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고 싶다. 하지만, 빌린 책, 산 책이 나를 만류한다. 도서관 한 곳에서 10권, 또 다른 한 곳에서 5권을 빌렸다. 그리고 아직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도 세어보기 두렵다. 결론은 책을 사지 않는 것이 경제적, 시간적 요건을 고려해 더 낫지 않나 싶지만, 그래도 마치 IS같은 극단주의 이슬람처럼 "이성따윈 개나줘버려라!" 하고 내 안의 누군가가 외치고 있다.
안된다. 안되고 말고, 이성을 지켜야한다. 개한테 주기에는 너무 아깝고, 개한테 줘봤자, 개는 뼈다귀를 원할뿐, 이성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다. 뜨거운 충동을 억제하고, 차가운 이성을 불러일으키자. <마시멜로테스트>를 생각하자.
왜 나는 늘 새로운 책에 끌리는 걸까? 책을 빌리거나 산 즉시 헌 책이 되어버린다. 손에 넣기 전에는 갖고 싶지만 손에 넣는 순간 다른 책을 원하고 있다. 어리석도다.
나는 그 원인을 깨달았다. 이게 다 중고알림때문이다!!! 김한민 작가의 <혜성을 닮은 방1> 중고알림이 떴다. 중고책은 저렴하다. 왠만하면 새 책을 사고 싶지만, 그래도 중고책을 사는 것은 좀 더 절약이 된다. 그리고 어차피 책은 사는 순간 중고가 되어버리는데, 잘 관리된 중고책은 크게 나쁘지 않다. 중고알림에 등록된 책은 금방 사라져버린다. 때문에 더 귀하게 느껴진다! 도서정가제 이후로 중고책의 씨가 말랐다! 예전의 새 책 가격보다 요즘의 중고책가격이 더 비싸다 훌쩍ㅠ. 아무튼 중고책은 귀하기 때문에 빨리 사지 않으면 없어져 버린다. 그래서 알라딘에 접속을 하고나면, 중고책 1권만 사기는 아깝다. 장바구니에 담긴 새책들이 나를 사!!! 라고 천방지축 날뛴다. 마치 바나나를 본 원숭이 때마냥. 잊고 있었던 장바구니의 책들. 갑자기 그들이 너무나 매혹적으로 보이고 5만원을 꼭 채워야 할 것 같다. 나는 5만원에 세뇌되어 있는 건가?
빌게이츠가 2015년에 추천한 책들 중 한국어로 번역된 책 2권이 눈에 띈다. <인간의 품격>과 <성공의 새로운 심리학>이다. <인간의 품격>은 도서관에 예약신청을 해놓은 상태긴 하다. 하지만 2월 까지 기다리긴 힘들다. 그리고 소장할 가치가 있어보이고 가족과 함께 보기에도 좋아보인다.
그리고 열심히 사서 읽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과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에도 눈이 간다. 다치바다 다카시의 <멸망하는 국가>는 유일하게 도서관에도 없는 책이고, 아직 읽지 않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 중에 한 권이다! 2006년도 책으로 이미 철지난 책이긴 하지만, 다치바나 다카시씨의 글을 읽은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살 것인가? 말 것인가? 사실 고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선택하든 둘다 그런대로 괜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든 말든 그것이 내 인생을 크게 좌지우지 할 정도의 선택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햄릿 정도의 고민은 되어야지.
사고 싶지만 사지 않겠다. 6권의 책을 읽은 후에 사겠다! 오랜만에 스스로 내린 현명한 결정이다. 무척 사고 싶기 때문에 열심히 6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6권도 이들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나를 달래줄기에는 충분할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