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다룬 그래픽 노블이다. 좋은 책으로 평가받는 책이다. 한나 아렌트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읽어봄직하다.
한나 아렌트도 워낙 유명한 분이라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한나 아렌트의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보긴 했으나 왠지 어렵고 딱딱한 거 같아서 읽지 못했다. 이 그래픽 노블을 읽고 나니 다시 관심이 생기고 한나 아렌트이 저서들이나 한나 아렌트들 다룬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였다. 천재의 조건인 왕성한 호기심, 지적열정을 타고 태어났다. 그녀의 어린 시절을 소개해보겠다.
14살이 될 무렵, 나는 칸트의 저서를 전부 섭렵했다. 하지만 답을 모르는 일들은 여전히 있었다. 그래서 칸트가 읽은 책들까지 모조리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어렵기는 해도 독학으로 고대 그리스어를 공부했다. 그러면서 그리스 비극에 빠져들었는데, 보고 있으면 왠지 정말로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진정한 슬픔 말이다. 그래서 평범한 10대라면 누구나 했을법한 일을 했다. 고대 그리스 비극 연극단을 결성한 것이다. -p25
그녀는 칸트의 도시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비범했다. 유대인인 그녀는 히틀러의 유대인 탄압을 피해 독일에서 탈출한다. 그것이 그녀의 첫번째 탈출이다.
그녀의 삶 속에서는 동시대의 수많은 유명인물들이 등장한다.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대단했다. 새뮤얼 빌리 와일더라는 영화감독의 영화를 보고 싶다. 역대 최고의 코미디 영화로 칭송받는 <뜨거운 것이 좋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 영화로 각본상, 프로듀서상, 감독상을 동시에 거머쥔 첫 번째 영화인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도 보고 싶다.
그녀는 '전체주의' 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그리고 전체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힘으로 인간의 '탄생성'과 '복수성' 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다. 전체주의란 단 하나의 진리만을 강요하는 사상을 말한다. 전체주의에서 진실은 왜곡되고 날조된다. 예전에 채사장님이 팟캐스트에서 단 하나의 진리, 유일한 진리라는 게 두렵고 우리는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의 말뜻이 이해가 된다. 전체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은 다양한 진실이 새롭게 탄생될 수 있고 다양한 진실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이런 개념은 <인간의 조건>에서 다뤄진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아우슈비츠를 총관리했던 아이히만의 재판과 '악의 평범성' 을 다룬다. '악의 평범성' 이란 개념도 그녀가 최초로 내세웠다. 이 책으로 인해 그녀는 아이히만을 두둔했다는 오해를 사게 되고 유대인 사회에서 크게 지탄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내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 지적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유대인 600만 명을 수송하고 학살했던 총책임자 아이히만은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지극히 평범했다. 괴물도 악마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군인, 가족에게 충실한 가장이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악의 대한 개념을 부정하고 확장시켜주는 훌륭한 개념을 제시했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하게 행하는 일이 악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사유하지 않는 것 또한 죄' 라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
한나는 무덤에서도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복수성과 탄생성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이 비록 소풍 같지는 않겠지만, 아우슈비츠나 굴라크, 스톤월 항쟁, 폴 포트, 아티카, IS를 막으려면 인류라는 하나의 종으로서 그것을 포용하고 인내하는 수밖에 없다고.
즉, 세상에서 우리를 이끌어 줄 유일한 진리나 이해를 위한 묘책 같은 건 없다. 영광스럽고 결코 끝나지 않는 난장판이 있을 뿐이다. 인간의 진정한 자유를 위한 끝없는 난장판 말이다. -p237
위대한 경구 중에 '진리를 찾은 사람을 경계하고 진리를 찾고 있는 사람은 친구로 삼으라.' 는 말이 있다. 한나 아렌트에 대해 관한 책들을 더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친다. <한나 아렌트, 세번의 탈출>의 저자는 친절하게 책 말미에 한나 아렌트에 대한 책들을 소개해준다.
<한나 아렌트 전기>는 가장 신뢰받는 전기로 평가되는 책이다. <탈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은 시적이고 매혹적인 책이다.
<과거와 미래 사이>는 한나 아렌트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시간과 진실, 사랑에 관해 말하는 책으로 읽을수록 전율을 준다고 한다. <인간의 조건>은 아렌트의 철학적 걸작이다. <전체주의의 기원>은 그녀의 대표작이다. 초심자가 읽기에는 난해할 수 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는 정치 저널리즘의 명작이다. <한나 아렌트의 말>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리즈의 책이라 읽어보고 싶다. 한나 아렌트의 인터뷰 모음집이다.
철학 전쟁을 살펴보고 싶은 분께는 <서양정치철학사>를 추천드린다. 엄무가 안나는 책이다.
역시 그래픽 노블은 접근하기는 쉽지만 얻는 건 생각보다 많다. 만화라는 매체에 감사하게 된다.