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해설 중 맘에 드는 구절이 있어 소개해본다.
이렇게 도스또예프스키는 외관상 물리적 빈곤을 테마로 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통해 문학에 관한 문제를 진지하게 제시하면서 미학과 존재론의 상관성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은 책, 그가 쓰는 글이라는 도스또예프스끼의 미학 공식은 이미 첫번째 소설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제부쉬낀과 바르바라는 이후 도스또예프스끼의 위대한 소설에 등장하게 될 무수한 작가들, 독서가들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227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은 책, 그가 쓰는 글' 이라는 구절이 마음에 들었다. 읽은 책과 쓰는 글이 한 인간의 모든 존재를 결정짓거나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부분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먹는 음식에 대해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드리지요.' 라는 어떤 미식가의 말도 생각난다.
한 인간의 취향과 사상은 어디서든지 엿볼 수 있다. 음식, 영화, 책, 소비 등등. 숨길래야 숨길 수 없다. 하지만 책을 본다고 해서 지적, 도덕적으로 남보다 우월해지는 것은 아니다. 자만을 경계하고 편견을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