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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7 (양장) - 셜록 홈즈의 귀환 ㅣ 셜록 홈즈 시리즈 7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평점 :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탐정 셜록홈즈.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를 싫어했다. 그래서 급기야 작가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마무리하기 위해 셜록 홈즈를 그의 숙적 모리어티 교수와 함께 죽음의 폭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당시 팬들은 원망했고 셜록 홈즈를 살려내라고 아우성이었다. 10년 후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를 부활시켰다. 7권은 죽은줄 알았던 셜록 홈즈가 다시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토록 멋진 귀환이라니! 다시 셜록 홈즈를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다행히 나는 10년을 기다리지 않고 홈즈를 만났다.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홈즈는 다시 돌아왔고 전보다 더 초법적인 존재가 되어 있었다. 예전에도 그는 법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지만 이번 7권에서는 더욱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경찰에 알리지 않고 살인자의 도주를 도와주면 무슨 죄지? 아무튼 홈즈와 왓슨은 살인자를 살인을 정당방위로 인한 무죄로 선고하고 풀어준다. 그런 모습에서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법은 지켜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누군가가 죽여 마땅한 악당을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정당방위로 살해하면 우리는 그를 용서해야할까? 정말로 떳떳하다면 법정에 판결을 맡겨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한 편으로는 법정이 과연 믿을만한 곳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법정은 유죄가 무죄가 되고 무죄가 유죄가 될 수도 있는 공간이다.
나는 과거에 법정은 공명정대한 곳이라 생각했다. 영화나 소설을 보면 자신에게 죄가 없거나 정당방위임에도 불구하고 법정으로 가기보다 도망치는 선택을 하는 인물들의 행동이 의아했다. 떳떳하다면 진실은 밝혀질 것이니 힘들게 도망치는 것보다 경찰서로 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그게 더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앵무새 죽이기>를 보자. 만약 당신이 흑인이고 살인현장을 목격했다면 경찰에 신고하기 보다는 그냥 도망치는 편이 훨씬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혹시나 당신이 전과자거나 살해당한 사람과 원한관계에 있다거나하는 등 불리한 처지라면 살인현장을 목격해도 섣불리 행동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경찰은 당신을 연행할 것이고 운이 나쁘다면 교수대에 설지도 모른다.
셜록 홈즈가 아니었다면 많은 사건들에서 억울한 사람이 죄를 뒤집어 썼을지도 모른다. 증거들은 범인을 지목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증거를 해석하는 사람은 범인을 지목할 수 있다. 누구나 오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경찰이나 법관은 사건을 빨리 처리하고 범인을 잡았다고 안도하고 싶어할는지도 모른다.
홈즈와 왓슨의 판결을 읽은 독자들의 생각은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과연 무죄로 판결을 했을지. 유죄를 주장할지. 독자 여러분도 한 번 배심원이 되어 함께 판결을 내려보시기 바란다.
위의 이야기는 7권에 수록된 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7권도 역시 단편집처럼 많은 사건이 등장한다. 하나 하나가 정말 잘 만들어진 이야기다. 두꺼운 데도 불구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읽었다. 독자 여러분도 법의 최종심으로 귀환한 홈즈의 활약을 지켜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