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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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소설입니다. 한 남자의 삶과 죽음을 한 권의 책을 통해 목도했습니다. 삶이란 참 아련하고 서글픕니다. 마치 나의 인생을 혹은 우리의 인생을 보는 듯 먹먹했습니다. 소설은 담담한 어조로 한 남자의 일생을 서술합니다. 


 살면서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원합니다. 무언가와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슬퍼하고 고통받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하면 행복할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때론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쉽게 무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묵묵히 참고 견디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갑니다. 때론 꿈꾸던 학교, 직장에 들어갑니다. 간절히 원해서 선택했는데도 막상 현실은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자신과 맞지 않는 공부, 너무나 고달프고 힘든 직장생활. 하루 하루 영혼은 좀먹어 갑니다. 


 우리는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함을 무기로 우리를 흔듭니다. 아무것도 잘못한게 없는데도 시련은 닥쳐옵니다.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지켰을 뿐인데도 남에게 미움을 받습니다. 나는 정의롭고 순수한데 세상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부조리하고 혼탁합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앞에 우리는 무릎 꿇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이, 진정 일생동안 원했던 사랑이 불현듯 예고없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삶의 여건이 사랑을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불륜. 진정한 사랑이라도 남들 눈에는 불륜일 뿐입니다. 


 주인공 스토너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습니다. 부모님의 권유로 농업을 배우기 위해 그는 대학에 진학합니다.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선택했던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영문학개론 수업에서 그는 셰익스피어의 일흔세 번째 소네트를 듣게 됩니다. 창문틈 사이로 햇살이 강의실을 환히 비추듯 500년의 시간을 거쳐 셰익스피어가 그에게 말을 겁니다. 그는 문학과 사랑에 빠집니다. 농부가 아닌 영문학도의 길을 선택합니다. 


 삶에서 많은 것들이 그를 배신하고 슬프게 했습니다. 하지만 문학만큼은 그의 삶에서 영원토록 빛났습니다. 문학만큼은 그의 사랑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스토너는 결혼을 하고 대학교수로써 살아갑니다. 결혼생활은 원만하지 않았으며 딱히 학문적 업적이나 성취가 있지도 않았습니다. 친구관계가 좋지도 않고 사랑에도 실패하고 자식도 잘 키우지 못했습니다. 혹자는 그의 인생이 실패처럼 보인다고 말합니다. 작가는 이런 독자의 말을 듣고 놀랐다고 합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그는 실패한 인생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는 자신의 의지로 인생을 살아갔습니다. 물론 실패와 시련도 있었지만 그는 그 모든 것을 견디고 통과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지켜냈습니다. 세상과 불의와 결코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그를 힘들게 하였지만 그는 용기있게 맞섰습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그는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영혼의 기준으로 볼 때 그는 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낸 승리자입니다. 


 아니, 인생을 단순히 승리나 패배로 보기에는 인생은 너무도 복잡하고 다채롭습니다. 인생에는 그 모든 것이 녹아있습니다. 그래서 서글프고 아름답습니다. 마치 문학처럼, 셰익스피어의 일흔세번째 소네트처럼요.  


그대 내게서 계절을 보리

추위에 떠는 나뭇가지에

노란 이파리들이 몇 잎 또는 하나도 없는 계절

얼마 전 예쁜 새들이 노래했으나 살풍경한 폐허가 된 성가대석을

내게서 그대 그 날의 황혼을 보리

석양이 서쪽에서 희미해졌을 때처럼

머지않아 암흑의 밤이 가져갈 황혼

모든 것을 안식에 봉인하는 죽음의 두 번째 자아

그 암흑의 밤이 닥쳐올 황혼을.

내게서 그대 그렇게 타는 불꽃의 빛을 보리.

양분이 되었던 것과 함께 소진되어

반드시 목숨을 다해야 할 죽음의 침상처럼

젊음이 타고 남은 재 위에 놓인 불꽃

 그대 이것을 알아차리면 그대의 사랑이 더욱 강해져

 머지않아 떠나야 하는 것을 잘 사랑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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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2-20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세익스피어 소네트, 음미하며 다시 읽어보고 갑니다. 비유의 극치네요 ^^

고양이라디오 2017-02-20 21:55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은유와 비유는 언어를 풍유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