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푹 잘 수 있었기 때문에 지겨움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잠깐 눈을 붙였을 뿐인데 9시간을 잤기 때문에 대충 두어 시간을 견디는 것으로 일단 touchdown. 책은 덕분에 비행기에서 딱 한 권만 읽었고 특별히 흥미가는 것도 없어서 영화도 모두 패쓰.  짧지만 알찬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여러 가지로 힘들고 속상한 일도 많았는데 어쩌겠는가. 그저 견뎌내고 또 견뎌서 이겨낼 뿐이다.  돌아가면 더 열심히 계획있는 삶을 사는 것으로 평화롭게 사는 날을 향해 나갈 것이다.  그런 각오를 위해 열심히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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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 게임 - Y의 비극 '88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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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의 형식을 차용한 작가가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소설, 그 첫 번째. 나쁘지는 않지만 clue를 주고 두뇌게임을 걸면서 가장 중요한 모티브를 빼고 주는 탓에 번번히 내 추리는 실패한다. 적절히 일본스러우면서도 엘러리 퀸이 생각나게 하는 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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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여행의 prestige랄까 이런 것들이 거의 사라진 지금도 서비스는 여전히 좋지만, 질의 저하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인지, 옛날보다 훨씬 더 좋아진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저런 이유로 탑승이나 이착륙이 늦어진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라서 11시로 예정된 보딩이 30분 지연됐고, 그 김에 물이나 더 마시고 윗층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유유'의 문고판과 함께 작고 예쁜 시리즈로 애장하는 '쏜살문고'. 좋은 책도 있고 그저 그런 책도 있지만 디자인도 맘에 들고, 쉽게 접할 수 없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거나 짧아서 단행본으로 나오기 어려운 책이 잘 선별되어 나온다.  여행에 함께 하기 좋은 크기와 길이, 가끔은 딱딱한 글을 만나기도 하고,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나 그만큼 어쩌면 덜 익숙한 글을 읽는 것을 통해 독서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프라하로 가는 모차르트의 하룻밤을 그린 이야기. 그리고 요정스러운 이야기, 이렇게 두 개의 짧은 이야기가 짧은 책에 구현되어 있다.


98년 4월, 비오던 밤, 재즈를 접한 덕분에 재즈의 팬이 되어버린 나는 지금도 비가 오는 날이면 종종 재즈를 듣는다. 맑은 피아노독주의 클래식과 함께 비오는 날의 단골이 되어버린 재즈는 이론으로 접근하려면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는데, 천성의 게으름 덕분에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내 귀에 즐거운 것을 찾아서 즐길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잘 듣고 싶은 욕심은 어쩔 수 없는데, 이때 길라잡이로 아주 좋은 책이다. 아마 이 책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나의 재즈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인데, 지금은 정신이 너무 없어서 책을 읽으면서 언급되는 음악을 제대로 찾아서 듣지 못했다. 보통은 YouTube이나 아마존을 뒤져가면서 읽었을 것을 말이다. Arguable하지만 블루스의 적자로도 볼 수 있는 재즈의 발전과정과 명반과 아티스트들을 잘 소개해주는 책이다. 


'칼의 노래'가 김훈일까, 김훈이 '칼의 노래'일까. 그의 다른 에세이집도 소설도 여럿 읽었는데 갈수록 그는 '칼의 노래'를 닮아가는 듯 글이 절절하고 먹먹한 것이 마치 속에서 토해낸 핏덩이를 뭉개어 글을 그리는 것 같다.  극우가 아닌 보수의 모습이 이럴 것이란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그의 세상들여다보기가 나쁘지 않다. 어차피 사람은 늙고, 젊은이들과 생각이 매한가지로 이어지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지킬 걸 지킬 수 있는 것이 보수일 것이다.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보여지는 이런 저런 늙음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도 쉽게 생각하는 힘, 살피고 관찰하고 생각하는 힘이 빠진 노인들은 아마도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경쟁 속에서 길러진 지금의 20대의 미래가 아닌가, 아니 나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그저 꾸준히 읽고, 쓰고 생각하고, 듣고, 듣고 또 들을 일이다.  정 열고 싶으면 지갑이나 열어야 욕을 덜 먹지 않을까.


