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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전쟁 - 우리는 왜 이 전쟁에서 실패를 거듭하는가
요한 하리 지음, 이선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9월
평점 :
<도둑맞은 집중력>을 인상깊게 읽었다. 저자 요한 하리의 스토리텔링과 주제에 대해 심도깊게 파헤치는 능력이 좋았기 때문에 그의 다른 책도 보고 싶었다. <마약 전쟁>이 눈에 들어왔다. 기존에 알고 있던 마약에 관한 지식들이 정리가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없이 노출된 마약, 중독자, 마약범죄, 마약카르텔, 마약수사국 등의 관계가 정리되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진실들이 드러났다. 마약을 다른 관점, 정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마약에 대해 내가 느낀 것은 합리성과 연민이었다. 우리는 대부분 마약은 나쁜 것이라고 배워왔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마약은 악 그 자체다. 중독자를 만들어내고, 마약으로 인한 각종 범죄들이 양산된다. 마약은 절대악이다. 없애야 되고 금지해야 되는 그 무엇으로 인식된다. 마약을 허용하는 순간 끝이다. 사람들은 모두 중독자가 될 것이다.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마약이다. 그럼 진짜는 무엇인가? 마약의 실체, 마약과의 전쟁의 실체는 무엇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겠다. 이 책은 마약 합법화를 주장한다. 마약을 범죄화하면 어떤 문제들이 벌어지는지 이야기하고 범죄화한 국가들, 미국, 멕시코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반대로 마약을 합법화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포르투칼, 스위스의 사례들을 보여준다.
나는 놀라웠다. 반대를 무릅쓰고 합리성과 연민, 신념을 바탕으로 마약 합법화를 추진한 대통령, 의사, 간호사 등의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포르투칼과 스위스도 마약 문제가 심각했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벌어졌다. 중독자들이 좀비처럼 거리를 헤매고 마약을 얻기 위해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마약상들은 마약을 팔아 큰 돈을 벌고. 큰 돈을 벌기 위해 마약 조직들은 계속 전쟁을 하고. 마약상, 마약중독자들을 잡기 위해 경찰들이 동원되고 잡초처럼 뽑아도 뽑아도 계속 자라나고 오히려 들풀처럼 더 번지고 상황은 악화되고.
미국은 100년간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지만 마약 문제는 더 심각해졌고 심각해지고 있다.
왜 처벌로 억제가 안되는 것일까? 금지해도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마약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술, 담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과거 미국에서 시행된 금주법과 유사하다. 술을 금지시켰지만 술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밀주하는 범죄 조직들이 생겨나고 범죄조직 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 유명한 알카포네도 이 시대의 인물이다.
다시 포르투칼과 스위스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마약을 합법화하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더이상 마약은 범죄가 아니었다. 치료의 대상이었다. 국가에서 마약중독자들을 관리하고 치료하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마약중독자들은 스스로 마약을 줄이고 끊어나갔다. 여기가 감동적인 포인트였다. 국가에서 마약을 주면 마약중독자들이 더 마약을 원하고 더 많은 마약을 소비하고 더 심하게 중독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가 가진 마약에 대한 잘못된 환상이다. 비과학적인 생각이다. 여기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아무튼 마약중독자들은 스스로 마약을 끊고 사회로 복귀했다. 일을 하고 세금을 내는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
미국은 마약중독자를 범죄자로 다룬다. 감옥에 가두고 빨간줄을 그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게 하고 주택임대에서 불이익을 준다. 마약중독자들은 사회로 다시 복귀하기 힘들어진다. 감옥에서 배우는 건 범죄에 대한 지식이다.
중독의 원인은 화학물질의 중독 때문만이 아니다. 좋은 인간관계와 좋은 환경이 갖추어지면 약물에 대한 중독, 의존성이 줄어든다. 과거 베트남 전쟁 때 수많은 군인들이 헤로인에 중독되었었다. 극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버티기 위해 약물을 하게 된 것이다. 중독의 원인은 극한 스트레스다. 그리고 과거 어린 시절 겪었던 트라우마와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자국으로 복귀한 95퍼센트의 군인들이 약물을 끊었다. 5퍼센트의 중독에 취약한 군인들은 약물을 끊지 못했다. 아마 이들은 어린시절 트라우마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환경도 베트남 전쟁의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통계적으로 마약 사용자의 90퍼센트는 중독되지 않는다고 한다. 10퍼센트는 중독된다. 10퍼센트도 치료와 지원을 받으면 좋아질 수 있다.
옛날 우화가 생각났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로 내기를 한 바람과 해의 이야기다. 먼저 바람이 강한 돌풍으로 나그네의 옷을 날려버리려 했다. 하지만 바람이 강해질 수록 나그네는 옷을 더 꽉 조일 뿐이었다. 실패였다. 다음에 해가 도전했다. 따뜻한 햇살을 비추자 나그네는 더워서 옷을 벗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이 마약전쟁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마약중독자를 범죄자나 악인이 아닌 연민의 대상, 치료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어린시절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 지지하고 지원해줘야 하는 사람들 말이다.
포르투칼과 스위스는 마약을 합법화 했음에도 마약을 불법화하는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마약을 사용하는 인구가 적고 중독자나 범죄율도 적다. 국가 차원에서도 마약과 싸우기 위한 비용보다 마약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적다.
대부분의 사람은 마약의 위험성을 알고 조심한다. 자율에 맡겨둬도 대부분의 사람은 마약을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담배의 폐해를 알고 피우지 않는 것처럼. 마약을 하더라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중독되지 않는다. 대마는 술과 담배보다 중독성이 적다.
여기에 담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요한 하리의 스토리텔링을 맘껏 즐기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