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사진 - 사진으로 기록한 현대사의 맨 얼굴, 퓰리처상 사진 부문 70년간의 연대기, 2014 개정증보판
핼 부엘 지음, 박우정 옮김 / 현암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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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들도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일이 끝나고 난 뒤에 운다."

-핼 부엘(본문에서)

 

 이 책은 도서관의 어느 책장에 내 눈높이에 꽂혀 있었다. 지나가다 문득 눈길이 머물렀다. <퓰리처상 사진>. 검고 거대한 그리고 낡은 책. 책을 집었다가 이내 다시 손을 놓았다.

 

 "이봐"

 "응?"

 

 "나를 한 번 읽어봐"

 "어... 왜 읽어야 하는데? 퓰리처상이 유명하니깐? 권위때문에?"

 

 "아니, 그렇지 않아."

 "그럼 왜?"

 

 "나는 역사이고 진실이기 때문이야."

 

 정말 그랬다. 이 책은 역사이고 그리고 진실이었다. 그리고 미처 몰랐지만 피로 쓰인 책이었다. 나는 무엇을 기대하며 이 책을 손에 집었던가. 호기심? 예술?

 

 1942년 첫 퓰리처상 수상작부터 2013년까지. 흑백사진부터 디지털칼라사진까지. 70여년 간의 기록. 포토 저널리즘. 생생하고 강렬한 사진. 역사 속 진실. 사진은 역사의 한 순간을 포착해서 영원히 기록으로 남긴다. 이 책은 기록문학이다.

 

 70여년의 역사는 피로 얼룩져 있었다. 가끔은 사랑과 희망, 그리고 아름다움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잔혹하고 폭력적이고 무자비했다. 외계인이 있다면 감추고 싶은 책이다. 부끄러운 기록이다. 아직 이 책은 끝나지 않았다. 이 책을 결말은 어떻게 될까? 거대한 버섯구름 사진으로 끝나게 될까? 왠지 이 책의 스토리 진행을 보면 제법 어울리는 결말이다. 아니면 우주로 떠나는 거대한 우주선의 사진으로 끝을 맺을까? 지구의 역사의 마지막은 어떻게 끝맺어질까?

 

 책 속의 역사는 전쟁, 전쟁, 그리고 또 전쟁이었다. 자연재해, 인간의 영웅적인 모습도 있었지만, 결코 전쟁에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사진기자들은 목숨을 걸고 전쟁현장으로 달려가고, 그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무수한 목숨이 사라지는 현장 속에서 인류의 잔혹과 고통을 포착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그곳에서 인간의 숭고함을 발견하기도 한다.

 

 아주 아름다운 사진들도 기억에 남는다. 허리 숙인 경찰관과 아이의 눈맞춤, 숨을 거둔 아이를 소중하게 안고 있는 소방관.

 

 아주 잔혹한 사진들도 기엄에 남는다. 화형에 처한 남성, 포로의 머리에 겨눠진 총구가 불을 뿜는 순간, 나무에 목매달린 시체를 몽둥이로 패고 있는 사람들.

 

 폭력, 역사적 순간, 그리고 인간애가 담긴 책이다. 이 책은 역사이고 진실이다. 그리고 인류의 자화상이다.  

헝가리 출신 저널리스트 조셉 퓰리처의 유언으로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창설, 주관하는 이 상은 저널리즘 14개 부분, 문학 6개 부분, 그리고 음악 1개 부분에서 그해 가장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물을 추천받아 수여한다. 하지만 이 상을 수상하기는 까다롭다. 문학과 음악 부분 수상자는 꼭 미국 시민이어야 하며, 저널리즘 부분 수상자는 꼭 미국인일 필요는 없으나 미국 신문사에서 활동해야 한다. 즉 영화에서 아카데미상처럼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미국의 상인 것이다. 따라서 이 상의 권위는 미국 안에서만 존재하며 유럽이나 기타 국가에서 주목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퓰리처상 작가는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그들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유통된다. –p8

우리를 위해 그렇게 특별한 모험을 감행했던 호르스트 파스 같은 뛰어난 사진기자들이 그 시절에 한 일은, 우리를 위해 역사의 얼굴을 포착한 것이었다. –p12

종종 이 사진들은 역사라는 책에서 각 장의 표제가 된다. 그중에는 폭력이 담긴 사진이 많다. 역사는 아름다움보다는 피로 쓰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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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2-19 08: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술의 전당 2010년. 2014년 퓰리처상 사진전을 다녀왔어요
같은 사진을 바라보지만.. 사진이 주는 파장은 달랐었던 기억이..

고양이라디오 2016-02-21 13:36   좋아요 0 | URL
퓰리처상 사진전 저도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네요. 사진이 주는 파장 저도 느껴보고 싶어요ㅎ
같은 사진을 봐도 볼 때마다 조금씩 다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