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다카시씨가 <세상에 읽지 못할 책은 없다>에서 추천한 책입니다. 뇌 과학 입문서입니다. 확실히 독서가들이 추천한 책을 읽으면 어지간해서는 실패하지 않습니다. 만족스럽거나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이 책은 만족과 매우 만족 중간쯤에 해당하는 만족을 줬습니다. 기존의 알고 있던 사실들이 많았지만 그것을 풀어내고 저자 본인의 성찰을 담은 내용들이 좋았습니다. 매우 많은 것들을 깨닫게하고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입니다. 뇌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뇌에 대한 오해들도 풀어줍니다.
읽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래에 적어보겠습니다.
"그날의 트레이드 손익과 혈중 호르몬의 관계를 상세히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경향이 보였다. 아침에 테스토스테론이 많았던 날은 수익이 높았지만 반대로 크게 손실을 본 날은 테스토스테론이 적었다.
운세는 아침에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이 실험 데이터를 보면, 오늘은 운이 따른다는 느낌을 단순히 기분 탓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우리 몸에서 실제로 생겨나는 모양이다. 강한 운이 따르는 트레이더들은 '한판 벌일 날' 과 '몸을 사려야 할 날' 의 체내 신호를 본능적으로 감지하는지도 모른다." -p113
매우 재미있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대학시절 고스톱이나 카드게임같은 도박을 많이 했습니다. 도박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왠지 오늘은 잃을 것 같지 않은 날이 있습니다. 자신감이랄까? 기분이랄까? 운이 따를 것 같은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은 승률이 좋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날은 아침에 테스토스테론이 많았던 날이었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호르몬으로 자신감이 커지게 하고 위험을 즐기고, 끈질기게 파고들며 반응과 동작이 빨라지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의 육체는 하나의 위대한 이성이다." -니체
이 책은 놀라운 실험결과와 이론들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뇌와 이성이 우리의 주인인 것처럼 착각을 합니다. 하지만, 뇌는 신체의 일부분일뿐입니다. 신체가 받아들이는 감각을 해석하는 것이 이성입니다. 이성은 우리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지각들은 무의식의 영역에서 처리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행동하게 하는 것은 의식보다 무의식이 훨씬 많이 차지합니다. 우리는 졸려서 눕지만, 누우니까 잠이오기도 합니다. 의욕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욕이 솟아서 한다기보다 하기 시작하면 의욕이 솟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청소가 좋은 예입니다. 내키지 않았지만 일단 청소를 시작하면 점차 열의가 생겨 방을 깨끗하게 치우게 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있습니다. 극히 적긴하지만요. 니체는 뇌과학자도 아니고 뇌에대해서 몰랐지만 사유와 경험을 통해서 위대한 통찰에 이르렀습니다. 인간의 육체는 하나의 위대한 이성입니다!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에 관해 워싱턴대학교의 칼 스푸나 박사팀이 중요한 발견을 했다. 스푸나 박사팀은 21명의 피험자에게 미래와 과거를 생각하도록 하고 뇌의 활동을 기록했다.
예를 들면 '다음 생일에는 무슨 계획이 있는가?' 나 '지난 생일엔 무엇을 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그러자 미래를 상상할 때만 활발하게 활동하는 뇌 부위가 몇 군데 발견되었다. 특히 현저했던 부위가 '전운동영역' 즉 신체의 운동을 프로그래밍하는 대뇌피질이었다.
(중략)
스포츠 선수의 이미지트레이닝은 그런 효과를 노린 훈련이고, 덧붙이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자신의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봄으로써 신체와 뇌가 자연히 목표를 위해 준비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p270~271
이 부분은 이지성작가가 보았으면 매우 좋아하고 인용했을 것 같은 부분입니다. 미래를 꿈꾸면 뇌는 그 미래에 맞춰 신체와 자신을 재조정합니다. 미래를 준비하게 됩니다. 스포츠 선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미지트레이닝을 하고 그 효과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뇌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리얼하게 꿈꾸면 그 꿈이 리얼이 됩니다. 물론 꿈만 꾼다고 모든 일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꿈을 꾸면 그 꿈을 이루기에 보다 수월한 신체와 정신을 갖게 됩니다. 예를 들면 다음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하는 꿈을 리얼하게 꾸는 사람은 그 꿈을 이루기위해 다른 사람과는 다른 행동들을 할 것입니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들에게 야간 자율학습이나 공부를 하는 것은 매우 괴롭고 힘든 일이겠지만, 꿈을 꾸는 사람에게 야간자율학습이나 공부를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는 제 경험담이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고2 때 전교 1등을 꿈꿨습니다. 간절히 꿈꿨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물론 제가 전교 꼴등이었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전교 1등은 제게 너무 먼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몰래 꿈꾸며 공부하는 것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해주겠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요. 결국 해냈습니다. 다음 시험이 아닌 다다음 시험이었고, 그리고 건강까지 희생했지만요.
저는 꿈꾸고 그 꿈이 이루어진 경험이 많기 때문에 더욱 이지성작가를 지지합니다. 제게 있어 '꿈은 이루어진다.' 는 망상이 아닌 현실입니다. 물론 간절히 원해도 이루어지지 않은 일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출지는 각자의 선택입니다.
사실 위 문단을 쓰다가 자기 자랑같아서 지웠다가 다시 썼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위 글이 자랑으로 느껴지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열정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제가 한 일들은 남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의 노력만 한다면요.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얻는 것은 있습니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또한 저는 믿습니다. 물론 배신할 때도 있지만, 길게 보면 분명히 노력에서, 실패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갑자기 자기계발서적인 페이퍼가 되어버렸습니다. 얼른 글을 마쳐야겠습니다. <뇌는 왜 내 편이 아닌가> 는 유익한 지식들과 저자의 성찰이 가득 담긴 좋은 뇌과학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