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10점

감독 톰 티크베어

배우 벤 위쇼, 더스틴 호프만, 알란 릭맨, 레이첼 허드-우드

장르 드라마, 스릴러

 

 

 오랜만에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은 영화이다. 결말이 너무나 좋아서 10점을 준다. 벤 위쇼의 연기와 <향수>의 시나리오에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더불어 원작자 파트리크 쥐스킨트에게도.

 

 소설 <향수>를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었다. 소설을 보면서 정말 놀라웠다. 스토리 자체도 놀라웠지만, 영화의 세부묘사가 너무나 섬세해서 마치 정말 18세기의 파리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때는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몰랐었다. 후에 그의 다른 소설들을 읽게 되었고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그의 소설 <향수>도 훗날 다시 읽어보고 싶다.

 

 영화 또한 너무나 걸작이었다. 정말 18세기 파리의 모습을 너무나 잘 표현했고, 그 당시 사람들의 모습도 잘 표현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주인공 벤 위쇼의 섬세한 표정연기. 살인자의 미소.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 영화에 아낌없이 10점을 주는 이유는 결말때문이다. (여기서부터는 과격한 스포가 있으니 조심하시길.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여기서 멈추시고 영화를 보셨으면 합니다.) 마지막 처형장에 오른 그루누이(주인공)는 자신이 그동안 만든 궁극의 향수로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황홀경에 빠뜨린다. 사람들은 모두 옷을 벗고 사랑을 나눈다. 모든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한 가운데 그루누이는 홀로 서있다. 광장에 있던 과일보따리가 넘어지면서 그것을 보던 그루누이는 과거회상에 빠진다. 그가 처음으로 마음을 뺏겼던 향기, 어쩌면 사랑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르는 그 사건은 살인으로 이어진다. 그루누이는 거기에서 모든 것을 깨닫는다. 자신은 그녀를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그녀의 향기에 매혹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실수로 그녀를 살해하게 되었지만, 어쩌면 그들도 남들과 다름없이 사랑을 나누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자신은 태어나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신도 사랑받고 싶었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다는 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역설, 역설, 끝없는 역설. 이 영화는 수많은 엄청난 역설로 가득차 있다. 그야말로 역설의 향연이다. 모든 냄새를 맡고 기억할 수 있지만, 자신의 체취는 없는 그루누이, 태어난 순간 자신의 어머니를 죽게 한 아이,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했지만, 아무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향수를 손에 넣은 한 남자. 수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끝내 자살로 생을 끝내는 그루누이. 여인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는 그 여인을 죽여야만 하는 아이러니. 영화는 마지막까지 끝없는 역설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런 그루누이 앞에 자신의 딸이 살해당한 아버지가 칼을 들고 나타난다. 그루누이는 두 팔을 벌려 자신을 죽여주길 원한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마저도 그루누이가 만든 향수에 자신의 딸의 향기를 맞고 그루누이를 아들이라고 부르면서 그를 용서한다. 역시나 역설. 죽고 싶지만 아무도 그를 죽여주지 않는 그루누이. 이 또한 역설.

 

 그루누이는 자신의 향수를 가지고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떠난다.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향수를 손에 넣은 그가 택한 것은 자살. 세상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지만, 그는 세상 모든 것을 포기한다. 그루누이가 자신이 죽을 곳으로 택한 곳은 자신이 태어난 곳. 그곳에는 사랑받지 못하고 굶주린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곳에서 그루누이는 자신이 만든 향수 전부를 자신의 몸에 뿌린다. 그리고 남긴없이 자신의 육체를 그들에게 선물한다. 모든 사람이 사랑과 만족감을 느끼며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떠난다.

 

 나는 이런 결말을 좋아한다. 구원이 있다. 죄와 벌, 그리고 구원. 그루누이는 한 번도 사랑받지 못했다. 그리고 아무도 사랑하지 못했다.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깨닫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는 모든 향기를 사랑했지만, 그 향기와 그 향기를 내뿜는 대상을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그에게 체취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존재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서 '사랑'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랑' 은 존재의 의미이다. 톨스토이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단편소설에서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고 이야기했고, 로맹 가리도 소설 <자기앞의 생>에서 '사람은 사랑이 없으면 살 수 없다.' 라고 이야기했다. 이 소설, 이 영화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먼저 사랑해야 한다. 많은 소설들이 이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때로는 천사의 입을 빌려서, 때로는 어린 아이의 입을 통해서, 때로는 살인자의 행동을 통해서. 그리고 많은 종교가 이것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이것을 모르고 있다. 이 단순하고 가장 중요한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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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17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본지 저는 꽤 오래된 걸로 기억하는데 아직도 그때의 충격이 생생하네요. 그때는 4D도 없던 시절인데 마치 영화관에서 냄새가 나는 것같은 착각에 빠졌었어요.
저는 아직 소설은 못읽었는데 소설로 한번 더 읽어봐야겠어요.

고양이라디오 2016-01-18 00:06   좋아요 1 | URL
원작과 영화를 보면 항상 둘 중에 더 나은 것이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소설을 보고 시간이 굉장히 흐른 후에 영화를 봐서 그런가 둘 다 너무 좋더라고요.

소설도 너무나 훌륭하고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소설 읽으면서 `이 소설 참 대단하다, 작가가 참 대단하다.` 라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봤던 거 같아요. 소설에 몰입도 잘되고요. 소설도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