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생활자의 수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2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동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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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만에 다시 읽었다. 내가 최고로 꼽는 책 중에 하나. 2번째 읽을 때는 이 책에 대해 배경지식을 조금 알고 보게 되었다. 이 소설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책의 화자의 독백이고 2부는 그 화자가 겪은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 봤을 때는 1부의 내용이 거의 이해되지 않고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몰랐는데, 이번에는 배경지식을 가지고 보니 1부의 내용, 화자가 하는 이야기가 이해가 되었다.

 

 

 그 배경지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도스토옙스키가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집필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1860년대 젊은 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체르니솁스키의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데올로기적인 반박이었다.

 

 체르니솁스키는 1860년대 당시 젊은 지성인들 사이에 열렬한 우상적 숭배를 받을 정도로 감격을 불러일으켰던 허무주의적 유물론의 기수였다. 그는 인간 본성이 원래 선하며, 인간이 사악한 행위를 하는 것은 사회가 그에게 자신의 욕구와 능력을 만족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람이 악행을 저지르는 것은 인간 안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체계와 환경의 탓이라고 여겼으며, 따라서 환경이 좋아지고 개선되면, 인간의 모든 악행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간 본성은 선하며, 인간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자신의 진정한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그의 이론이 형상화 되어 있는 ≪무엇을 할 것인가?≫의 주인공들을 통해 자신의 이론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실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베라 파블로브나와 로푸호프의 이익 계산 이론이 그 좋은 예다. 실제로 이 작품에는 많은 산술적 계산들이 등장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지하생활자의 수기 [Записки из подполья] (고전해설ZIP, 2009. 5. 10., 지만지)

 

 그러니깐 요약하자면, 체르니솁스키란 사람이 소설을 통해서 이런 주장을 한다. 인간은 본래 선한데, 주변 환경의 영향과 자신의 진정한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기때문에 악행을 저지른다. 따라서 환경을 개선하고, 산술적 계산을 통해 이익을 계산해주면 인간은 착하게 살 것이다 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도스토옙스키 형님 당연히 발끈하시고 그에 반박하는 소설 집필하시다. 그리고 이 소설을 경계로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은 전기와 후기로 나뉘게 되고, 후기의 작품들 즉, <죄와벌>, <악령>, <백치>, <카라마조프가이 형제들>은 대작의 반열에 들게 된다. 그리고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의 일류 작가에서 세계적인 작가, 시대를 뛰어넘는 작가로 발돋움하게 된다.

 인간은 선하지 않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을 아무리 보여줘도 내키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손해를 끼침이 자명한 일인데도 울컥해서 혹은 에라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한다. 자신을 파괴한다. 천국같은 곳에서도 얼마든지 오물을 뒤집어쓰고 술을 먹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인간의 모순성을 이 소설은 여과없이 적나라하고 치밀하게 보여준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선함과 악함, 우월감과 열등감, 신성과 악마성을 까발린다. 인간 심리의 심연의 심연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독자는 거기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그 어떤 책, 소설보다 인간의 심리를 잘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니체의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내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던 단 한 사람의 심리학자였다. 

그는 내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운 가운데 하나이다."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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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23-01-18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도 도스토 형님 작품 중 지하생활자 엄청 좋아합니다. 백야와 함께 말이죠.

고양이라디오 2023-01-26 10:18   좋아요 0 | URL
도스토 형님을 처음 접한 작품이라 더 뜻깊습니다. 다음 도스토 형님 작품으로 백야를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