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책을 좋아합니다. 그는 자신만의 생각을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합니다. 그의 앞에서는 도덕도 발가벗겨져 그 의미를 심판받습니다. 그또한 예민함을 갖춘 사람입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예민함. 무엇이든 의심해보고 따져본 후 자신만의 철학을 세우는 철학자입니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처럼 다케시씨도 도덕을 법정에 세워 비판합니다. 니체처럼 관습과 허위를 까발리고 망치로 두드려 팹니다. 아무 생각없이 사는 사람에게 경종을 울리는 위험한 사상가입니다.


 기타노 다케시씨는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가입니다. 대표작 <하나비>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신랄한 독설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거짓과 가식을 싫어합니다. 오직 진실만을 말할 뿐입니다. 


 이 책에서도 목차를 살펴보면 파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쟁에 찬성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싸우지 말라고 말한다', '친구가 없으면 문제아라고?'. '언제까지 남이 만든 도덕을 따를래?' 등 기존의 편견과 관념에 저항합니다. 저는 그의 말에 매우 공감이 갑니다. 저또한 위험한 도덕주의자입니다. 남들의 도덕을 따르기보다는 저만의 도덕을 따릅니다. 도덕을 그냥 따르지 않고 생각해봅니다. 따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따르지 않습니다. 물론 이렇게 사는 것은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힘도 듭니다. 물살을 거스르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는 과오를 저지를 확률은 줄어듭니다. 역사를 보면 인간이 저지른 수많은 악행들도 잘못된 도덕과 통념에 따른 결과들이 많습니다. 마녀사냥, 홀로코스트, 노예제도, 성차별, 할례의식 등 수많은 악행들도 정당화되었고 사람들은 의심없이 그에 따랐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것도 죄입니다. 


 다케시씨는 또한 아이의 개성을 말살시키는 획일화된 도덕교육, 강요된 도덕교육을 문제삼습니다. 


 파르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유는 질서를 만들며 강제는 무질서를 낳는다.' -p155


 다케시씨는 도덕은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후배들에게도 인사와 예의 정도 외에는 가르치지 않습니다.


 연예인에게는 연예인으로서 지켜야 할 도덕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것을 꼼꼼히 가르칠 필요도 없을 뿐더러 가르쳐봤자 좀처럼 몸에 배지도 않는다. 하지만 향상심이 있으면 그러한 것은 저절로 몸에 밴다. 연예계뿐 아니라 어느 세계든 성공하는 인간이란 대부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향상심이 있는 자는 그냥 내버려두어도 도덕적인 사람이 된다. 그러지 않으면 발전할 턱이 없다. -p177

 

 위의 다케시씨 말씀에 저도 동의합니다. 우리 나라나 헐리웃의 성공한 연예인들을 보면 도덕적으로도 반듯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향상심이 있는 사람들은 어느 분야에서든 발전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어갑니다. 주위 사람들과 원활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예의범절은 기본이니까요.


 마지막은 다케시씨의 결론입니다. 



 도덕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안고 있는 모순과 문제점을 숨기지 않고

 그에 관한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옳은지 아이들이 똑바로 사고할 수 있도록 무엇이든 진실을 가르쳐줘야 하는 것이 이제부터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참된 도덕교육이라고 믿는다. -p220


 도덕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입니다. 아이들에게 거짓으로 포장된 도덕을 보여주느니 진실을 가르쳐줘야 합니다. 최근에 <안젤리나 졸리, 세가지 열정>을 읽고 있는데, 졸리 또한 그녀의 입양된 자녀들을 세계 난민촌에 함께 데려가면서 실상을 알려줍니다. 아이들에게 이상적이고 허구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것보다 진실을 알려주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도덕교육이 아닐까요? 어린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하고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케시씨의 대표작들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저도 아직 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그의 영화들을 보고 싶습니다. <하나비>와 <기쿠지로의 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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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0-21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케시의 쿨함.. 좋죠. 영화도 좋고 의외로 글도 잘쓰고... 만능인 것같습니다... 다케시의 쿨함은 동양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태도..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0-21 11:41   좋아요 0 | URL
자기자신만의 생각, 색깔이 강해서 쿨한걸까요? 지적으로도 상당히 쿨하신거 같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