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신형철씨의 에세이다. 시를 소개하고 해석하고 시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도 들려줘서 좋았다. 시는 평소 거의 읽지 않는다. 이렇게 해석이 있으면 읽을만 할 거 같다. 좋은 시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가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어떤 시와 만난다.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문장이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모른다. 어느 날 어떤 문장을 읽고 내가 기다려온 문장이 바로 이것임을 깨닫는다.' -p112 


 우리가 시나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어쩜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문장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아래는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하루키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레이먼드 카버는 생애 딱 한 번 만났다. 하루키는 <잡문집>에 이 이야기를 썼고, 레이먼드 카버는 시를 썼다. 그 시를 앞 부분만 소개해본다. 


 발사체

-무라카미 하루키를 위하여

레이먼드 카버


 우리는 차를 홀짝였다.

 내 책이 당신의 나라에서 성공하게 된 

 타당한 이유들에 대해 점잖게 사색하면서. 

 당신이 내 소설들에 되풀이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한 

 고통과 굴욕에 대한 대화로 미끄러져들어갔다.

 그리고 순전한 우연이라는 그 요소에 대해서도. 

 어떻게 이 모든 것이

 팔릴 만한 것으로 옮겨졌을까.

 나는 방 한구석을 응시했다. 


 (중략)


  

 전문을 소개하고 싶었는 데 너무 길다. 시가 4페이지나 된다. 궁금한 분은 인터넷을 검색해보거나 책을 찾아보시길! 




  나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 덕질은 우리에게 그런 덕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자꾸만 나를 혐오하게 만드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면서, 이 세계와 맞서고 있다. -p254


 이 책에 소개 된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라는 영화를 보고 싶다. 평점도 높고 좋은 영화 일 거 같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인간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이 노래를 우리의 국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과분해서다. 이 노래가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자격이 없어서다. -p267

 

 

 가끔 가슴을 울리는 좋은 문장들이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시를 읽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운동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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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3-03-27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인간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이 노래를 우리의 국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과분해서다. 이 노래가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자격이 없어서다

저도 이 구절을 읽고 울컥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3-27 17:22   좋아요 1 | URL
네,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찾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