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9.9
감독 토마스 맥카시
출연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마이클 키튼, 리브 슈라이버
장르 드라마, 스릴러
이 영화 굉장히 좋은 작품,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어제 몸이 피곤해서 그런가 책이 잘 안 읽히더군요. 그래서 영화를 한 편 봤습니다. 책을 볼 때는 자꾸 졸렸는데, 이 영화를 보는 순간 정신이 또랑또랑해졌습니다. 몰입도 100%, 스릴 100%, 감동 100%, 재미 100% 입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라는 <롤링 스톤즈>의 평, 동의합니다.
감독의 이력이 색다릅니다. 2003년도에 <스테이션 에이전트>란 영화로 감독, 각본을 맡았는데 그 전후로는 주로 조연배우로 활약했습니다. 얼굴을 보니 낯이 익습니다. 그런데 이런 멋진 영화를 찍다니 놀랍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 감독 누구지? 거장인데? 하면서 봤는데 본격적으로 메가폰을 잡은 것은 2011년 <윈 윈> 부터입니다. 코미디 영화를 2편이나 찍은 걸로 봐서 코미디쪽으로도 강합니다. 역시 영화 곳곳에 묻어있는 디테일한 유머가 남달랐습니다. 코미디쪽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곳곳의 디테일에서 감명을 받았습니다. 역시나 각본도 직접 쓰셨군요. 장면 하나하나, 소품, 배우들의 연기, 대사 하나하나에 디테일이 드러났습니다. 억지로 감동을 자아내지 않고 절제된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때론 그냥 지나치듯이 슥하고 보여줍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짜임새있습니다. 각본의 고치고 또 고친 흔적들이 엿보입니다. 앞부분에 수많은 복선들을 배치하고 뒷부분에서 그 복선들이 하나하나 의미와 감동을 자아냅니다. 완벽합니다.
배우 마이클 키튼,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의 연기 모두 훌륭했습니다. 특히나 마크 러팔로는 헐크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연기를 보여줘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이클 키튼은 영화를 보면서 어디서 봤는데... 하면서 봤는데 알고보니 영화 <버드맨>에서 봤었군요. <버드맨>을 그렇게 재밌게 보고도 몰라보다니 제가 한심스럽습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의 특종팀(스포트라이트팀)이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합니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그 거대함과 타락에 특종팀조차 놀라고 분노하게 됩니다. 특종팀의 리더 월터 로빈슨(마이클 키튼)은 취재를 하면서 상대방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정의의 편에 서라." 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언론의 생명은 진실, 정의입니다. 아무리 거대한 적, 거대한 음모에 맞닥들이더라도 언론은 항상 정의와 진실을 수호해야합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라는 말은 언론에 주어져야할 찬사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이익, 공동체의 이익을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윤리를 위해서, 공동체의 결속을 위해서, 신앙을 위해서 등등 말하며 합리화시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더 높은 차원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진실' 입니다. 거짓으로 아무리 포장을 해도 진실 앞에서 거짓은 무력합니다.
케케묵은 이야기입니다만 가톨릭은 아주 오랜 과거부터 아동성추행 등의 문제가 있어왔습니다. 모두가 쉬쉬했습니다. 심지어 가톨릭 내 윗선에서도 알면서도 묵인하고 방관했습니다. 어쩌면 가톨릭은(가톨릭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들도) 가장 쉽게 아동성추행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입니다. 가난하고 보호받지 못한 어린이들. 그리고 신앙의 탈을 뒤집어쓴 사제들. 믿음을 쉽게 악용할 수 있는 여건입니다. 보스턴 글로브에서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터트리자 미국 50개주 중 47개주에서 같은 사건이 언론에 터졌습니다. 그리고 이는 전세계로 확장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그 최초의 사건을 아주 스릴넘치게 그려낸 완벽한 수작입니다.
샤샤 파이퍼(레이첼 맥아담스)는 경찰을 취재하며 사건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경찰은 직업적 의무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때 샤샤는 "저는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라고 답변합니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비수처럼 꽂히는 말입니다. 혹시 자신이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진실을 침묵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