에 의해서 길이 갈라지기도 한다.
a: 그런데 빅 스토리의 어느 대목을 유지할지 어떻게 알죠? 그리고 어느 대목을 바꿀지?
b: 올바른 균형을 찾아야 해요. 사람들이 아무것도 믿지 않으면 사회 질서가 무너져 많은 고통이 따를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이 뭔가를 너무 강박적으로 믿으면, 그것 역시 끔찍한 고통을 일으킬 수 있어요. 정치의 핵심은 올바른 균형을 찾는 거예요.
a: 하지만 그 올바른 균형을 어떻게 찾죠?
b: 고통이 열쇠예요. 항상 이렇게 물어야 해요. "우리 이야기 때문에 누군가 고통받고 있는가? 만일 있다면... 그런 다음 그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요. -p248
최근 있었던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이 생각난다. XY 염색체에 고환을 가지고 자궁이 없는 사람이 자신이 여성이라 주장하고 여성부 경기를 뛰었다. 그 사람의 16강 전 상대 선수는 코뼈가 부러져 46초 만에 기권했다. 그 사람은 결국 금메달을 땄다. 고통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그 사람을 여성부 경기에서 못 뛰게 하면 그 사람은 고통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을 여성부 경기에서 뛰게 하면 그의 대전 상대들은 모두 고통받을 것이다. 4년 간 올림픽을 준비하고 나섰는데 자신보다 월등한 신체능력을 가진 사람과 싸워야 하다니. 아무리 봐도 남자같은 사람과 경기를 해야 하다니. 올바른 균형을 찾아야 한다.
3권을 기다리는 동안 1권을 다시 봐야하나. 좋은 책은 다시 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