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물을 깨닫는다>는 과학 전문기자가 쓴 동물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인간의 유래>에서 다윈은 동물과 인간의 정신 능력이 수준에서 차이가 날 뿐 종류가 다르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동물에게도 우리와 같이 사유, 기억, 언어 능력은 물론이고 심미적 감각까지도 있으며, 인간의 인지가 동물의 인지보다 복잡하기는 하지만 차이는 오로지 그 복잡성에만 있다는 뜻이었다. -p23


 나는 다윈의 위 주장에 동의한다. 그리고 현재 과학의 실험 결과들은 다윈의 주장을 뒷받침해가고 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봤을 때도 갑자기 인간에게만 의식, 자유의지, 사유, 기억, 언어, 감정 등등의 능력이 생겼을리 만무하다. 침팬지는 우리와 DNA가 98퍼센트 일치한다. 침팬지들을 보면 인간과 차이점보다 공톰점이 더 많은 거 같다. 프란스 드 발이 쓴 <침팬지 폴리틱스>란 책이 있다. 그 책을 보진 않았지만 프란스 드 발의 책을 3권 정도 읽었다. 침팬지의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침팬지들은 정치적이다. 우리가 괜히 정치질하는 게 아니다. 정치질은 우리의 본성이다. 편 가르고, 서열을 중요하시하는 것은 침팬지와 공유하는 우리의 본성이다. 



 바우어새는 둥지를 장식할 때 재료들을 되는 대로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그리는 화가들처럼 원근법의 착시를 불러 일으키는 방식으로 배열한다는 사실이었다. 그 착시를 위해 수컷들은 잔가지로 꾸며 놓은 둥지 입구 바로 앞에 크기가 제일 작은 재료들을 놓고 입구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곳에 제일 큰 재료들을 놓는다. 


 (중략) 연구팀은 바우어새가 예술가라고 결론 내렸다. 인간을 제외하고 예술적 감각을 지녔다고 전적으로 인정받은 최초의 동물이었다. -p33 

 

 다른 동물들도 심미적, 음악적인 예술적 감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나는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바우어새의 수컷은 자신의 둥

지가 암컷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알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원근법을 고려해서 둥지를 장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고양이의 정신 능력을 탐구하는 과학자들도 방문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고양잇과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학자들은 별로 없었다. 내가 이야기를 나눠 본 고양이 연구자들은 고양이가 영리하다고, 이를테면 관찰을 통해 아주 기민하게 학습한다고 강조했지만,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인 까닭에 (인지 연구의 필수요소인) 반복 실험에 끌어들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p42 


 독일은 한 연구자는 고양이가 4까지 셀 수 있음을 증명하는 데 딱 4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는 실험을 위해 자신이 얼마나 참을성을 발휘해야 했는지 설명했다. 고양이들 중 한 마리가 아침에 딱 한 번 테스트를 받고, 다른 고양이가 오후에 또 딱 한 번 테스트를 받았다고 했다. 고양이는 역시 인간을 집사 정도로 생각하는 거 같다. 주인을 실험하기는 힘든 일이다. 이 책에서 딱 하나 아쉬웠던 점은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에 대한 챕터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이해가 간다. 



 앵무새에 대한 챕터가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앵무새는 형태와 색깔이란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 같다. 초록색 열쇠와 초록색 컵을 꺼내 뭐가 같은지 물어보면 색깔이라고 답한다. 뭐가 다른지 물어보면 형태가 다르다고 답한다.



 페퍼버그의 연구 이전에는 새는 사물에 이름 붙이는 것을 배울 수 없다고들 믿었다. 1960년대에 노암 촘스키같은 언어학자들은 인간만이 물체를 명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과학자들은 새가 '같다.', '다르다', '더 크다', '더 작다' 등의 개념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알렉스는 테스트에서 고작 20분 만에 열쇠, 컵, 종이 등 여러 물체의 이름표를 말했을 뿐만 아니라, 색깔, 형태, 크기, 재질(울, 나무, 금속)까지 구분했다. '같음-다름' 은 인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개념이다. 그래서 알렉스는 두 사물의 속성에 주의를 집중하고 페퍼버그가 무엇을 비교하라고 하는지, 색깔인지, 형태인지, 재질인지 정신을 바짝 차려 들어야 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판단을 내린 다음 정확한 이름표까지 입 밖에 내서 말해야 했다. 

