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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평점 :
나는 리뷰나 페이퍼를 쓸 때 다른 창에 알라딘에서 책을 찾아서 띄워놓는다. 태크를 달기위해 저자 이름이나 주제분류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혹은 목차를 보거나 필요할 때는 책소개나 저자소개를 확인하기도 한다. 일단 이 책의 낮은 평점에 놀랐다. 왜 평점이 낮은지 리뷰나 100자평을 확인해보았다. 번역이 엉망이라면서 1점을 준 사람들이 많아서 평점이 낮아진 것 같다. 음... 나는 왜 번역에 대한 문제점을 전혀 인식 못했지? 나도 가끔 '번역이 엉망인 것 같은' 책들을 볼 때가 있다. 그런 책들을 읽을 때는 번역이 엉망인건지 나의 이해력이 엉망인건지, 집중력이 떨어진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하지만 이해가 안되는 문장을 몇 번 곱씹어 읽어보면 문장이 엉망인 경우가 많았다. 무슨 말을 이렇게 알아먹기 어렵게 써놨는지. 이런 부분은 저자의 문제거나 번역자의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주 유려하게 읽혔다. 그녀의 글솜씨에 심취했으며 전혀 막힘없이 술술 읽혔다. 번역의 문제점은 1도 인식하지 못했다. 뭐 어쨌든 개인적은 의견일뿐이다.
이 책은 빌게이츠 여름휴가 추천도서, 마크 주커버그 책의 해 추천도서 등으로 유명한 책이다. <면역에 관하여>의 저자 율라 비스는 미국의 촉망받는 논픽션 작가이자 전미 비평가 협회상 파이널리스트이다. 이 책은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유수의 매체들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번역의 문제는 모르겠지만 책 자체는 이미 충분히 인정을 받았다. 나는 빌게이츠 라던지 유명한 사람의 추천도서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추천하는 책은 보통은 굉장히 좋기 마련이다. 책을 몇 천권에서 몇 만권 읽은 사람이 추천하는 책이 허접할리는 없지 않을까? 사실 굉장히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나는 빌게이츠 추천도서라면 관심을 가지고 보는 편이다. 이 책 역시 실패할리가 없다 생각했고 예상을 훨씬 넘는 만족을 주었다.
기본적으로 면역과 백신에 관한 잘못된 오해와 지식을 바로 잡아주는 의학과 과학 관련 도서이다. 하지만 그녀의 시인으로서의 면모와 언어와 은유에 대한 감각이 이 책을 문학성이 풍부한 책으로 탈바꿈해준다. 나또한 면역에 대한 오해와 의심을 조금 가지고 있었지만 이 책 덕분에 일소할 수 있었다. 좀 더 확실한 지식을 알 수 있었다. 다양한 왜곡된 지식을 걸러낼 수 있었다. 그리고 면역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었다. 사실 나는 집단 면역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기적으로 이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면역을 갖추면 면역을 갖추지 않은 사람도 집단 면역에 의해서 보호받게 된다. 주위 사람들이 방벽이 되어 전염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것이다. 이는 투표와도 유사하다. 굳이 내가 투표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투표해주기 때문에 대세에 큰 지장은 없는 것이다. 나는 이 개념을 이기적으로 이용했다. 확실치는 않지만 집단의 95% 정도가 어떤 질병에 대해 면역력을 갖추면 개개인은 99% 정도의 면역력을 갖춘 것이 된다. 그 중에 면역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99%는 그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율라 비스는 이 개념을 정반대로 해석한다. 백신을 맞고 면역력을 갖추는 것은 자신만을 위한 행위가 아닌 타인을 보호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내가 면역력을 갖추면 아직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 내가 타인의 안전망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개념인가.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서로의 몸에 빚지고 있으며 면역은 우리가 공동으로 가꾸는 정원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내게 개인으로서의 면역이 아닌 집단 공동체로서의 면역에 대해 깨닫게 해주었다. 우리는 면역에 있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일깨워주었다. 멋진 은유와 과학적 지식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훌륭한 교양서였다. 면역에 대한 의심과 불신을 가진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