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출판사에서 나온 신간 강석기씨의 <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를 즐겁게 읽었습니다. 생명과학분야의 지평을 넓힌 28편의 오리지널 논문과 함께 연구자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는 책입니다. 한 편 한 편 모두 흥미로웠고 때론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편의 분량이 길지도 짧지도 않게 딱 적당했습니다. 여러 이야기들을 적절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래에 제가 흥미로웠던 내용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왜 비만인 사람들은 렙틴의 강력한 명령에도 불구하고 식탐을 줄이지 못하는 걸까. 렙틴의 신호가 무시되는 현상, 즉 '렙틴 저항성' 은 비대한 지방조직에서 많은 양의 렙틴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면서 결국 이 신호에 무감각해지게 몸의 비만 회로가 변형된 결과로 보인다. -p82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렙틴은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을 합니다. 그런데 왜 지방세포가 큰 비만인 사람들은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의 명령을 무시하는 걸까요? 지속되는 감각에 인체는 무뎌집니다. 이는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와 유사합니다. 계속되는 양치기의 거짓말(신호)에 사람들이 나중에는 무시했던 것처럼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의 신호가 많아지면 나중에는 무감각해집니다. 신호가 너무 많아서 다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무시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비만인 사람은 계속 살이찌게 됩니다. 이는 당뇨병과도 유사합니다. 당이 높아서 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너무 많이 분비되다 보니 나중에는 인슐린에 무감각해지는 것이 제2형 당뇨병입니다. 



 아래는 미각에 대한 설명인데 흥미로웠습니다. 


  미각은 다섯 가지 기본 맛을 지각하는 감각이다. 기본맛인 단맛, 감칠맛, 쓴맛, 짠맛, 신맛은 기능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단맛과 감칠맛으로, 음식물이 갖고 있는 영양분에 대한 실마리를 주는 맛이다. 단맛은 당 분자의 구조를, 감칠맛은 글루탐산나트륨 같은 아미노산의 구조를 인식한다. 

 반면에 쓴맛은 음식에 독이 들어 있다는 경고의 표시다. (중략) 

 나머지 짠맛과 신맛은 생리활성을 조절하는 성분에 대한 맛으로 나트륨 이온(짠맛)과 수소 이온(신맛)을 감지한다. 몸에 나트륨 이온이 부족해지면 짠 음식을 찾게 되고 짠 게 더 맛있게 느껴진다. -p97



 윌리엄스 교수의 가설에 따르면 생존율이 높은 동물은 노화속도가 느리다. 날기 때문에 잡아먹힐 확률이 낮은 박쥐는 몸집이 비슷한 다른 포유류에 비해 훨씬 더 오래 산다. -p123


 생존율과 노화속도, 진화와 자연선택에 관한 부분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생존율이 높을수록 노화속도가 느리다고 합니다. 몸의 크기가 비슷할 경우 포유류에 비해 조류의 수명이 길다고 합니다. 조류와 박쥐가 오래사는 이유는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단단한 껍질을 두른 거북이도 100년을 살고, 천적이 없는 코끼리도 오래 삽니다. 어떤 고래는 200살을 산다고 합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호랑이는 야생에서 15살 밖에 못사네요. 최상위 포식자의 삶도 그렇게 녹녹하진 않나봅니다. 



  <네이처> 2011년 1월 27일자에는 장내 미생물인 비피더스균이 아세트산염을 분비해 인체에 치명적인 대장균 O157 같은 병원체를 무력화시킨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아세트산염이 O157이 분비하는 독소가 장내에서 혈관으로 이동하는 걸 방해했던 것. -p148


 비피더스균을 많이 먹어야겠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도 잘 챙겨먹어야겠습니다. 
















 스트레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로버트 새폴스키 교수의 저서 <스트레스: 당신을 병들게 하는 스트레스의 모든 것>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어이없지만 현대 과학과 의학이 스트레스가 인체에 손상을 입힌다는 사실은 불과 1936년 셀리에 교수의 논문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 그의 논문은 많은 비판을 받고 전문가들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참 우스운 일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수 천년 전부터 스트레스를 '기울' 이라 명칭하여 만병의 근원이 됨을 깨닫고 치료에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회백질이 얇아지는 건 뉴런 사이의 연접, 즉 시냅스에 가지치기가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게 유력한 설명이다. 보통 뉴런 사이의 시냅스는 우리가 어떤 경험을 쌓을 때 하나둘 만들어지면서 늘어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뉴런이 생길 때부터 이미 수많은 시냅스가 무작위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뇌의 회로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냅스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분의 불필요한 시냅스를 잘라내야 한다. -p257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뇌의 효율을 위해서 시냅스가 새롭게 형성되는 것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시냅스를 잘라내야 한다니요. 수많은 뉴런이 이미 무작위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마치 소크라테스가 말한 '이미 인간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새로운 사실을 배운다는 것은 단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떠올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고 했던 말과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뇌는 정말 신비로운 미지의 영역입니다. 



  장기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1960년대 밝혀졌다. 이때 만들어진 단백질의 작용으로 기억을 저장하는 시냅스 부위가 형성되고 연결이 강화되는데 이 과정을 '기억 강화' 라고 한다. 만일 단백질을 만든느 과정을 억제하는 물질을 뇌에 주사하면 어떤 상황을 경험해도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 -p265


  기억에 관한 놀라운 논문이었습니다. 우리의 기억은 고정되어있지 않습니다. '기억은 회상할 때마다 흔들린다.' 고 합니다. 기억을 회상할때 단백잘이 합성되면서 원래의 기억은 사라지고 기억의 변형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도대체 왜 기억 회상은 이런 번거로운 과정으로 진화했을까. 즉 회상을 할 때마다 어렵게 시냅스를 강화해 만든 기억의 집을 허물고 다시 짓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게다가 이런 과정을 거치면 불가피하게 기억은 변형되고 원래의 기억은 사라진다. 답은 "기억의 변형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 이다. 즉 기억의 변형은 '왜곡' 이 아니라 '업데이트' 이기 때문이다. -p268


 우리의 기억은 끊임잆어 변형되고 왜곡되면서 업데이트 됩니다. 그 편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불필요한 기억이나 불쾌한 예전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 생존에 불리할 것입니다. 운동기억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잘못된 자세에 관한 기억이 변형되어 업데이트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 엉성한 자세를 취할지도 모릅니다. 
















 저명한 신경과학자인 르두 교수의 <시냅스와 자아>란 책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정말 흥미로운 과학적 발견들이 많이 담겨있었습니다. 여러가지 영감을 주는 과학적 사실들이었습니다. 강석기씨의 다른 책들과 페이퍼에서 소개한 <스트레스>, <시냅스와 자아>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스켑틱>도 읽고, 하리하라씨의 책도 읽고 읽은 과학책이 넘쳐나는군요. 과학은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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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1-11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억은 회상할 때마다 흔들린다‘

기억이란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의 조각이 아니고 어쩌면 망각에 맞서는 강력한 의지의 결실로 갖게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1-13 15:08   좋아요 1 | URL
어떤 기억은 잊으려해도 잊혀지지 않고 어떤 기억들은 쉽게 잊혀지는거 같습니다. 나와같다면님 말씀대로 강력한 의지의 결실인 기억, 잊지 말아야할 기억들도 분명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