 (중략) 알렉스는 심지어 영이나 없음을 이해하고 발음할 줄도 알았다. 이제까지 이 능력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동물은 침팬지 두 마리가 전부다. -p138 


 알렉스는 앵무새 중에서도 똑똑해서 어린 앵무새들의 훈련을 지켜보다 어린 새가 단어를 잘못 발음하면 "분명히 말해!" 라고 말한다. 


 

 동물이 자기 종끼리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그들의 의사소통이나 발성이 어떤 식으로든 인간의 언어와 비슷할 수 있을까? 다윈은 틀림없이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원숭이의 울음과 몸짓을 이해하거나 개가 짖는 소리와 표현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67  

 

 동물들끼리도 의사소통을 한다. 돌고래는 지역마다 방언이 있고 짧은 순간에 복잡한 정보를 서로에게 전달할 수 있다. 침팬지들은 단어들을 변형하거나 조합해서 의사소통을 한다.



 "일단 이 언어를 이해하고 나니까 새로운 요구를 제시해도 단번에 알아듣고 반응했어요. 훈련된 행동이 아니었죠. 아키카마이는 언어의 문법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던 겁니다." -p291

 

 아키카마이는 돌고래의 이름이다. 돌고래들은 기본적인 문법 능력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영상에서 아키카마이와 피닉스는 하나의 행동을 발명해서 그 행동을 같이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두 돌고래는 수조 한쪽에서 출발해 같이 물속에서 10초 정도 원을 그리며 돌더니 일제히 물 밖으로 뛰어올라 꼿꼿이 선 채로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입으로 물을 내뿜었다. 이 모든 행동이 정확히 동시에 이루어졌음은 물론이다. -p293 

 

 우리는 아직 돌고래들이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모른다. 아마도 그들끼리 음파를 이용해 대화를 나눴으리라. 


 

 기억력 측면에서도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동물들이 많다. 인간의 기억력은 아마 제한이 걸려있는 거 같다. 효율이 낮아서 강제로 억제되지 않았을까 싶다. 침팬지는 사진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다람쥐나 새들은 수많은 먹이를 숨겨 놓고 그것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매번 물건을 잊어버리는 내게는 부러운 능력이다. 



 개미부터 개와 늑대까지 다양한 동물들의 놀라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동물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께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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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4-01-07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고양이는 그렇군요. 인간은 집사일 뿐이군요 ㅋㅋㅋ 다람쥐는 도토리 숨겨놓고 위치를 잘 잊어버린다는 데 아니었네요. 이 책 재밌을 것 같아요!! 담아갑니다^^

고양이라디오 2024-01-08 00:24   좋아요 1 | URL
기억에 의존해서 글을 써서 제가 쓴 글 다시 찾아봤어요ㅎ

클라크잣까마귀는 가을에 수백군데에 2만개의 잣을 숨겨놓고 겨울과 이듬해 봄에 대부분을 찾아 먹는다고 하네요.

다람쥐는 저의 잘못된 기억이었던 거 같고 그래서 인터넷 찾아봤더니 숨겨진 곳을 잘 찾고 일반적으로 기억력이 좋다고 합니다. 기억력이 나쁘다는 속설이 있는 거 같습니다ㅎ

근데 진화론적으로 봤을 때에 보다 잘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기 때문에 잘 숨기고 잘 찾아먹는 다람쥐들이 더 많이 살아남았을 거 같습니다ㅎ

꼬마요정 2024-01-08 14:44   좋아요 1 | URL
아, 그냥 속설이군요. 다람쥐는 똑똑하고 기억력이 좋다, 기억하겠습니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4-01-08 19:04   좋아요 1 | URL
붕어 기억력 5초, 새대가리 이런 거 대부분 속설인 거 같습니다. 다람쥐도 엄청 똑똑할지도ㅎㅎ

꼬마요정 2024-01-07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품절이네요? ㅠㅠ

고양이라디오 2024-01-08 00:06   좋아요 1 | URL
네ㅠㅋ 저는 알라딘 중고점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구입했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