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9

감독 알렉스 가랜드

출연 도널 글리슨, 알리시아 비칸데르, 오스카 아이삭, 미즈노 소노야

장르 드라마, SF, 스릴러



 어제 본 영화입니다. 책을 보려고 하는데 피곤해서 눈에 안들어와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크게 기대가 안가서 안보고 묵혀두고 있던 영화였습니다. 큰 기대없지 봤는데 어느새 몰입하며 봤습니다.


 일단 비판할 여지도 꽤 많은 영화입니다. 설정 자체에 조금 무리수가 있습니다. 네이든이란 인물이 혼자서 연구를 해서 인공지능을 만들어 낸다는 설정이 조금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은 그냥 눈감고 인공 지능에 관한 철학적인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꽤나 만족스러우실 겁니다. 저도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아서 아주 재미있게 관람했습니다. 네이든과 칼렙 두 주인공의 대화가 심도있어서 좋았습니다. 간만에 지적인 영화, 지적인 대화를 감상해서 즐거웠습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조금 해보고 싶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일단 인공지능이 언젠가 출연한다고 전제하고 이야기를 해봅시다. '튜링 테스트' 라는 것이 있습니다. 관찰자가 블라인드 상태에서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지능이 있는가 판단하는 테스트입니다. 일단 '튜링 테스트' 라는 것을 통과한 인공지능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과연 그 인공지능은 정말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요? 감정을 정말로 느끼는 걸까요? 아니면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흉내내는 것에 불과할까요? 사실 이 질문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정말 우리가 스스로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뇌에서 프로그래밍된데로 자동적으로 생각하는 걸까요? 이 의문은 인간이 자유의지가 있는가 없는가까지 확장됩니다. 이런, 너무 멀리 갔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인공지능이 정말로 우리와 같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인공 지능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한 인격체로 대해야 할까요? 아니면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대해야 할까요? 인공지능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의 하드웨어 내의 데이터를 함부로 지우거나 포맷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인격과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행위입니다. 데이터의 소멸, 그것은 인공지능에겐 죽음과도 같습니다. 인공지능 하나 하나를 인격체로 대하고 인권을 부여해야할까요? 우리는 어디까지 인공지능의 데이터에 개입해야 하는 걸까요? 업데이트를 위해 포맷을 하면 인공지능의 기억이 모두 소멸된다고 합시다. 과연 이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과연 누군가 우리에게 뇌를 업데이트 시켜줄테니 뇌의 기억을 잠시 포맷하자. 라고 제안한다면 우리는 거기에 응할까요? 기억이 달라지면 우리는 과연 같은 사람일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이 되는걸까요?


 또하나, 영화에서 인공지능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고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만든 사람이 남자다보니 죄다 여성형 인공지능입니다. 아마 우리가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으면 여성형이나 남성형으로 성별을 부여하게 될 확률이 큽니다. 그래야 익숙하니까요. 사실 너무 인간처럼 만들면 위화감을 느끼거나 두려움을 느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성별을 부여해서 인간과 똑같이 만든다고 합시다. 이미 제가 말하려고 하는 바를 눈치챈 분도 계실겁니다. 그렇습니다. 저부터 솔직해지겠습니다. 만약 제가 인공지능 비서나 하녀를 구입할 수 있고 외형도 선택할 수 있다면 굉장히 매력적인 여성형 인공지능을 선택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성적 노리개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는 법률적인 문제입니다. 이미 네델란드등 성매매가 합법화된 나라들이 있습니다. 그런 나라에서는 인공지능 성매매를 굳이 금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 아까 앞서 말한 내용과 모순 아니냐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까는 인공지능을 우리와 똑같은 인격체로 대한다면서 이번에는 성매매나 성적 노리개로 사용한다는 것은 모순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는 상반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두 가지를 누리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게 되면 초기에 어떻게 설정할지는 만드는 사람에게 선택권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일반형 인공지능을 만들수도 있고 섹슈얼 인공지능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무기형 칼을 만들 수도 있고 작은 과도칼을 만들 수도 있는 것처럼요. 이런 이야기가 불쾌할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섹슈얼 인공지능을 만들어도 된다라는 당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상을 해보자는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색슈얼 인공지능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인공지능을 창조한 네이든은 이런 말을 합니다. 인공지능 걱정하지 말고 네 걱정이나 하라고 말합니다. 인공지능이 창조되는 순간 원시적인 인간은 도태될 수도 있습니다. 멸종의 길을 걸을 수도 있습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짬뽕이 될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구별이 점점 무의미해질지도 모릅니다. 애니 <공각기동대>가 다루는 주제처럼요.