그냥 잔잔한 이야기. 심야식당을 좀더 활기찬 공간에 두고 여주인으로 바뀐 것 같다만, 이런 곳이 일본의 동네 구석구석에는 제법 남아있다고 하니 무척이나 부럽다.  동네의 사랑방처럼 늘 보는 얼굴들이 모여서 하루를 풀어내는 걸 함께 나누며,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곳은 이제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렇게 소소하게 즐겁게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만큼 웅심은 줄어들고 점점 더 closing을 준비하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55살까지만 일하고 은퇴할 수 있었으면, 아니 대략 half retire정도만 할 수 있어도 좋겠는데. 그땐 이런 공간이 남아있으려나?


여성을 통해 완성되어 가는, 신적인 자각으로 가는, 그러면서 부족한 많은 걸 보완해가는 예수의 모습. 유다의 역할이 성서의 미스테리인데, 유다가 없으면 예수의 수난도 없었을 것이니 유다는 자의에 의한 배신자인가, 완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맡은 내제자인가. 점점 주제 사라마구의 글체에 익숙해져간다. 한꺼번에 구한 덕분에 쌓인 그의 작품을 하나씩 읽는 것도 2019년의 재미가 될 것이다만, 적절히 섞어서 잘 읽어야 지겨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책도 작가도 계속 파들어가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때문에.  막달라 마리아의 역할이나 유다의 역할에 대한 책의 서술은 그리 낯설지 않지만, 주류에서 받아들이기엔 예수의 신격에 상당한 무리를 줄 수 밖에 없지만, 여러 가지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멀리 있는 신 대신 이런 인격신도 좋다. 과거 신들이 근처 산에 모여 살던 시절의 가까움이랄까.


이제 보딩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다시 팩하고 내려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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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리를 바꾸고 진짜 맥주와 함께...Boont Amber 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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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5-18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사진엔 와서 꼭 좋아요 누르고 가는 게 예의 아니겠습니까? ㅋㅋ

transient-guest 2019-05-19 05:11   좋아요 0 | URL
ㅋㅋ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님께서 다녀가실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공항에 일찍 와서 바로 짐을 부치고 게이트를 통과한 후 라운지에 죽치고 앉아서 책도 보고 술도 마실 생각이었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로 약간의 문제가 생겼는데, 일단 국적기의 후진성. 대세는 self check-in인데 이걸 카운터가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나중에 보니 두 섹션을 mobile check-in으로 열어놨는데 결국 디지털로 포장한 아날로그였던 셈. 덕분에 한 시간하고도 반을 지출해서 게이트를 통과했다. 두 번째는 라운지. 국내선 라운지는 시설이 상당히 괜찮은데 국제선 라운지는 영 아니다. 공짜술과 음식이라고는 하지만 쿠어스라이트, 그리고 버드와이저, 와인 두 종류, 거기에 약간의 finger food가 전부. 덕분에 실망을 잔뜩 하고 쿠어스라이트만 몇 잔을 마시고 있다. 이젠 나이탓인지 여행의 목적지보다도 이렇게 여정에서 마시는 맥주가 좋은데, 기분을 살짝 잡치고 있어서 아직 탑승까지 남은 시간을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건지 고민하고 있다.  모처럼 기분을 내서 좋은 맥주와 음식을 갖추고 자리에 앉아야 하는데.  check-in을 기다리면서 이미 작은 책 한 권을 읽었고 지금은 추리소설을 붙잡고 있는데 별로인 기분이 여전히 별로...


기분좋게 한 잔하고 그간 읽은 책을 정리하려던 생각이 싹 사라져버렸다.  이 나이에도 역시 기분을 많이 타는구나 싶은데 사실 여기에 적기엔 좀 그런 속상한 일이 있어서 모처럼 떠나는 길이 즐겁지만은 않다.  일단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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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2019-05-18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여행은 좋잖아요.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기분 좋은 일이 생기니 즐겁게 다녀오시기를요.

transient-guest 2019-05-18 13: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 일단 라운지를 나와서 남은 시간은 바에 앉아 보낼 생각입니다 오늘 다시 배웠네요 과유불급 ㅎㅎ 다음엔 딱 한 시간 정도만 남기고 나와서 아쉬움과 함께 여정을 즐겨야하겠습니다 ㅎㅎ

감은빛 2019-05-18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운지에 공짜술이 있군요. 그런 건 항공사 멤버쉽이 있어서 가능한 건가요?

어쨌건 술도 즐기시고 여행도 즐기시길 바랍니다!

transient-guest 2019-05-19 05:11   좋아요 0 | URL
항공사/크레딧카드연동으로 가능한 프로그램이 여럿 있습니다 제껀 좀 딸리네요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