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의 대표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재독했다. 첫번재 만큼의 충격과 감동, 감흥은 없었지만 여전히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재밌는 책이었다. 인간의 정신과 뇌의 신비를 들여다보는 즐거움과 색스의 따뜻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책도 더 읽어보고 뇌과학 책들도 더 읽어보고 싶다. 



 그녀는 개념적인 이해력이 없는데도 시적인 언어는 잘 알아들었다. 말하는 것이 서툴긴 해도 일종의 시인, 천부적인 시인이라고 불릴 만했다. 깜짝 놀랄 만한 비유와 은유가 뜻하지 않은 순간에 시적 탄식이나 암시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듯했다. -p298


 "봄, 탄생, 성장, 깨어남, 계절, 만물이 때를 만났다...." -p300


 레베카의 평균 지능지수는 60 이하였다. 계산하지도 읽거나 쓸 줄도 몰랐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녀에게는 시적인 재능이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뉴욕의 지도에 감정이 없듯이 그러한 기억에는 거의 아니 전혀 아무런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맥락이 없고 발전성도 없으며 응용될 수도 없다. -p314 


 단순히 기억이 좋은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을 기초로 무언가를 쌓아 올려야 한다. 활용하고 응용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는 감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의 계산 능력을 테스트해보면 놀랄 정도로 형편없다. 계산 능력이야말로 셈의 천재 혹은 인간계산기가 가장 자랑할 만한 능력임에도 어쩐 일인지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그들의 지능지수는 60이었고, 거의 60에 어울리는 정도의 계산 능력밖에 없었다. 간단한 덧셈이나 뺄셈도 정확하게 해내지 못했다. 곱셈과 나눗셈에 관해서는 대체 그게 뭔지 의미조차 알지 못했다. -p327 

 

 인간계산기로 불리는 쌍둥이 형제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그들은 12자리의 소수를 찾아낼 수도 있지만 계산 능력이 없었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테스트 자체가 그들을 정확히 테스트 할 수 없는 면도 있었을 거 같다. 무의식적으로 소인수분해를 할 수 있지만 곱셈과 나눗셈에 대한 개념자체가 없었다. 



 300자리 숫자 혹은 과거 40년간에 일어난 수천억이 넘는 엄청난 양의 사건을 어떻게 머릿속에 담고 있는지를 물으면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그냥 볼 뿐입니다." -p329

 

 쌍둥이 형제에게는 사진기억력이 있었다. 침팬지는 우리보다 사진기억력이 월등히 뛰어나다. 


 

 이리하여 천재소녀에게서 천재성을 빼앗아버리고 말았다. 그다음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단 하나의 뛰어난 재능이 사라지고 어디를 보아도 보통 사람 이하인 결함투성이의 소녀가 되었다. 이런 기묘한 치료법이나 고안해내다니, 도대체 우리는 무얼 하는 인간이란 말인가? -p347 

 

 나디아라는 스케치에 뛰어난 재능을 지니 자페증 소녀는 '스케치 이외의 분야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 가차없이 치료체제에 따르도록 하는 조치를 받았다. 그 결과 스케치에 대한 천재성을 잃어버렸다. 쌍둥이 형제도 두 사람을 떨어뜨려놓는 치료가 행해졌다. 그들은 숫자에 대한 신비한 능력을 잃어버렸다. 



 쿠르트 괴델은 극히 일반적인 형태이긴 했지만 수 특히 소수가 많은 관념, 인간, 장소 등을 가리키는 '표식'이 되는 것 같다는 설을 제기했다. -p352

 

 소수는 확실히 미스터리한 면이 있다. 우리 세상은 혹시 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특수한 사례들,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인간의 정신과 뇌를 들여다봤다. 인간의 정신과 뇌가 얼마나 신비롭고 대단하고 특이한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뇌과학 책을 이어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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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28 0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참 지났지만 리뷰글을 읽다보니 새롭네요.

고양이라디오 2024-01-30 13:07   좋아요 0 | URL
전 재독인데 읽다보니 새록새록 기억에 나더라고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