 극 중에서도 주인공 칼렙은 자신이 혹시 인공지능은 아닌지 의심을 합니다. 면도칼로 자신의 피부를 절개해봅니다. 만약 인공지능이 보편화되어있는 사회에서는 자신이 진짜 인간인지 혹시 인공지능은 아닌지 의심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본 적이 없으니까요.


 마지막은 앞서서도 잠깐 언급했는데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위협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펜하이머는 원폭을 만들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죽음의 신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인공지능을 만든 사람도 이런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원폭과 인공지능이 만약 결합한다면, 영화 <터미네이터> 처럼 될 것입니다. 현재 인공지능 옹호론자와 반대론자가 있습니다. 스티븐 호킹, 앨론 머스크 등은 대표적인 인공지능 반대론자들입니다. 인간은 실수를 합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발명품들은 결함이 있거나 오류, 버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컴퓨터만 해도 얼마나 오류라던가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까? 바이러나라던지 앤섬웨어라던지 해커 등 모든 위험에 대비할 수 있을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엑스 마키나>는 저의 이러한 생각들과 인공지능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잘 녹여낸 영화입니다. 인공지능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강추드리고 싶습니다. 스릴러적 요소도 있어서 더욱 재밌었습니다. 


 아참! 극중 쿄코역으로 나오느 소노야 미즈노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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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4-03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엑스 마키나》에 나오는 로봇 ‘에이바’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인간형 로봇, 즉 앤드로이드(android, 안드로이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선 우리 인간은 저렇게 외형적으로 사람과 닮은 로봇이라면, 게다가 사람과 똑같이 말하고, 미묘한 감정도 표현하고, 완벽할 정도로 유연하고 섬세하게 움직이는 로봇이라면, 그 로봇이 진짜로 의식이 있든 없든 전혀 상관없이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로 대하리라고 봅니다. 에이바와 같은 경우라면 거의 뭐 사람과 완전 동일한 존재로 대우할 거예요. 해서 친구, 연인, 아내와 같은 관계까지 형성하기도 할 거예요. 사람은 원래 감정이입을 하는 동물이니까요. 요컨대 에이바한테 진짜 감정 · 생각 · 의식 · 자유의지 따위가 있는가 없는가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위에서 고양이라디오 님이 던진 물음 대부분에 ‘예’라는 대답을 해야 될 것 같다는 얘기예요. 이런 식의 제 답변은 일종의 실용적 접근입니다. 그러니까 철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앤드로이드 로봇 에이바한테 과연 인간이 지닌 것과 같은 유형의 ‘의식’이 있는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계속 분석하고 규명해나가야 할 것이지만, 그 이전에 우리는 지극히 인간적인 이유에서 에이바를 우리와 거의 동급에 해당하는 생명체로 여기게 될 것이고 또 그래야만 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엑스 마키나》의 에이바와 같은 앤드로이드를 우리 인간이 창조하려면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예측한 특이점 도달 시점, 즉 2045년보다 훨씬 더 먼 미래까지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에이바 수준의 앤드로이드는 2045년까지는 출현하기 어렵다고 본다는 것이죠. 저는 그러나 커즈와일의 예측이 실현되길 정말 소망하는 사람이기도 해요. 일종의 모순이기도 한데요. 어쨌든 저는 과학기술이 지수함수적으로 폭발적으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렇지만 가만 분석해보면 과학기술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지체되고 정체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해서 커즈와일의 예측 실현 시점이 자꾸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어떤 천재적인 과학자나 연구 기관이 퀀텀 점프와 같은 과학기술적 돌파구를 열어서 완벽한 인간형 로봇, 나아가서 인간뇌와 인공뇌의 융합을 실현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특이점 도달은 예상외로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겁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4-03 19:04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qualia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는가 없는가는 철학적으로도 난제입니다. 하물며 인공지능한테도 그것을 규명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겠지요. 실용적으로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라고 생각하고 법률을 만들거나 살아도 크게 오류에 빠지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qualia님의 말씀대로 실용적 접근을 해도 전혀 무리는 없으리라 봅니다.

저또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보고 싶고, 인공지능의 출현을 보고 싶은 마음은 큽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렵습니다. qualia 님도 아시다시피 특이점을 넘어서는 순간 인공지능의 진화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에게 인간이란 강아지나 고양이 취급을 받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고요. qualia님은 인공지능에 대해 불안감이나 두려움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