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부자들의 사회학
미셀 팽송 & 모니크 팽송-샤를로 지음, 마리옹 몽테뉴 그림, 양영란 옮김, 홍세화 해제 / 갈라파고스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지겨워져서 신간코너를 기웃기웃하다가 기분전환용으로 집어들어서 읽게 된 책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기대보다 훨씬 괜찮았다. 나의 감식안에 감사를.

 

 사실 이건 굉장히 쓸데없는 이야기인데, 나는 나의 감식안에 굉장히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도 이러한 감식안을 그냥 손에 얻은 것은 아니다.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얻었다. 만화책을 통해서 깨우쳤다.

 중학교 때?부터인가 동네에 하나 둘씩 만화책 대여점이 생겨났다. 원래 그전에도 만화를 좋아했었다. 아버지도 그것을 아셔서 <아이큐점프>를 항상 사다주셨다. 그리고 나는 용돈을 모아서 <드래곤볼>을 샀다. 100원, 200원씩 모아서 <드래곤볼> 단행본을 사서 비닐을 벗겨낼 때 느끼는 만족감과 기대감이란. 아마 그 때부터 나의 책사랑이 시작된 것이었을까?

 

 왠만한 사람들보다 만화를 더 좋아했고, 때문에 많이 보았다고 자부한다. 아마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보다 만화를 많이 본 사람을 쉽게 찾기는 힘들 것이다. 상위 0.1% 안에는 거뜬하게 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튼 많은 시간을 만화를 보면서 보냈고, 만화대여점에서 보냈다. 당연히 만화대여점에는 만화가 많다. 그 중에서 재미있는 만화를 찾기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깨닫게 되었다. 대충 만화책의 제목과 그림체, 그리고 초반부를 훑어보다 보면 느낌이 '팍' 온다. "재미있겠다." 혹은 "재미없겠네." 마치 탐정처럼 대여점의 만화책들을 둘러보고 검사하면서 재미있는 만화책들을 찾아내서 읽었다. 학원에서 집에 오는 길에 항상 만화대여점에 가서 만화책들을 보고, 혹은 빌려서 집에 가서 읽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내게 재미있는 만화책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손에 넣은 것이다.

 

 한심하게 읽으셨겠지만, 아무튼 나는 이러한 능력을 손에 넣었고, 이런 능력은 영화나 책에도 적용되었다. 그래서 보통 보고싶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 실패하지 않는다. 주관적으로 책은 보통 평점 4점 이상의 책들을 읽게 되고, 영화는 8점, 9점 이상의 영화를 보게 된다.

 

 페이퍼에나 써야할 쓸데없는 이야기였다. 죄송합니다.

 

 책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보자. 일단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만화책이고, 제목에서는 알 수 없지만 프랑스책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부가 만화가와 함께 쓴 책이다. 그 부부는 10~20년 동안 부자들을 연구하고 있는 사회학자이다. 이 책은 부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는 부자들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혹은 이해하고 있는가? 부자를 단순히 돈만 많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생각은 틀렸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부자는 단순한 졸부, 벼락부자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부르주아', '귀족', '명문가'로 이야기되는 부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부자들도 급이 있다. 그리고 부자들의 세계가 있다. 갑자기 당신이 로또에 당첨되어서 벼락부자가 된다고 해도, 부자들의 공동체에 발을 쉽게 들여놓을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부자들의 자산은 단순히 경제자산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고, 문화, 예술, 교양, 상징, 그리고 인적, 사회적 네트워크 자산까지 모두 포함한 더욱 방대하고 다채로운 자산을 일컫는다. 단순히 돈만 많다고 해서 파티에 초대해주지 않는다. 예술에 대한 교양, 매너, 지적 수준까지 요구되는 것이다.

 영화 <베테랑>이 생각난다. 영화에서 유가인은 완전 싸이코에 꼴통이다. 하지만, 그가 외국인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보여주는 모습은 조금 색다르다.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교양과 위트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유가인이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은 건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이러한 상류층 사회생활에 걸맞는 교양이 요구 된다. 혹은 좀 더 고전적인 영화로 줄리아 로버츠의 <귀여운 여인> 이나, 앤 해서웨이의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떠올려보시면 이해가 되실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매우 중요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부자들은 그들만의 '연대의식'을 가지고 상호협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그것도 매우 끈끈하게. 상부상조하고 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오히려 그러한 '연대의식'을 잃어가고 점점 파편화 되고 개인화 되어가면서 서로 싸우기 바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대립과 같이 마르크스가 일깨웠던 정신을 잃고 싸워야 할 상대를 잘못 찾고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프롤레탈리아'가 단결해서 '부르주아'들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는데, '프롤레탈리아' 끼리 서로를 헐뜯고 싸우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부르주아' 들은 자기네들끼리 더욱 끈끈히 단결하고 있는데 말이다. 영호남간의 대립, 세대간의 갈등,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대립에서 대립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가난한 사람들일 것이다. 부자들은 영호남간의 갈등, 세대간의 갈등 이런 것 없을 것이다. 이런 대립구도 속에서 누가 웃음 짓고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주변사람들과의 연대의식을 잊지 말고, 다시 한 번 고취시켜야할 때이다.

 

 이런 의미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회학적 메시지를 던지는 재미있고 좋은 만화책이었다.  

 

 

 "혁명에서 프롤레탈리아가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전체다. 만국의 프롤레탈리아여 단결하라!"

 

 마르크스의 이러한 외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유효하다. 죽창을 들고 혁명은 하지는 말고, 아무튼 단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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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6-01-24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ㅎㅎ 더불어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1-24 22: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 책 가볍게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예나 2016-01-26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야겠어요!

고양이라디오 2016-01-26 18:34   좋아요 0 | URL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