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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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의 제목 '아침 그리고 저녁'은 '삶 그리고 죽음'의 은유라 생각한다. 삶과 죽음을 아침, 저녁 하룻밤에 담았다. 태어나고 깨어나고, 죽고 잠든다. 


 150p의 짧은 소설이다. 요한네스가 태어나는 순간과 요한네스가 죽는 순간, 단 두 순간 만을 소설에 담았다. 중간의 삶을 덜어내고 덜어냈다. 간결함의 극치다. 단 두 순간으로 한 사람의 일생을 이야기 한다. 


 좋은 소설은 독자가 체험을 하게 해준다. 체험의 강도, 몰입의 강도가 높을수록 좋은 소설이다. 주인공 요한네스의 생의 마지막 순간, 노년의 순간을 함께 경험했다. 혼란스러움과 함께. 추억의 기쁨과 아쉬움과 함께. 


 나는 30대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아직 노년의 느낌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향을 통해, 그리고 이 소설을 통해 예측해 볼 수 있으리라.


 기력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아픈 곳도 점점 늘어갈 것이다. 회복도 점점 느려질 것이다. 감정도, 열정도 점점 무뎌질 것이다. 남들보다 오래 살게 되면 친구, 가족들이 먼저 떠나갈 것이다. 이런 쓰다보니 좋은 게 없는 거 같다. 좋은 것도 생각해보자.


 계속 지식을 쌓는다면 점점 덜 어리석어질 것이다. 노후 준비를 잘 한다면 퇴직 후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을 해서 자식들을 낳는다면 손주의 재롱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발전하는 기술, 과학을 경험하고 살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빠지는 것들은 확정적인데, 좋아지는 것들은 가정이 필요하다. 역시 열역학 제 2법칙은 진리다. 



 욘 포세의 소설 완독은 처음이다. <멜랑콜리아>를 읽다가 말았다. 다시 읽어봐도 좋을 듯 싶다. 욘 포세는 2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러고보니 올해 노벨문학상 발표가 곧이다. 10월 10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타면 기분 좋을 거 같다. 


 욘 포세의 소설은 독특하다. 형식이 독특하다. 문장이 마침표 없이 띄어씌기와 쉼표로 이어진다. 문장이 반복된다. 글의 리듬감이 좋다. 음악적이다. 은근히 가독성이 좋고 중독성이 있는 문체다. 인물의 머리 속 생각의 흐름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읽다보면 인물과 하나가 되는 거 같다. 


 확실히 거장의 솜씨를 느낄 수 있었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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