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도덕주의자 - 우리는 왜 도덕적으로 살기를 강요받는가
기타노 다케시 지음, 오경순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기타노 다케시씨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가입니다. 만담콤비로 시작해서 코미디언, 배우, 방송 진행자 등으로 활동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입니다. 그리고 신랄한 독설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가식을 집어던지고 진실을 까발리는 위험한 분입니다. 


 작년에 <모두들 하고 있습니까>를 읽고 오랜만에 다시 만나뵙습니다. <모두들 하고 있습니까>는 19금 이야기입니다. 책을 보면서 '이거이거 여자들이 이 책을 보면 안되겠는데. 남자에 대해 너무 솔직하게 까발려놨는걸'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도덕이란 화두를 들고 나왔습니다. 역시나 대단했습니다. 다케시씨는 멋집니다. 자신만의 철학이 있습니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그것을 풀어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케시씨는 진정한 철학자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모두가 'YES' 라고 말할때 당당히 'NO' 라고 말할 분입니다. 


 도덕이란 무엇일까요? 크게 보면 절대주의 도덕관과 상대주의 도덕관이 있습니다. '도덕은 결코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다.' 라는 절대주의 도덕관이 있고, '도덕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라는 상대주의 도덕관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다케시씨는 상대주의 도덕관을 주장합니다. '도덕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라고 외칩니다. 낡은 도덕관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그러면서 도덕보다 더욱 본질적인 것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묻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동물을 생명을 사랑해야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매일 그 동물들을 먹습니다.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싸우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학살에 대해서는 눈을 감습니다. 아이들에게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야한다. 부모님말씀을 잘 들어야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정리정돈을 잘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모든 사람에게 획일적으로 도덕을 강요합니다. 그 도덕에 어긋난 사람들을 비난합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개성이 있다는 사실을 무시합니다. 


 오프라 윈프리는 정리 정돈을 잘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비만입니다. 적게 먹고 정리정돈 잘하는 것이 도덕일까요? 인터뷰에서 오프라 윈프리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12시간 후면 어차피 되돌아올텐데 아침에 왜 이불정리를 해야하는 거죠?" 물론 어린이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면 꿀밤을 맞습니다. 아인슈타인의 방과 책상을 어지럽기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어떤 이가 아인슈타인에게 물었습니다. 방이 너무 혼란스러우면 정신이 혼란스럽지 않나요?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방이 텅비어있으면 정신도 텅비어있는 건가요?" 

 팟캐스트 <지대넓얕>의 채사장, 김도인, 깡선생, 독실이는 모두 자신들이 친구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극도로 소수의 인간관계만을 가지고 일체의 언론을 피합니다. 자신의 집주소를 언론에 알렸다고 어머니와 절연할 뻔했다고도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씨도 마찬가지로 그다지 친구가 많지 않습니다. 정말 친구가 많은 것이 좋은 걸까요? 

 붓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어기고 출가했습니다. 법륜스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훌륭한 사람, 위대한 사람치고 부모님 말씀을 들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물론 이런 사례들을 잘못 적용해서 허구헌날 부모님말씀 안 듣고, 방을 어지럽히고, 친구도 안사귀고 하면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개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니다. 다른 사람들이 강요하는 도덕에 따르지 않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존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남들의 시선에 주눅들지 말고 자신의 다름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물론 도덕이란 것이 이렇게 항상 상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도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케시씨도 "오히려 성공하는 녀석들은 예의바르고 인사도 잘한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기본은 갖춰져야 합니다. 다케시씨도 후배들에게 도덕을 가르치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인사나 예의만은 꼭 가르칩니다.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진실한 마음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허례허식보다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만 있으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도덕쯤은 저절로 습득하게 됩니다. 


 다케시씨와 함께 도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시기 바랍니다. 자신만의 도덕을 만들어나가시기 바랍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6-10-31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에서 드러낸 다케시의 생각에 동의하지만, 과거에 일본 역사 교과서 문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발언을 한 극우 성향이라서 다케시의 모든 입장들을 경계하는 편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10-31 18:39   좋아요 0 | URL
몰랐는데 cyrus님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극우성향이시군요. 아쉽게도 올바른 역사관은 갖지 못한 모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