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인류의 진화에 대한 책이다. 우선 책 표지 이야기부터 안할 수가 없다. 책 표지만 보면 1990년대나 80년대 책 같다. 나도 굉장히 오래된 책처럼 보여서 빌릴까 잠시 망설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2015년도에 출간된 책이다. 문학사상 출판사는 책 표지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책 표지는 첫인상이다. 좋은 책이 책 표지 때문에 평가 절하되는 거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다.
아래는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님의 추천사 중 한 구절이다. 이 책을 잘 요약한 글이라 소개한다.
이 책은 침팬지와 인간 사이에 나타난 변별점을 흥미롭게 제시하며 인류의 기원과 인간의 지성, 언어 능력의 발달, 인류의 폭력성과 성 등을 다루면서 그 발원을 추척해간다. 그렇다면 '제3의 침팬지로서의 성향'이 앞으로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p9
인류의 기원에 대한 책을 읽고 싶었는데 마침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책이 있어서 도서관에서 빌렸다. 같은 저자의 <제3의 침팬지>도 있었는데 이 책이 더 얇아서 선택했다. 3분의 2쯤 읽었는데 재밌게 읽고 있다. 만족스럽다.
볼티모어 동물원의 침팬지들이 그린 그림을 아동심리학자에게 보여주면서 화가의 정신적 문제를 진단해달라고 했다. 침팬지가 그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은 세 살짜리 수컷 침팬지가 그린 그림을 공격적인 일고여덟 살 소년의 그림으로 추측했다. 한 살짜리 암컷 침팬지가 그린 그림 두 점은 각각 불안해하는 열 살짜리 소녀가 그린 그림으로 추측했다. 심리학자들은 화가의 성별은 제대로 맞혔다. 종을 틀리기는 했지만. -p150-151
화가, 미술 평론가들도 침팬지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 인간이 그린 그림으로 착각하고 열렬한 찬사를 늘어놓는다고 한다. 침팬지가 그린 그림을 보고 싶다. 침팬지가 그린 그림은 잘 팔린다고 한다. 방금 검색해서 봤는데 미술 문외한이 충분히 착각할만하다.
농업인과 수렵. 채집인의 또 다른 차이는 영양이다. 농업인은 쌀이나 감자처럼 탄수화물이 풍부한 작품을 주로 섭취한다. 이에 반해 수렵. 채집인은 야생 동식물을 고루 먹기 때문에, 단백질이 많고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한다. 수렵. 채집인은 건강하며 질병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 다양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몇 가지 작물에 의존하는 농업인과 달리 식량 부족이나 기근을 겪지 않는다. 먹을 수 있는 야생식물이 85가지나 되는 부시먼이 굶어 죽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다. -p165
그리스와 터키에서 출토된 수천 년 전 사람들의 골격도 놀라우리만치 비슷했다. 빙기에 이 지역 수렵.채집인의 평균 키는 남자의 경우 177.8센티미터, 여자의 경우 167.6센티미터였다. 하지만 농업을 받아들이면서 사람들이 짜부라졌다. 기원전 4000년에 남자의 평균 키는 160센티미터, 여자는 154.9센티미터에 불과했다. 수천 년 뒤에 키가 조금씩 커지기는 했지만, 그리스와 터키의 현대인은 건강한 수렵.채집인 조상의 평균 키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p170
수렵. 채집인은 골격이 튼튼했다. 충치도 적었다. 영양실조도 덜했다. 전염병, 기생충도 없었다. 장수했고 유아 생존률도 높았다. 농업의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이유로는 적어도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높은 탄수화물 비중이다. 수렵채집인은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 다양한 음식을 섭취했다. 나도 반성하고 다양한 음식을 먹고 탄수화물을 줄여야겠다. 둘째, 한두 가지 작물에 의존하는 농업인은 흉작이면 영양실조나 굶주림에 시달릴 위험이 컸다. 셋째, 전염병과 기생충이다.
그리고 농업이 인류에게 내린 또 다른 저주는 계층 분화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농업인들은 수렵채집인으로 남고자 한 사람들보다 빨리 번식했으며 이들을 죽이거나 내쫓았다. 비록 영양실조에 걸렸더라도 농민 열 명이 건강한 수렵인 한 명과 싸워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은 농업인들이 원하지 않는 땅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쫓겨났다. -p173
농업은 인류에게 축복이자 저주다. 종 전체에는 이득을 가져왔을지 몰라도 개개인의 건강과 행복에는 오히려 악영향이 많지 않을까 싶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책 재밌다. 앞으로 계속 읽어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