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3년 만에 찾아온 하루키의 장편소설. 자세한 이야기는 리뷰에서 하겠습니다. 아래는 좋았던 부분들입니다.
"루키즘이란 것이 강하게 부정당하는 시대잖아. 너도나도 미인 대회를 소리 높여 비판해. 대중 앞에서 '못생긴 여자' 같은 말을 입에 올렸다간 뭇매 맞기 십상일걸. 하지만 한편으로 텔레비전을 켜봐. 잡지를 펼쳐봐. 화장품과 미용성형과 에스테틱 살롱 광고가 넘쳐나거든. 그거, 아무리 생각해도 이중 잣대 아닌가? 무의미한 개그라고 할까." -p23
루키즘(Lookism)이 뭔지 찾아보니 외무지상주의를 말하는 거였습니다. 위의 말이 공감이 갑니다.
"좋은 이야기에는 반드시 어떤 유용성이 포함되어 있지." -p164
유용성이라. 예술의 특징 중 하나가 비실용적인 게 아닌가 싶었는데. 좋은 이야기에는 반드시 어떤 유용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단순히 글자 그대로의 이야기일까요? 발터 벤야민이 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어쨌거나 문을 두드리지 않으면 이야기는 나아가지 않는다. -p266
우리 인생도 그런 거 같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이야기는 나아가지 않습니다. 변화도 없습니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는 때론 두드려봐야하는 거 같습니다.
소설 속에서 잭 케루악이라는 미국 작가 이름이 나옵니다. 1950년대 미국 문학사를 대표하는 아주 유명한 미국 작가라고 합니다. 대표작은 자전적 소설인 <길 위에서> 라고 합니다. 미국 대륙을 차로 가로지르며 방랑했던 경험을 담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재밌을 거 같습니다.
하루키 소설 속에 언급된 작품들을 읽는 걸 좋아합니다. 대부분 만족 스러웠습니다. <도구라 마구라>는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일본 3대 기서로 꼽힌다고 합니다. 걸작이라하지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요즘 미스터리 이야기가 끌립니다.
하루키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 유명합니다. 작품 속에서도 음악들이 언급됩니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오늘 들어봐야겠네요.
"넌 말이다, 여기서 코끼리에게 밟혀 뭉개져야 하거든." 노인이 미소라를 향해 말했다. "밟혀 뭉개져 마른오징어처럼 납작해져서 일단 죽어야 비로소 다시 태어날 수 있단 말이지. 경계선을 넘어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거야. 그리고 부모님과 여동생이랑 다 함께 다시 한번 화목하게 사는 거란다. 학교도 다닐 수 있고, 친구들과 피구를 하며 놀 수도 있지. 충격을 느끼는 건 불과 한순간이다. 그러니까 참아. 몸을 내던지는 거야."
피구? 그 놀이라면 미소라는 질색이었는데.
코끼리가 우오 하고 환희의 소리를 다시 한번 내지르고는 쳐들고 있던 앞발을 있는 힘껏 땅바닥으로 내리꽂았고, 미소라는 순식간에 깔려 납작해졌다.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이. -p342
소설 속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구절이었습니다. 저도 코끼리에게 밟혀 뭉개져 마른오징어처럼 납작해진 적이 있습니다. 죽을만큼 괴로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다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원치 않아도 살면서 그런 순간들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화가 난 코끼리에게 밟혀 뭉개지는 순간이요. 그리고 아마 코끼리를 화나게 한 건 자기 자신이었을 것입니다.
영웅은 시련을 필요로 한다. 예로부터 그게 숙명이다. 격렬한 고통과 절체절명의 난관, 때로는 죽음 그 자체를 통과함으로써 그는(그녀는) 정화되어 불굴의 영웅이 된다. 영웅 이야기는 전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건 그것대로 좋다. 아마 그런 것일 테다. 그렇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영웅 같은 것이 아니고, 앞으로 영웅이 되고픈 생각도 없다. 그러니까 그게 문제잖아, 가호는 생각한다. 영웅이 되고 싶지도 않은 인간이랄까, 영웅이 될 턱도 없는 인간이 때로 가혹한 시련만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 -p344
영웅이 아니어도 가혹한 시련을 겪어내야만 하는 거 같습니다.
나는 지난밤, 실제로 이 사람을 죽이고 말았는지도 몰라, 가호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p370
이 구절은 독서모임에서 한 번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무슨 의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