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눈으로 인류의 경제사를 돌아볼 수 있는 재밌는 책이었다. 통섭에 가까운 책. 



 나는 여기서 기후 논쟁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온난화로 인한 파국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실을 근거로 스스로의 낙관주의를 검증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찾아낸 사실은 '급속하고 심각한 기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기후 변화가 순손실을 끼칠 가능성은 낮다. 인류가 기후 변화에 전혀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은 낮다. 앞으로 길게 보았을 때 새로운 저탄소 에너지 기술이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은 낮다. 이렇게 낮은 가능성이 모조리 현실화 될 확률은 더더욱 낮다. 그러므로 21세기에 인류가 번영할 가능성은 정의에 따라 높을 수밖에 없다. -p515~516


 2010년에 출간된 책이라 지금과 저자의 의견이 다를 순 있다. 하지만 그동안 기후 위기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만 들어봤는데 저자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저자의 논리가 수긍은 간다. 그동안 기근, 핵전쟁, 석유 고갈 등 비관적인 전망이 있었지만 모두 틀렸다 (현재까지는) 미래에는 우리가 모르는 신기술이 나올 것이고 우리는 기후 변화도 적응하고 극복하고 번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맞았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나는 애덤 스미스와 찰스 다윈을 기반으로 서술하려고 노력했다. 인간 사회를 철학자 댄 데닛(Dan Dennett)이 '번영 진화'라고 부르는 오랜 역사의 산물로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번영 진화'는 유전적 변이가 아니라 문화들 사이에서의 자연선택을 통해 일어난다. 또한 나는 인간 사회를 개인간 거래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창발하는 질서로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이 질서는 하향식 결정론의 산물이 아니다.

 내가 독자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생물학적 진화를 누적시키는 것이 섹스이듯, 문화적 진화를 누적시키고 지능을 집단화하는 것은 교환이다. 그러므로 인간 남녀의 혼란스러운 행동 뒤에는 인간사를 꿰뚫고 흐르는 불변의 흐름이 존재한다. 그 흐름은 썰물이 아니라 밀물이다." -p519


 애덤 스미스의 경제 이론과 다윈의 진화 이론을 잘 콜라보한 재밌는 책이다. 



 과거에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제국들은 기생적인 궁정을 만드는 대가를 치르고 안정을 얻었다. 일신교는 기생적인 성직자 계층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사회를 단결시켰다. 민족주의는 기생적인 군대라는 희생을 치르고 권력을 얻었다. 사회주의는 기생적 관료제라는 대가를 치르고 평등을 이루었다. 자본주의는 기생적 금융업자라는 대가를 치르고 효율을 달성했다. 온라인 세상에도 기생생물들이 꼬일 것이다. 단속자와 사이버 범죄자에서 해커와 표절 행위자에 이르기까지.

-p529


 통찰이 느껴지는 비유다.


 

 이 책의 주장은 간단하다. "인류의 역사는 사람들의 평균적 생활수준이 계속 향상되어온 번영의 역사였다. 교환과 전문화, 그리고 이를 토대로 발전해온 집단지능 덕분이었다. 혁신적 변화를 계속 이뤄낼 수 있는 인류의 능력(집단지능)이 살아 있는 한 21세기에 인류는 더욱 번영하고 자연의 생물 다양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독자는 여기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혹시 이 책은 인류가 낙관할 만한 근거만 모아놓은 것은 아닐까? 만일 비관할 만한 근거만 모아놓는다면 똑같은 타당성을 지닌 '이성적 비관주의자'가 나올 그런 역사가 인류의 역사인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요, 설득력의 근거다. -p534


 교환, 전문화, 진답지능. 번영을 일궈준 모든 천재들과 선조들께 감사드린다. 나도 좀 더 인류의 미래를 낙관하게 되었다. AGI가 걱정되긴 하지만. 저자는 AGI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것도 기우라 생각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