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미국의 사법제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책입니다. 인종차별과 망가진 사법제도, 불의에 맞서 싸운 한 변호사의 감동어린 40년간의 기록물입니다.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을 오히려 격리하고 핍박한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좋은 글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것들을 다 옮기진 못하겠습니다.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저자도 40여년 간 굉장히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아래는 그 중에 하나입니다. 


 일찍이 나는 제닝스 부부에게 찰리가 출소한 뒤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략) 나는 그녀가 자신이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말을 들으면 서슴없이 불만을 표현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가 말했다. "브라이언, 우리는 전부 많은 일을 겪어요. 우리 모두가 말이에요.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일을 겪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보다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서로에게 보다 나아지길 기대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겪은 아픔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분명 불운한 사람들일 겁니다." -p191


 아래는 저자가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는 내적인 고뇌를 보여줍니다. 그가 변호했던 의뢰인은 결국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제대로 된 변호사를 선임할 돈만 있어더라도 그는 절대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가 우는 소리를 딜 씨가 듣지 못하도록 조심했다. 그가 나를 얼마나 마음 아프게 하고 있는지 모르게 했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브라이언 씨, 나를 위해 싸워 준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내게 관심을 가져 줘서 고마워요. 내 목숨을 구하려고 노력해 준 여러분 모두를 사랑해요."

 그날 밤 전화를 끊었을 때 나는 얼굴이 눈물범벅이었고 몹시 상심했다. 그리고 매일같이 목격하는 공감의 부재 앞에서 결국 무너졌다. (중략) "이제 그만둘 때야. 더는 못 하겠어."

 그때 처음으로 나는 내 삶이 온통 망가진 것들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망가진 사법 제도 안에서 일했다. 내 의뢰인들은 정신 질환과 빈곤, 인종 차별 때문에 망가진 사람들이었다. 질병과 마약, 술, 자만심, 두려움, 분노에 심신이 갈가리 찢긴 사람들이었다. (중략) 그렇게 망가진 상태에서 그들은 냉소주의와 절망, 선입견 때문에 공정성을 잃은 망가진 사람들에게 재판을 받고 사형을 선고받았다. -p432~433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먼저 우리는 우리의 인간적인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선택은 우리가 우리의 망가진 본성과 연민의 감정을 받아들여 치유될 수 있다는 우리의 가장 큰 희망을 계속 품는 것이다. 아니면 우리는 우리가 망가졌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공감하길 포기하며, 그래서 결과적으로 우리 자신의 인간성을 부인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p435


 하지만 망가진 사람들을 단지 처벌만 해서는, 요컨대 그들을 피하거나 우리 눈에 띄지 않도록 그들을 격리만 해서는 그들은 물론이고 우리의 망가진 상태가 계속될 뿐이다. 서로에 대한 인간애가 없으면 공동체란 없는 것이다. -p436 


 예수는 죄 지은 자를 결코 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감싸고 용서했습니다. 우리는 죄 지은 자들에게 쉽게 돌팔매질을 합니다. 우리 중에 죄 짓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왜 연민과 자비, 용서를 베풀지 못하는 것일까요? 여기 돌팔매질을 막는 일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죄없는 사람들을 변호하기 위해서 혹은 죄지은 사람들의 곁에서 그들에게 날아드는 돌팔매질을 온몸으로 막아선 사람이 있습니다. 

  

 그녀가 한 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며 마주 웃었다. "아니에요, 당신은 오늘 훌륭한 일을 했어요. 그 남자가 집으로 갈 거라고 판사가 말했을 때 나는 정말 기뻤어요. 소름이 돋을 정도였죠. 교도소에서 50년을 지냈고 더 이상 앞을 볼 수도 없는 사람이었잖아요. 판사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하느님께 감사드렸어요. 당신은 울 이유가 전혀 없어요. 나는 돌팔매를 막는 일에 대해 약간 아는 사람으로서 잠깐이나마 당신에게 내 어깨를 빌려주는 것뿐이에요. -p464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가슴아팠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의집 2016-11-17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읽으면서 저는 미드 로앤오더 suv이 떠올랐어요. 저는 그 미드팬이어서 열심히 봤는데 진짜 너무 불합리한 판결이 많고 모순적이어서 내가 왜 이걸 고통스럽게 보고 있지! 란 갈등을 많이 했었어요. 이 드라마보고 아 법은 약자를 위한 것이 아니구나. 내가 알고 있던 사법의 정의가 다 무너지더라구요. 한편으론 우리나라 사법은 어떨까? 싶었어요. 미국은 연방국가라 진짜 정체를 알 수 없는 나라더라구요. 그나마 삼권분립이 되어 있는 나라가 저 모양이면 우리나라 사법은 거의 뭐 사상누각이죠. 권력이 무너뜨리면 금방 무너지는.

고양이라디오 2016-11-17 21:19   좋아요 0 | URL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판사, 검사, 변호사, 경찰 등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주어진 것이 아닌가하는. 불완전한 인간이 다른 사람을 심판하고 사형에 이르게까지 한다는 점에서 이미 모순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요. 법조인이나 경찰을 감시하고 처벌할 수 있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잘못된 판결로 누군가를 사형에 처하게 한다면 살인과 다를게 있을까요? 이러한 사태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에 분명 큰 모순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