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체험 상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윤대석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지의 거장, 지의 거인,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씨의 책이다. 이 책은 절판이 된 책이고, 도서관에서도 구해보기 힘든 책이라서,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바로! 알라딘에서 품절도서 의뢰하기를 통해서 구입했다. 처음 접해본 서비스였다. '정말 책을 찾아서 줄까?' 라는 기대반, 우려반으로 기다렸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내게 도착했다. 새 책 구입이었음에도 책 품질은 아무래도 조금 낡았지만, 구하기 힘든 책이니 어쩔 수 없으려니 생각했다.

 

 한 때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몇몇 책들을 보았었다. 제프리 롱의 <죽음 , 그 후>, 죽음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 엘리자베스 쿠블러 로스의 <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있어라>, 그리고 <EBS 다큐프라임 죽음>이란 책들을 보았다. 제프리 롱의 <죽음 , 그 후>는 임사체험에 대해 한 의사가 과학적으로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바라본 것들을 담은 책이고, 엘리자베스 쿠블러 로스의 <안녕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진정으로 살아있어라>라는 책은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으로, 굉장히 감동적이고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바라볼 수 좋은 있는 책이다. <EBS 다큐프라임 죽음>은 죽음에 대해 포괄적으로 다루긴 했지만, 아무래도 너무 피상적이고, 내용이 깊지가 않다.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나의 궁금증, 아니 인류의 궁금증은 현재진행형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져왔지만 아무도 속 시원하게 답을 내려주지 못했다.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은 물질과 영혼, 그리고 종교에 대한 내세관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주제이다. 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블랙홀을 볼 수는 없으나,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것처럼, 죽음과 그 후의 세계는 결코 볼 수 없지만, 그 존재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되는 날이 오진 않을까? 그리고 그 힌트가 임사체험에 혹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임사체험자들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임사체험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해 나가고 있으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임사체험에 대한 연구들도 소개하고 다루고 있다. 그리고 실제 다치바나 다카시씨가 죽음의 권위자 엘리자베스 쿠블러 로스와의 나눈 인터뷰도 담고 있는데 그 내용은 사뭇 충격적이다. 그 외에도 많은 임사체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임사체험을 경험하고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다양하고 많은 사실들을 접할 수 있다.

 

 '임사체험? 그건 다 거짓말 혹은 뇌내 망상이야! 비과학적이야!' 라고 무시하며 부정하는 것이 정말 과연 과학적으로 바람직한 태도일까? 현재 과학으로 이해되지도 설명되지도 않는 문제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탐구해나가는 것이 정말 과학적인 태도가 아닐까?

 하지만 역시나 과학적 방법론은 한계에 부딪힌다. 과학의 가장 큰 한계이자 어쩌면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주관적 경험'에 대한 회의론적 접근이다.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위해서는 실험으로 입증되어야 하며, 누가 언제 어디서 실험을 하던지 동일한 실험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주관적 경험은 과학에서 다루기 힘든 영역이다. '내가 어제 신을 만났어.' 라고 그 경험을 이야기 해도 그것은 주관적 경험일 뿐, 입증가능하거나 실험, 관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정말로 신을 만났는지부터 그 신이 정말 신이 맞는지까지, 혹은 실제로 만난 것인지 아니면 만났다고 착각을 하는 것인지, 혹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착각과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로 신을 만났다고 믿고 있더라도 환각을 본 것은 아닌지. 증거를 댈 수 있는지, 실험과 관찰이 가능한 것인지 등등 수많은 의문이 함께 따라오게 된다. 때문에 변수가 통제된 상황에서의 실험이 과학에서는 필요한 것이다. 과학적으로 회의적으로 보기에 개인의 주관적 경험은 너무도 불충분 증거자료이다. 때문에 임사체험 역시 개인의 주관적 경험이고 아무리 많이 그 자료를 모은다고 해도 임사체험이 사후세계체험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도 없고, 따라서 죽음 이후의 세계, 즉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관찰 가능한 영역들은 존재한다. 임사체험을 겪게 되는 사람들의 공통점, 임사체험을 겪은 후에 그 사람들의 변화양태, 임사체험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요소들, 그리고 무엇보다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례들을 통해서 끊임없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과학적 패러다임은 위협받는다. 예를 들면 임사체험 후 물리적으로 알 수 없고 볼 수 없는 사실에 대해 봤다고 하는 증언이 거기에 해당된다. 임사체험으로 물리적으로 굉장히 먼 곳에 다녀와서 거기서 본 내용을 이야기할 때, 그것이 실제와 일치하면, 그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사례, 반례가 된다. 하지만 역시나 먼가 찜찜한 것은 사실이다. 혼수상태일 때 어디서 혹시 들은 것은 아닐까? 아니면 의식을 회복했을 때 어디서 들을 것은 아닐까? 이런 변수들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100%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100% 통제된 상황에서 실험을 할 수 도 없다. 왜냐하면 임사체험인 것이다! 누가 이런 위험한 시험에 자원을 할 것인가? 갑자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타나토너트>가 생각난다. 학창시절 정말 재미있게 본 SF소설로 바로 임사체험을 실제로 실험을 하면서 사후세계를 탐험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어렵고 위험하고, 그리고 역시나 임사체험을 하고 돌아와도 결국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이라는 문제가 남는다. 반복하지만 통제된 상황에서의 물리적으로 절대 알 수 없는 사실을 임사체험에서 알아 낸다면, 강력한 증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직접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실들을 임사체험을 통해서 보고 와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죽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리고 사후세계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미스터리의 영역이고 호기심과 궁금증의 대상이다. 수많은 문학작품이 그리고 종교가 이 문제들 다뤄 왔다. 인간의 근원적인 미스터리지만 결코 풀 수 없는 미스터리. 죽으면 모두 답을 알게 되지만, 현세에서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역설적인 의문. 사후세계에 대해 호기심이 있고 탐구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것도 하나의 견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물론적으로 생각하면 우리의 의식은 뇌의 화학, 전기적 자극이며, 죽으면 당연히 끝. TV의 전원이 나가면 화면은 꺼진다. 끝. 그 이후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속단할 수 있을까? 만약 영혼이 있다면, 다른 차원, 다른 시공간이 존재한다면? 우리 우주의 대부분은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우주의 95%가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들로 이루어져있다. 이 우주에서 우리가 보고 느끼고 관찰가능한 세계는 단 5%에 불과하다. 우리가 과연 무엇을 확실히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바람은 사후세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윤회도 천국도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런 개인적인 바람, 소망들이 사후세계를 만든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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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0-26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치나바 다카시의 책이네요, 괜찮은 책이라면 나중에 다시 출간할 수도 있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님, 좋은하루되세요

비만오면 2020-03-03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저도 책제목만 보고 ˝또 구름잡는 이야기꾼이 쓴 카더라 이야기 책이겠거니˝ 했는데, 저자를 보고는 신뢰했습니다.
좋은 리뷰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