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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하루키 - 그만큼 네가 좋아 ㅣ 아무튼 시리즈 26
이지수 지음 / 제철소 / 2020년 1월
평점 :
뛰는 덕후 위에 나는 덕후있다. 나는 하루키를 좋아하지만 이 책의 저자에겐 한참을 못 미친다. 저자는 하루키의 문장을 원서로 읽기 위해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으로 유학까지 가는 진짜 하루키 덕후이다.
하루키의 팬으로서 즐겁게 이 책을 읽었다. 하루키의 책과 문장들을 만나고 그에 대한 저자의 감상을 듣고 저자의 이야기까지 재밌게 들었다. 그녀는 지금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으며 하루키의 책을 의뢰받는 날까지 번역을 계속해볼 생각이라고 한다. 꼭 그녀가 하루키의 책을 번역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번역가는 오래 버티는 사람이 최고라고 한다. 바위 밑에 붙어있는 따개비처럼 파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끈덕지게 버티기 바란다!
아래는 이 책에서 좋았던 저자의 문장이다. 하루키만큼 뛰어난 비유다.
(중략) 하루키의 문장은 언제까지고 나를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충직한 개처럼, 끈기 있는 스승처럼, 배신하지 않는 연인처럼.
생각해보면 나를 그 타향의 침대 위로 데려간 것도 하루키의 문장이었다. 그 문장들과 함께 나는 내가 원래 속했던 곳에서 나날이 멀어져갔다. 나날이 낯설어져갔다. 나날이 가벼워져갔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 어느 시절의 내가 간절히 바라던 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