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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3월
평점 :
그 유명한 율리우스 카이사르, 훗날 시저, 카이저라 불리우는 분의 이야기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야기는 4, 5권 두권으로 되어있다. 2권이나 되는 묵직한 양이다. 한니발도 1권 밖에 안됐는데, 무려 2배의 분량이다.
영웅은 영웅이다. 영웅의 이야기를 읽으면 먼저 나 자신의 평범함을 깨닫게 되고, 그 다음에는 영웅의 비범함에 매료된다. 한니발도 엄청난 영웅이었지만, 율리우스 카이사르 역시 위대한 인물이었다. 한니발은 군사적 재능에서 단연 발군이었던 반면, 카이사르는 군사적 재능뿐만아니라 뛰어난 문장력을 자랑하는 교양인이었으며 수많은 여인을 홀린 카사노바였으며 정치적 능력까지 타의 추정을 불허했다. 카이사르의 매력과 카리스마는 99 였다. 그리고 배포와 담력 또한 커서 해적들에게 인질로 붙잡혔을 때의 일화는 정말 압권이다. 해적들에게 붙잡히고 해적들은 카이사르의 몸값으로 엄청난 액수를 요구한다. 이에 카이사르는 자신의 몸값을 더욱 높인다. 아마도 현재가치로 몇억에서 몇십억에 해당하는 몸값이었을텐데 그것을 배이상으로 올린다. 해적들은 카이사르의 몸값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행여나 상처나거나 건강을 해칠까 카이사르를 극진히 모신다. 카이사르는 해적들과 어울리면서 내가 풀려나면 너희들은 모조리 잡아 족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해적들은 그의 농담이 재미있어서 웃기 바쁘다. 시오노 나나미는 카이사르가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것을 해적이 자신을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한 카이사르의 술수였다고 해석한다. 나 역시 동의한다. 카이사르는 자신의 몸값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몸값을 주고 풀려난 카이사르는 곧장 토벌대를 모집해서 해적을 소탕한다. 물론 자신의 몸값도 되찾는다. 꿩 먹고 알 먹기다. 해적들은 카이사르의 농담이 진담이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나는 물론 평화주의자이고 개인주의자이지만, 한니발이나 카이사르의 영웅담을 듣고 있노라면 만약 그들의 수하로 들어갈수만 있다면 기꺼이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천인장이나 오천인장 정도면 수락할만하다. 그만큼 그들은 인간적인 면모도 뛰어나고 전투에 있어서는 귀재이며,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대의 영웅, 그리고 역사적 영웅이었다. 물론 전쟁에 나가느니 차라리 농사를 짓는 것이 낫겠지만, 그들의 행보는 역사적이며 가슴뛰게 만든다. <바른 마음>이란 책에서 "인간은 90%는 침팬지고 10%는 벌"이라고 한 말이 떠오른다. 나에게도 '벌'적인 요소가 분명 있는 것이다. 촛불집회나 2002월드컵때 한마음이 되어서 응원하던 그런 사회적 본성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한 영웅을 좋아한다. 역사 속 비범한 인물들을 동경한다. 아직 슈퍼히어로를 좋아하는 어린아이의 습성이 남아있는 것일까?
4권을 읽고 5권은 아직 읽지 않고 꽤 오래 쉬고 있다. 책이 그만큼 두꺼워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리고 1권과 3권에서 느꼈던 재미가 더이상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1권 로마의 태동과 3권의 한니발 이야기는 정말 책에 빠져들다시피 할 정도로 재미있었는데, 4권은 그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5권에 어떤 재미가 숨어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읽어볼 수 밖에 없다. 아마도 5권에 본격적인 카이사르의 이야기가 담겨있으리라. 그리고 이왕 읽기 시작했으니 왠만하면 <로마인이야기> 전 권을 다 읽어보고 싶다. "주사위는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