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점 9.5
감독 켄 로치
출연 킬리언 머피, 리암 커닝햄, 패드레익 들러니, 올라 피츠제럴드
장르 전쟁, 드라마
평점 10 : 말이 필요없는 인생 최고의 영화
평점 9.5: 9.5점 이상부터 인생영화
평점 9 : 환상적. 주위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
평점 8 : 재밌고 괜찮은 영화. 보길 잘한 영화
평점 7 : 나쁘진 않은 영화. 안 봤어도 무방한 영화
평점 6 :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6점 이하부터 시간이 아까운 영화
평점 5 : 영화를 다 보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한 영화
평점 4~1 : 4점 이하부터는 보는 걸 말리고 싶은 영화
켄 로치 감독 작품이다. 2006년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켄 로치 감독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만나본 적이 있는 감독이다. 그 영화도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도 믿고 봤다. 정희진씨의 에세이를 보고 알게 된 영화였다.
시작부터 강렬했다. 아일랜드의 역사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영화로 보니 훨씬 강렬하게 다가왔다. 영화를 보면서 초반부터 편하게 숨조차 쉴 수 없었다. 700년간 영국의 식민지배, 독립운동, 내전 등을 보며 우리나라의 역사와 겹쳐보여 동질감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이 영화는 킬리언 머피란 배우를 내게 각인시켜줬다. 그는 놀란 감독이 준비중인 신작 <오펜하이머>의 주연배우이기도 하다.(굉장히 기대하고 있는 영화다.) 킬리언 머피를 미리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절제된 연출과 그의 절제된 연기와 존재감이 빛을 발했다. 그에 비해 형의 존재감과 연기가 다소 아쉬웠다.
슬픔을 자아내는 부분들도 좋았다. 거장의 솜씨가 엿보였다. 가끔 우리나라 영화를 보면 슬픈 장면에서 지나친 클로즈 업이나 슬로우 모션으로 오히려 몰입을 깨는 경우가 있다. 감독이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에게 '자! 여기가 슬픈 부분이야!' 라고 지나치게 강조하는 거 같다. 신파를 자아낸다고 해서 비판이 많다. 이런 부분은 좀 고쳤으면 좋겠다. 슬픈 부분은 강조하지 않아도 관람자들이 안다. 굳이 강조하고 MSG를 듬뿍 칠 필요가 있을까?
거장은 슬픔 장면도 다른 장면들과 똑같이 촬영한다. 오히려 무심하게 보여준다. 예상치 못하게 터져나오는 대사와 상황에 관객은 울컥한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습니다)
(아래는 강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에서 슬픈 장면을 이야기하는 부분이니 영화를 보지 않은 분은 패스하시길)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픈 장면은 주인공이 밀고자를 처형하는 장면이었다. 주인공은 의사다. 밀고자는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아직 20살도 안된 동생이다. 자주 그의 집에서 그의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을 함께 먹은 사이다. 주인공은 묻는다. 편지는 어머니께 남겼냐고. 동생이 대답한다. 어머니는 글을 읽을 줄 모르시니 그냥 사랑한다고 전해달라고. 이 대사가 너무 슬펐다. 울컥했다. 눈물이 글썽거렸다. 단 한 마디 대사로 모든 상황을 설명해줬다. 글을 모르는 그의 어머니의 모습과 집이 그려졌다. 두렵지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한 소년, 그를 죽이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하는 주인공.
아일랜드의 역사와 이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 조금 이야기 하고 싶다. 아일랜드는 700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1910년대부터 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아일랜드는 영국이 전쟁을 하는 틈을 이용해 독립운동을 펼친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가난한 나라다. 부족한 물자와 무기, 병력으로 게릴라 전을 벌인다. 영국도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이 귀찮은 상황. 결국 휴전에 이은 협정이 맺어진다. 북부 6개 주는 영국의 지배하에 남고 나머지 아일랜드는 독립한다. 단, 영국의 왕에 충성해야 한다는 조건. 아일랜드는 완전한 독립을 희망하는 강경파와 부분적이지만 평화를 얻고 단계적으로 독립을 하고 싶어하는 온건파로 나뉜다. 그리고 동족상잔의 내전이 벌어진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겹쳐보여 더욱 안타까웠다. 우리나라도 독립운동 후 광복, 그리고 국가가 분열되고 내전을 치른 아픈 역사가 있다. 영화는 독립운동과 내전의 역사 속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나라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연상된다.
(스포일러 끝났습니다.)
영화를 보고 아일랜드의 역사를 알고 싶어서 더 찾아봤다. 그런데 왠 걸? 반전이 충격적이었다. 아일랜드는 1845~1851년 800만 명중 200만 명이 굶어죽은 적이 있는 가난한 나라였다. 가난과 일자리 부족으로 수많은 아일랜드 인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오랜기간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였다. 그런데 22년 기준으로 아일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이다. 룩셈부르크,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1인당 GDP가 가장 높다. 무려 13만 달러. 우리나라의 3배가 넘고 영국의 2배가 넘는다. 어떻게 이런 기적이 벌어졌을까?
답은 교육과 정부규제 완화, 외국의 투자에 있다. 법인세가 낮고 정부규제가 적다보니 미국의 IT, 제약회사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의 유럽투자가 아일랜드에 집중되었다. 아일랜드가 감자농사에 이어 IT 최강국, 제조국이 된 것이다. 역시 역사는 참 재밌고 신기하다.
아일랜드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게 된 웰메이드 영화였다. 켄 로치 감독의 작품은 계속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