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서관에 가서 <1Q84>를 빌렸다. 나는 책을 여러 권 동시에 읽는다. 이 책, 저 책 조금씩 조금씩. 그러다 한 책에 꽂히면 다른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카사노바가 일편단심 순정남이 되듯이. 거기에 저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1Q84>는 세번째 읽는다. <1Q84>를 재밌게 읽었던 건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생생하게 그 때의 느낌과 생각이 떠오를 정도다. 근데 이렇게 재밌었나? 세번째 읽는데 오히려 처음 읽을 때보다 재밌다.
도서관에서 1권을 빌려 재밌게 읽다가 시간이 다되서 도서관을 나왔다. 도서관을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이 속도로 읽다간 금방 2권이 필요해질 거 같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사서 분께 양해를 구하고 다시 책을 빌리러 들어갔다. 마감시간 5분 전이라 사서분은 '이제 곧 끝나는 시간인데...' 라며 말을 흐리셨다.
책의 위치는 알고 있다. 다이렉트로 가서 책을 집고 셀프 대출을 마쳤다. 사서분도 '짜식, 어지간히 읽고 싶었나 보군' 하는 의미의 미소를 지어주셨다.
도서관에서 집으로 운전을 하고 가면서 생각해본다. <1Q84>는 내가 하루키의 진짜 팬이 된 책이었다.
<해변의 카프카>를 통해 하루키의 책을 처음 읽게 됐다. 그 때는 '책이 참 재밌고 신비롭다.' 라고만 생각했다. 하루키가 누군지도 잘 몰랐다. 그 후로 하루키의 책들을 몇 권 보았다. '재밌다 좋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Q84>를 집어들었을 때는 정말 재밌게 읽었다. 마지막 3권 읽을 때는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걸 아쉬워하면서 읽었다. 그 후로 하루키의 전작을 읽게 됐다. 장편, 단편, 에세이까지. 그리고 다시 한 번 전작을 읽었다. 세월히 흘러서 그런가 처음 읽을 때보다 두번째 읽을 때 더 좋았다.
그리고 이제 3번째 전작 읽기를 하고 있다. 3번째는 더 좋을까? <1Q84>는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