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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도 습관이다 - 화를 못 참는 사람을 위한 마음 사용 설명서
이충헌 지음 / 경향BP / 2015년 4월
평점 :
도서관에서 별 기대없이 빌렸는데 예상외로 좋은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의학박사이면서 정신과 전문의입니다. 그리고 의학전문기자입니다. 분노에 대해 과학적, 의학적, 심리학적으로 탐구한 책입니다.
분노는 인간이 가진 원초적 본능이고 감정입니다. 생물학적, 진화론적으로 볼 때 인간에게 감정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었습니다. 우리에게 분노가 왜 필요했을까요? 우리가 분노할 때 우리의 신체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게임을 해보신 분들을 잘 아실 겁니다. 혹은 격투 만화를 많이 보신 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분노파워! 분노는 우리를 강하게 해줍니다. 분노가 우리를 강하게 해준다고요? 분노는 나쁜 게 아닌가요? 물론 분노는 나쁜 일들을 많이 만들어 냅니다. 분노로 인한 상해, 살인 등의 폭력, 혹은 분노로 인한 스트레스 등은 분노의 부정적 측면입니다. 하지만 분노는 본래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주기 위한 수단입니다. 적과 맞서 싸우기 위한 수단입니다.
우리가 분노하면 아드레날린과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혈액은 뇌나 내장에서 심장이나 근육으로 쏠립니다. 이성적 사고는 잠시 멈춥니다. 근육은 팽창하고 신체는 상대방과 맞서 싸우거나 공격할 준비를 합니다. 파워업을 하는 순간입니다. 심장은 두근거리고 호흡은 가빠집니다. 근육이 꿈틀거립니다. 자신이 보다 커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리가 침팬지와 비슷한 600만년 전 과거에 분노는 상대방과 싸우고 상대방을 굴복시키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분노는 득보다 해가 더 많습니다. 우리는 더이상 파이터가 아닙니다. 상사 얼굴에 스트레이트를 날릴 순 없습니다. 참아야합니다. 아드레날린과 코티솔은 이미 분비되었지만 해야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혈액 속을 방황합니다. 때문에 분출되지 못한 분노는 우리의 심혈관계의 독이 됩니다. 현대인은 너무나 자주 그리고 지속적으로 분노상황에 노출됩니다. 그리고 분노를 그때 그때 해소할 수도 없습니다. 미친듯이 날뛰고 소리지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성적이고 점잖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침팬지인데 말입니다.
분노에 대해 고찰해봤습니다. 우리는 분노라는 감정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노가 무엇인지 고찰하고 원인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탐구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대처방안을 마련할 수는 있습니다. 분노의 원인을 알게 되면 원인을 제거하거나 회피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쩔 때 분노를 느낄까요? 다시 진화론적으로 생각해보면 생존에 위협을 느낄 때입니다. 자신의 영역에 침범하면 분노하는 곰이나 호랑이처럼 상대방의 위협을 느끼면 분노하게 됩니다. 우리는 좀 더 고등동물이고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회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때 우리는 분노합니다. 공정하게 대우 받지 못하거나 남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모욕과 비판을 받으면 분노합니다. 이것이 문화적으로 발전된 형태가 명예살인 아닐까요? 나의 사회적 위신, 평판이 깍이는 것을 결코 좌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도 나오지 않습니까?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또는 열등감, 질투와 시기심 등이 분노의 원인이 됩니다. 역시나 사회적으로 약해지거나 소외되었다고 느낄 때 분노를 느낍니다.
그렇다면 분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일단 위의 원인들을 제거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원만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자존감을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성으로 컨트롤해야합니다. 분노가 발생할 때 15초는 참아야합니다. 이 첫 15초가 골든타임입니다. 속으로 참을 인자를 그려보는 것도 좋고, 희미해지고 있는 이성을 다시 불러들여야합니다. 내가 왜 분노하고 있는지, 이 분노가 정당한 감정인지, 내가 착각한 것은 아닌지, 상대방은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생각, 생각, 생각을 해야합니다. 그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나야합니다.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마치 영화를 보듯 이 제3자의 입장에서 관찰하고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물론 이는 자동적인 반응이 아니니 훈련이 필요합니다. 평소에 분노를 다스리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쉽게 분노하는 사람은 쉽게 분노합니다. 쉽게 분노하지 않는 사람은 쉽게 분노하지 않습니다. 분노도 습관입니다!
자신을 쉽게 분노하지 않는 체질로 만들어야합니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행복한 사람은 세로토닌, 옥시토닌 같은 호르몬이 체내에 많이 분비되어 있습니다. 이는 분노 호르몬과 정반대의 작용을 합니다. 스킨십이나 감정적 교류는 옥시토닌 분비를 활성화합니다. 일광욕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이 분비됩니다. 평소에 행복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운동을 해야합니다. 그런 사람은 쉽게 화가 나지 않습니다. 행복한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이 당연히 더욱 쉽게 화를 냅니다.
둘째는 이타심을 길러야합니다. 상대방에 공감을 잘하는 사람은 쉽게 화를 내지 않습니다. 저자는 공감능력을 키우는데 문학작품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확실히 문학작품을 읽으면 다양한 사람,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알게 됩니다. 상대방이 화를 낼 때 '왜 저렇게 화가 났을까? 아침에 부부싸움을 심하게 했을까? 자신들이 말을 안듣나? 혹시 다른 사람에게 모욕을 받았을까? 주변사람들과의 관계가 안좋을까?' 등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저도 살다보면 화가 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예전에 시골에서 공보의로 있을때 환자 분이 저를 화나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들리라고 혼잣말로 욕을 했습니다. 순간 머리끝까지 화가 났습니다. 직접적으로 화를 분출하진 않았지만, 환자를 되돌려 보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생각을 하다보니 분노는 사라지고 오히려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환자는 평소에도 주위 사람들과 욕하고 싸우고 하는 분이었습니다. 분명 그런 식으로 살면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이 불쌍해졌습니다. 그 분이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분노는 사라졌습니다.
분노를 예방하는 다른 방법들로는 숙면을 취하라던가 기분좋게 하는 음식을 먹는다던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라던가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특히나 수면과 스트레스 해소는 중요합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어떻게 해소하고 관리하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취미활동, 산책, 사람만나기, 운동 등 자신에게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읽어봄직한 책입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독이 됩니다. 많은 유용하고 재미있는 정보들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글도 좋아서 읽기 편했습니다. 주위에 쉽게 분노하는 사람에게 선물해주시면 아마 상대방이 분노할 겁니다. 일단 스스로 먼저 읽어보시고 자신의 분노부터 잘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남은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바꿀 가능성은 아주 조금이지만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