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읽고 싶던 책이었다. 몇 번 시도했다가 실패했는데 이번 독서모임에 선정되어서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다. 재밌게 읽었다. 별 내용이 없는데도 재밌었다. 고전은 역시 고전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공감대가 있다. 




 #선행학습


 <얘, 한스!> 그가 말했다. <내 말은 이런 거야. 오래전부터 종종 경험해 온 일이지. 시험을 잘 치르고 난 뒤에 별안간 뒤로 쳐지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법이란다. 신학교에선 새로운 과목들을 여러 가지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새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배울 걸 미리 준비해 두는 학생들이 적지 않단다. 특히 시험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학생들이 곧잘 그렇게 하지. 그런 학생들은 자신의 월계관 위에서 휴가를 편히 보낸 학생들을 누르고는 어느 날 갑자기 정상의 자리를 차지해 버리는 거야. -p74 


 

 100년 전에도 이국에 선행학습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람 생각하는 건 다 똑같구나. 선행학습에 대해 생각한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선행학습이 그렇게 심하진 않았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수학 선행학습을 한 친구는 반에서 극히 일부였다. 지금은 선행학습을 우리 때보다 훨씬 많이 한다고 들었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힘들 정도라 들었다. 선행학습이 베이스가 되었다고 들었다.


 선행학습을 하면 분명 유리하다. 유리한 건 맞다. 효율과 기회비용 등을 전체적으로 따져야 하겠지만 남보다 앞서고 싶은 열의가 있다면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돌이켜보면 선행학습을 한 친구들은 그 과목에 대해 남들보다 우위를 계속 유지했던 거 같다. 선행학습, 악순환의 굴레고 무한경쟁이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같다. 지금의 교육과정과 시스템에서는.


  


 #학교와 천재


  이렇듯이 학교마다 법규와 정신의 싸움판이 자꾸 되풀이 되고 있다. 국가나 학교가 해마다 새롭게 자라나는 보다 귀중하고 심오한 젊은이들을 뿌리째 뽑아버리기 위하여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목격하게 된다. 더욱이 선생들에게 미움이나 벌을 받은 학생들, 학교에서 도망치거나 내쫓긴 학생들, 바로 이들이 후세에 우리 민족의 정신적인 재산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더러는 무언의 반항심과 더불어 자신을 소모하고, 마침내 파멸하기에 이르기도 한다. 과연 이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누가 알겠는가! -143

 

 무라카미 하루키는 학교가 싫었다. 학교 공부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나는 진정한 천재는 학교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반화 시킬 순 없겠지만 천재의 특성 중 하나가 자발성, 자유성이다. 천재는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하는 분야에서는 굉장히 높은 수준의 성취를 자랑한다. 그 외에는 관심도 없고 재미도 없다. 그래서 의미도 없다. 천재에게 학교는 벗어나고 싶은 굴레에 불과한 거 같다. 아인슈타인도 조지 오웰도 학교를 싫어했다. 학교 생활에 적응잘하고 좋아한 천재는 누가 있었을지 궁금하다. 어쩜 꽤 많을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 계속 우등생이었던 과학자들도 많았던 거 같다. 뉴턴도 학교를 싫어했던 거 같다. 다윈도.



 #동심


 일 년 내내 한 달에 한 번 꼴로 애타게 기다려지던 일들이 있었다. 풀을 말리는 일, 토끼풀을 베는 일, 첫 낚시질에 나서는 일, 가재를 잡는 일, 호프를 거둬들이는 일, 나무를 흔들어 자두를 따는 일, 불을 지펴 감자를 굽는 일, 그리고 곡식 타작을 시작하는 일 등이었다. 그 사이에도 틈틈이 즐거운 일요일과 축제일이 있었다. -p185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즐거운 일들이 많았던 거 같다.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재밌었던 거 같다. 나이가 들면서 동심을 잃어가고 재밌는 게 줄어드는 거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가끔 조카를 보면 너무나 부럽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고민도, 근심도 없어 보인다. 오직 현재만을 사는 거처럼 보인다. 자주 웃는다. 행복하고 즐거워 보인다. 모든 것이 재밌어 보인다. 다시 어린 아이처럼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오직 현실만을 살 수 있다면. 조르바처럼. 먹물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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