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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7월
평점 :
생물학에 있어서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이론은 진화론이다. 생물학 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마음, 정신에 관해서도 진화론은 강력하다. 우리의 뇌 역시 진화의 산물이다. 우리의 마음, 본성, 의식, 생각, 심리까지 모두 다 진화론을 벗어날 수 없다. 절대로.
그래서 인간을 연구하고 인간의 마음과 관련된 모든 학문 역시 진화론의 틀 안에 있다. 이것이 에드워드 윌슨이 <통섭>을 통해 주장하려고 했던 내용이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혹은 자신이 사는 세계, 자신이 믿는 신이 특별하길 바랬다. 의식이 너무 발달하다보니 자의식 과잉으로 빠져버린 걸까? 그러다 보니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는 특별함을 찾기 위해 애썼다. 인간만이 의식이 있다는 둥, 인간만이 감정이 있다는 둥, 인간만이 이타심이 있다는 둥, 인간만이 현재를 벗어나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둥,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둥. 목록은 끝이 없다. 결국 인간의 이런 기대는 모두 무너졌다. 당연한 결과였다. 진화는 불연속보다는 연속을 좋아한다. 우리의 뇌는 조류, 포유류, 영장류의 뇌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종류가 다른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 의식이 있다면 가까운 종들에게도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우리 신체의 모든 부위가 다른 동물들보다 우월하지 않듯이 우리 뇌의 모든 능력도 다른 동물들보다 우월하지 않다. 다람쥐와 까마귀는 우리보다 물건의 위치를 잘 기억한다. 클라크잣까마귀는 가을에 수백 군데에 잣을 2만 개 이상 숨겨 놓고 겨울과 봄에 그중 대부분을 회수한다. 인간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사진 기억능력은 침팬지가 우리보다 우월하다. 인간은 인지할 수 없는 아주 짧은 시간의 사진도 침팬지는 캐치해서 기억할 수 있다. 공감능력, 평화적 해결능력 또한 보노보가 우리보다 우월할 것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도 아니고 진화 사다리의 꼭대기도 아니다. 인간이 대단하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지만 그동안 과학자들은 동물에 대해 너무 얕봤다. 동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수록 인간은 놀라고 겸손해지리라.
이 책에는 놀라운 사실들이 많이 쓰여져 있지만 아주 놀랍지는 않았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동물들이 의인화된 모습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동물이 우리와 같이 생각을 하고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아마 과학자들보다 일반인들이 훨씬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앞으로도 동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서 나를 놀래켜줬으면 좋겠다.
인간과 고등동물 사이에 존재하는 마음의 차이는
비록 크기는 하지만, 분명히 정도의 문제이지 종류의 문제는 아니다.
-찰스 다윈(1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