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삼국지 2 - 구름처럼 이는 영웅
나관중 지음, 이문열 평역, 정문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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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유비 패왕설에 빠져 들었다. 소설을 읽는데 평소 내가 그려왔던 이미지와 가장 다른 인물은 유비였다. 오로지 인덕만 가진 인물인 줄 알았는데 인덕을 행하지만 머리 속으로는 전부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있었다. 유약한 이미지인 줄 알았는데 타고난 리더였다. 요즘 각광받는 부드러운 리더십이었다. 황건적을 토벌할 때는 계책을 쏟아냈다. 인물 판단, 정세 판단에도 능하다. 


 '어라?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랑 많이 다르네?' 유비 사실은 엄청 능력자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자꾸 더 그렇게 보였다. 만나는 사람 대부분 유비를 높게 평가한다.(원술, 원소 등 사람 볼 줄 모르는 이들은 유비의 행색을 보고 낮게 평가한다.) 유비에게 한 눈에 반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정사 속 유비를 찾아보니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아 유비는 그냥 조조와 같은 능력자였구나. 패왕의, 영웅의 자질을 가진 사람이었구나.'


 정사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유튜버, 역사학자 할 거 없이 유비 패왕설을 지지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단지 황실의 종친이라는 후광과 인덕만 가지고 난세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비유해보자면 진짜 진짜 사람좋은 누군가가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이 함께 전재산을 투자해서 사업을 하자고 하면 같이 하겠는가? 아마 그 사람의 능력, 비전, 가능성 등을 보고 함께 할 것이다. 하물며 삼국지 속 난세는 전재산+목숨까지 걸고 함께하는 사이다. 능력은 없는 데 사람만 좋다고 그를 따른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러지 않을 것이다.


 자존심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관우가 인정하고 형이자 주군으로 모셨다. 성깔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장비가 아이처럼 따랐다. 소설 속에서도 장비가 급발진하면 그것을 말리는 것은 유비다. 장비가 여포한테 눈깔이 돌아 장팔사모를 꺼내들면 쌍고검을 꺼내서 호통치는 것도 유비다. 보통 기가 쎄지 않으면 불가능한 행동들이다.


 실제로 정사에서 유비한테 말대꾸할 수 있는 사람은 법정, 방통 등 몇 안 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좋게 돌려가면서 이야기했지 누구도 유비 앞에서 함부로 말을 못했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유비는 돗자리파 두목이었으며, 장비, 관우를 무력으로 제압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연히 무력은 장비, 관우가 위였겠지만 모든 능력을 합하면 유비가 훨씬 위였고 타고난 리더였다. 건달 두목 출신이라는 이미지가 유비에게 더 어울린다.


 조조가 인정한 유일한 영웅 유비. 아무런 기반없이 시작해서 촉나라의 왕으로 오른 인물. 강강약약.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한없이 너그러웠던 인물. 소설을 보면서 그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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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4-08-21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비는 돗자리파 군벌의 총수였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소설에서 유비가 인의/의리의 화신
으로 그려지지만, 그 또한 셀프마케
팅의 일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형주를 집어 삼킬 때도 그렇고 서천
정벌에 나설 적에도 주변의 권유에
의해 마지 못해 나서는 척하는 모습
을 생각해 보니 패왕의 자질이 충분
하구나 싶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4-08-21 10:20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반갑습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네 맞습니다. 스스로를 조조와 반대로 브랜드해서 셀프 마케팅한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행에 잘 옮겼고요. 유비의 처세 중 사양하고 겸양 떠는 모습이 예전에는 가식적으로 보였는데 진심도 들어가 있고 계산적이기도 하고 이제는 좋은 점이 보이더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